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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677호] 2021.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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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전기료 또 인상? 표 떨어질라 긴장한 여권

▲ 지난 7월 14일 경기도 수원시 한국전력공사 경기지역본부센터에 전력수급 현황이 표시되고 있다. photo 뉴시스
한국전력공사가 4분기 전기요금 인상 계획을 발표하면서 대선을 앞둔 당정이 전기요금을 올린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통상 가구별로 부과되는 전기요금은 납부를 피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세금과 비슷한 성격으로 인식되는데, 선거를 앞두고 사실상 증세를 하면 표심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정치권의 일반적 시각이다. 이번 전기요금 인상분 자체가 크지는 않지만 기후환경요금이 적용되는 연말 추가 인상도 예고돼 있어 실제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어쩔 수 없이 받아든 탈원전 청구서?
   
   지난 9월 23일 한전은 4분기 연료비 조정요금을 ㎾h당 0원으로 책정한 ‘10~12월분 연료비 조정단가 산정 내역’을 발표했다. 직전 3분기 연료비 조정요금 -3원/㎾h에 비해 3원 인상된 것이다. 이에 따라 4인가구 기준으로 볼 때 월 1050원 정도 전기요금이 오른다는 것이 한전 측 계산이다.
   
   한전이 이번에 전기요금을 인상한 이유는 표면적으로는 연료 가격 급등 때문이다. 올 초부터 코로나19로 인한 각국의 봉쇄가 해제되고 글로벌 경제 상황이 호전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이와 함께 액화천연가스(LNG), 유연탄, 유류 등 전기 생산에 들어가는 연료들도 가격이 대폭 상승했다.
   
   전력업계에서는 그간 정부와 한전이 억지로 요금인상을 막아왔던 것이 이제 한계에 봉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와 한전은 지난 2분기와 3분기까지는 국제 연료 가격이 올랐는데도 전기요금을 동결해 왔다. 코로나19로 인한 서민 부담이 상승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이로 인해 한전의 손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메리츠증권과 하나금융투자 등은 한전이 지난 2분기에만 1조원 넘는 영업적자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한전의 순손실은 3조원이 넘어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전 소액주주들은 한전이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으면 한전 이사회와 경영진을 배임 혐의로 고소하겠다는 압박도 꾸준히 가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한전이 8년 만에 전기요금 인상 계획을 발표한 만큼 그 배경에 눈길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전력업계는 이번 전기요금 인상 발표가 ‘어쩔 수 없이 받아든 탈원전 청구서 아니냐’로 풀이하지만 정치권, 특히 여당에서는 더 민감하게 본다. 지금이 대선을 6개월가량 앞둔,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한 전직 의원은 “선거를 앞두고 세금을 더 걷는 정당은 필패한다는 게 정치권의 오랜 속설”이라고 강조했다. 정치 성향이 강하지 않아 흔히 부동층으로 분류되는 유권자들은 자신에게 경제적으로 이익이 되는 정당을 찾는 경향이 강하다. 그런데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세금을 올릴 경우 유권자들의 반감이 매우 강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앞서의 전직 의원은 “지난 4월 보궐선거 직전 종합부동산세 인상이 대표적 사례”라며 “종부세 대상이 된 강남, 서초, 송파 지역의 민심은 여당 입장에서는 완전히 초토화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국민의힘 당권을 쥐었던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작년 11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승리 방정식’으로 ‘집값’과 ‘세금’을 꼽기도 했다. 당시 서울 지역 원내·외 중진들과의 만찬에서 김 전 위원장은 “내년 서울 보궐선거는 뭐니뭐니 해도 집값과 세금”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실제 지난 4월 보궐선거에서 그대로 현실이 됐다. 고가주택이 밀집해 대부분의 아파트가 종부세 과세 대상이 된 강남 3구 지역의 민심이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에게 몰표를 던진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과거 노태우 정부 때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내 흔히 정치권에서는 경제통으로 분류되는데, 엄밀히 말하면 그중에서도 조세·재정 전문가다.
   
   
   ‘선거 앞두고 세금 걷는 정당은 필패’
   
   물론 정확히 따지면 전기요금은 세금이 아닌 공공요금으로 분류된다. 공공요금은 국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국민 생활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유권자 입장에서는 전기요금도 일종의 세금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공공요금도 유권자 입장에서는 피할 수 없는 만큼 조세와 특별히 다르게 다가올 게 없다”며 “선거를 앞두고 올릴 경우 민심에 득 될 것이 없다는 점은 자명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전기요금 상승의 경우 요금 상승폭이 미미한 만큼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세계적으로 봐도 싸고 좋은 게 객관적 사실”이라며 “일반 가정에 한 달 1000원 정도면 정치적인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전기요금 인상 건을 집중적으로 다룬다는 계획이다. 이번 전기요금 인상이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내세운 “임기 내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는 공언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최근 원내대책회의에서 전기요금 인상을 ‘잘못된 탈원전 정책의 청구서’라고 비판했다. 원전과 전기요금 이슈는 국회 산자위 외에 과학방송통신위원회와도 연관이 되는 에너지 정책 전반의 문제다.
   
   이를 의식한 듯 정부는 “연말까지 전기요금을 제외한 다른 공공요금 인상은 없다”는 입장이다. 전기요금뿐만 아니라 철도요금, 도로요금 등 국민 생활에 필수적인 공공요금들의 잇따른 상승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강해진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다. 지난 9월 29일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어려운 물가 여건을 감안해 이미 결정된 공공요금을 제외하고 나머지 공공요금은 연말까지 최대한 동결하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한다”고 발표했다. 이 차관이 언급한 나머지 공공요금은 열차, 도로 통행료, 시외버스, 고속버스, 광역급행버스 요금, 광역상수도(도매) 요금 등이 해당한다.
   
   전기요금 인상 계획의 추가 변수는 내년 기후환경요금 인상분 적용으로 인한 추가 인상 가능성이다. 기후환경요금은 온실가스 배출 등 환경오염 영향을 줄이기 위해 한전이 지출한 비용을 전기 소비자에게 청구하는 금액이다. 올 연말에 내년 요금을 정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연말 전기요금이 추가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올 상반기에 한전 한 기관이 기후환경요금으로 낸 금액만 해도 1조7000억원이 넘는다. 한전의 지난해 1년 기후환경비용의 70%에 해당한다. 다만 정부는 전체 전력 판매량도 증가하고 있는 만큼, 기후환경비용으로 인해 금액이 상승하더라도 이를 상쇄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RPS(기후환경요금의 일부) 비용 등이 늘고 있지만 전체 전력판매량도 늘고 있어 기후환경비용이 오른다고 하더라도 오름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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