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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678호] 2021.10.11

택시기사 수다 힘드셨나요? ‘고요한 택시’의 등장

▲ 송민표 코액터스 대표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기사님, 여기 세워주세요.” “여기서 좌회전이요.”
   
   택시 호출 앱으로 차량을 부르고 도착지에 내릴 때까지 기사에게 반드시 해야 하는 말은 이 정도다. 이 점에 착안해 송민표(28) 코액터스 대표는 청각장애인 기사가 운전하는 택시 ‘고요한 M(모빌리티)’을 고안했다.
   
   앱에서 설정한 출발지 부근에 서 있으면 ‘고요한 M’ 띠를 겉면에 두른 대형 SUV가 도착한다. 기사가 수어로 간단한 인사를 건네고 앱에 찍힌 목적지까지 운전한다. 불필요한 대화도, 라디오 소리도 없는 ‘고요한 택시’다.
   
   기사와 소통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기술의 힘을 빌린다. 조수석 뒤판에 붙은 태블릿PC 기본화면에는 ‘우회전’ ‘직진’ ‘좌회전’ 등 방향키와 ‘여기서 내릴게요’ 버튼이 있다. 간단한 의사소통은 태블릿PC를 통해 할 수 있다. 기사에게 따로 말을 하고 싶으면 키보드로 문자를 입력하거나 직접 화면에 글씨를 손으로 쓰면 된다. 손님의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해 기사에게 전달하는 음성인식 프로그램도 내재돼 있다. 앱 미터기로 계산된 요금은 등록한 카드에서 자동으로 결제되고 영수증도 앱으로 전송된다.
   
   2018년 송 대표가 설립한 소셜벤처 코액터스의 ‘고요한 택시’는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실행하는 규제 샌드박스 실증특례를 통과했다. 현재 20명의 청각장애인 기사가 각자 한 대씩 차량을 운행하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서비스 시행 후 1년이 지난 지금 앱 누적 다운로드 건수는 4만~5만건 정도다. 지난 9월 7일 서울 강남구 선릉역 근처 사무실에서 만난 송 대표는 “이제 샌드박스를 졸업하고 플랫폼 운송사업 관계법령으로 들어가려 한다”며 “플랫폼 운송사업 면허를 더 받아서 증차하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고요한 M’의 첫 번째 목표는 증차다. 현재 20대로 운행하는 차량 대수가 적어 서비스 제공에도, 확장에도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사무실이 있는 서울 강남구 인근이 아닌 곳에서는 출발지를 설정하기가 어렵다. 도착지는 어디로든 설정할 수 있지만, 출발지가 제한된다는 점에서 이용객에게 제약이 생기는 셈이다. 기업과 업무협약을 맺으려 해도 적은 차량 대수 때문에 망설이는 기업들도 있다. 송 대표는 “우리 회사는 장애인 표준사업장으로 등록돼 있기 때문에, 장애인 고용 부담금을 내야 하는 기업들이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면 부담금이 감면된다”며 “점차 대수를 늘려가며 기업과 업무협약을 맺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증차를 하려면 기사가 있어야 한다. 코액터스는 적극적으로 채용 공고를 내고 있지만, 택시를 운행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청각장애인 기사를 모집하는 것은 쉽지 않다. 송 대표는 택시운전자격시험에 수어 지원이 안 되는 것을 가장 큰 문제로 꼽는다. 그는 “표준 한국어와 어순이 다른 수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면허 취득 과정 중 필기시험에서 어려움이 있다. 독해 시간도 오래 걸리고, 한자어나 많이 쓰지 않는 단어들을 이해하는 것도 비장애인과는 다르다. 예를 들어 ‘함의’라는 단어가 문항에 포함돼 있으면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고 풀게 되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청각장애인이 취득할 수 있는 2종보통 운전면허는 필기시험 과정에서 수화 서비스를 지원한다. 시험 시간도 80분으로 일반 시험보다 2배 길고, PC 화면에서 수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수요가 적은 택시운전자격시험에서는 따로 수화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송 대표는 “한국교통안전공단(TS)에 여러 차례 문의했는데 개선이 쉽지 않다”며 “이 문제는 꼭 짚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청각장애인들이 운행하는 코액터스의 택시 ‘고요한 M’.

   ‘귀가 잘 들리지 않으면 위험하지 않을까’라는 사회적 편견도 ‘고요한 M’이 넘어야 할 산이다. ‘경적 소리 등을 듣지 못하면 아무래도 도로 상황을 잘 파악하기가 어렵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송 대표는 이렇게 답한다.
   
   “비장애인도 운전을 잘하는 사람이 있고,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청각장애인 기사들도 개인차가 있어요. 기사님들 중에는 조금 들을 수 있는 사람, 말도 어느 정도 잘하는 사람 등 다양한 분들이 계십니다. 공통점은 모두 운전을 잘하신다는 거예요. 저희는 채용할 때 운전경력증명서를 무조건 제출하도록 하고, 음주운전이나 사고 경력이 있는지 결격 사유를 체크하고 운전 테스트까지 거칩니다. 가장 중요한 건 ‘운전을 잘하느냐’이죠. 사회적 편견은 직접 이용해본 이용자들의 승차 후기 등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없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코액터스는 대학생 창업 동아리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2017년 당시 대학교 4학년이었던 송 대표는 사회적 문제를 비즈니스로 해결하는 동아리에서 활동하다가 ‘청각장애인 택시기사’를 발견했다. 해외에서 우버나 그랩 등 택시 호출 앱을 통해 활동하는 청각장애인 기사들의 사례를 보고 한국에도 도입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진 것이다. 코액터스에서 지금도 일하고 있는 대학 친구 3명과 함께 청각장애인 기사의 소통을 돕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것이 시작이었다. 경주 등 지방의 택시회사에서 요청이 들어오자 소프트웨어를 납품하다가, 자체적으로 차량 운행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2018년 코액터스를 설립했다.
   
▲ 청각장애인 기사와 소통할 수 있는 태블릿PC. photo 코액터스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뚫고 동등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코액터스에는 송 대표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철학이 담겨 있다. 기업의 이윤 추구와 사회적 가치는 별개가 아니라 함께 간다는 것이 그 철학이다.
   
   “생수를 만든다고 해볼게요. 식약처 기준에도 걸리지 않고 저렴한, 하지만 인체에는 해로운 어떤 물질이 있어요. 이 물질이 들어가도록 생수를 만들면 분명 비용 단가를 낮출 수 있죠. 이윤 추구 극대화만을 목표로 한다면 기업들은 다 그렇게 하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아요. 마시고 탈이 난 소비자들이 제품 불매를 할 수도 있는 등 오히려 리스크를 떠안게 되기 때문입니다.”
   
   최근에야 ESG라는 용어로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책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동시에 항상 사회적 가치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 송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용어만 달랐지 몇십 년 전에도 트리플 바텀 라인(TBL·기업의 경제적 역할과 더불어 사회적·환경적 역할을 강조하는 용어) 등 비슷한 논의는 계속돼 왔다”고 덧붙였다. 증차를 통해 더 많은 소비자를 만나게 되는 것과 더불어 송 대표의 다음 목표는 장애인, 비장애인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 운송차량 운행 서비스다. 차량호출 모빌리티 사업의 양대 산맥, 카카오T와 우티(UT)의 틈바구니에서, 다른 플레이어들이 하지 못하는 특별한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것이 코액터스의 다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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