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특수고용노동자대책회의 회원들이 지난해 12월 21일 서울 광화문 일자리위원회 건물 앞에서 ‘플랫폼종사자특별법 추진 규탄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민주노총 특수고용노동자대책회의 회원들이 지난해 12월 21일 서울 광화문 일자리위원회 건물 앞에서 ‘플랫폼종사자특별법 추진 규탄 특수고용·플랫폼노동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11월 11일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되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의 핵심 내용은 배달라이더와 같은 플랫폼 종사자를 근로자로 추정하겠다는 것이다. 그 취지는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로 플랫폼 종사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 플랫폼 종사자들이 기존 근로기준법 등의 노동관계법령으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해 계약관계의 불공정성, 불안정한 고용 및 소득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새로운 법을 통해 이들의 권익을 두텁게 보호하자는 것이다. 그 취지는 나쁘지 않다. 분명 근로자와 사업자의 경계에 있는 플랫폼 종사자에 대해서도 여러 법적 안전장치들이 마련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근로자가 아닌 프리랜서들에 대하여도 고용보험이나 산재보험 가입이 이루어지게 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런데 위 법안은 플랫폼 종사자가 원한다면 근로자로 추정하고 근로기준법 등 관련 법의 보호를 받도록 강제하고 있다. 플랫폼 종사자의 경우 일반 근로자와 비교하여 근로자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부분이 있음에도 종사자가 원한다면 근로자와 완전히 동일한 취급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를 뒤집으려면 사용자(회사)가 플랫폼 종사자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근로자성 입증 책임은?

원칙적으로 입증 책임은 그 주장을 하는 자에게 있다. 따라서 자신이 근로자임을 전제로 임금, 퇴직금, 징계나 해고 무효를 다툼에 있어 본인이 근로자라는 사실은 근로자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제출된 자료를 검토한 결과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정들이 밝혀지거나, 근로자성을 증명할 책임이 있는 당사자(근로자)가 해당 사건에서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증명할 증거를 전혀 제출하지 않는 경우에는 근로자성이 부정될 수 있다.(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9다6998 판결,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3다40612 판결 참조)

예컨대 근로자가 체불임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하기 위해서는 근로계약 체결사실과 자신이 받아야 할 임금액을 입증해야 한다. 반대로 사용자(회사)가 그 지급을 면하기 위해서는 임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사유를 입증해야 한다. 연장, 야간, 휴일근로수당과 주휴수당을 청구할 때에도 마찬가지인데, 이러한 수당들은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퇴직금을 구하는 소송이라면 근로자는 근로계약이 종료되었다는 사실과, 자신이 받아야 하는 퇴직금액이 얼마인지 입증해야 한다. 근로계약서를 썼고 누가 보더라도 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라면 별문제 없겠지만, 용역계약을 체결하여 업무를 수행하는 프리랜서라면 근로자성 입증 문제는 매우 중요해진다. 미용사, 백화점 매장 판매원, 학습지 교사, 웨딩플래너, 유아체육강사, 텔레마케터, 배달라이더 등 근로자인지 아니면 독립적인 프리랜서인지 그 경계가 모호한 직업들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대법원은 계약의 형식보다 실질을 더 중요시한다. 따라서 근로계약을 체결했어도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경우도 있고, 용역계약을 체결했어도 근로자라 인정한 경우도 있다. 근로계약서를 썼는지, 아니면 용역계약서를 썼는지와 같은 형식적인 부분도 살펴보지만, 업무의 내용이 무엇인지, 업무지휘가 있었는지, 비품이나 원자재 등 작업도구는 회사가 제공하는지 아니면 본인이 직접 부담하는지, 기본급이 있었는지, 제3자에게 업무를 대행하도록 할 수 있었는지 등 실질적인 요소를 세부적으로 따져보게 된다. 실제 근로자성이 문제되는 사건들을 접해 보면, 단순히 계약서를 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업무 절차와 방식, 상호 연락한 내용, 대금 지급 방식 등을 세세히 살펴보게 된다.

프리랜서라 생각했는데 근로자로 인정된다면?

회사 입장에서 특정한 사람을 프리랜서라 생각하고 사용했는데 추후 근로자로 인정되는 경우 매우 곤란한 상황에 빠지게 될 수 있다. 기존에 생각하지 않고 있었던 퇴직금을 지급해야 할 수도 있고, 계약서에는 기재되어 있지 않던 연장, 야간, 휴일근로수당과 연차수당 그리고 주휴수당을 추가로 지급해야 할 수도 있다. 용역계약자라면 받지 못했을 이러한 수당들을 근로자라면 근로기준법에 근거해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돈을 더 지급해야 한다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계약서를 제대로 쓰지 않았다면 근로조건 서명명시의무 위반으로, 위와 같이 수당을 제때 지급하지 않았다면 임금체불로, 용역비가 최저임금에 미달된다면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형사처벌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프리랜서와 같은 용역계약자가 근로자로 인정되는지 인정되지 않는지 여부는 사용자 입장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이번에 발의된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은 플랫폼 종사자가 노동관계법률의 적용을 주장하는 경우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플랫폼 운영 사업자나 이용 사업자가 증명하도록 하고 있다.

“플랫폼 종사자가 ‘근로기준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등 노동관계법률의 적용을 주장하는 경우,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은 이를 주장하는 운영 사업자나 이용 사업자가 증명하여야 한다.” 즉 회사가 근로자성에 대한 입증 책임을 부담한다는 의미다.

사용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는 법안

플랫폼 종사자가 누가 보더라도 근로자임이 분명하다면 이러한 법안 내용도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요기요 배달기사나 타다 기사 등에 대해 근로자성을 인정한 사례도 존재하지만, 쿠팡이츠 배달기사와 같이 근로자성이 부정된 사례도 존재한다. 즉 구체적인 사안별로 판단이 달리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2019년 11월 고용노동부 서울북부지청에서는 배달앱 요기요 배달기사를 근로자로 인정하면서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 인정 여부는 대법원의 근로자성 판단기준에 따라 구체적인 업무형태, 계약 내용 등을 토대로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봤다. 근로자로 인정한 해당 사안의 경우 구체적인 업무형태, 계약내용을 고려할 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이 인정되어 판단한 것일 뿐 다른 사안에서는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요기요 배달기사들은 “배달기사의 임금을 시급으로 지급, 회사 소유 오토바이를 배달기사에게 무상으로 대여하면서 유류비 등을 회사가 부담, 근무시간·근무장소 등을 회사에서 지정하고, 출·퇴근 보고 등”의 사정이 있었기 때문에 근로자로 인정된 것이지, 다른 배달기사의 경우 업무 실태가 다를 수 있어 반드시 똑같은 결론이 나온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이번에 발의된 법안의 적용대상은 배달라이더에 국한되지 않는다. 동 법안의 ‘플랫폼 종사자’란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에 관계없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중개 또는 알선받은 노무를 제공하기 위하여 다른 사람을 사용하지 아니하고 주로 자신의 노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보수 등을 받는 사람을 말한다. 이에 아무런 수정이나 검토 없이 동 법안이 통과된다면 상당한 혼란이 초래될 것으로 보인다. 용역계약·위탁계약 등 어떠한 형태로 계약을 체결하든, 사람을 쓴다면 그 사람이 근로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플랫폼 사업자 입장에서는 매우 유의할 수밖에 없다. 플랫폼 종사자를 위한 법이라고 하지만, 플랫폼 사업자의 고용 위축을 야기하는 법안이 될 수도 있어 보인다.

정재욱 변호사ㆍ법무법인 주원 파트너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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