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우주국(ESA)에서 런칭한 지구 탐사용 인공위성의 규모. 이런 시스템은 지구를 우주의 움직임 속에서 파악할 수 있어서, 대규모 화산 폭발에 작용하는 우주적 요인 등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지구/우주 관련 지식을 발굴해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출처: ESA, CC BY-SA IGO 3.0
유럽우주국(ESA)에서 런칭한 지구 탐사용 인공위성의 규모. 이런 시스템은 지구를 우주의 움직임 속에서 파악할 수 있어서, 대규모 화산 폭발에 작용하는 우주적 요인 등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지구/우주 관련 지식을 발굴해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출처: ESA, CC BY-SA IGO 3.0

‘밀레니엄 대폭발’. 서기 946년, 그러니까 기원후 첫 밀레니엄(1000년)의 끝자락에 있었던 백두산의 폭발성 분화를 가리키는 별칭이다. 우리나라 화산학에서는 ‘백운봉기 폭발’이라고 부른다.

이 화산 분화는 역사기록이 남아 있는 시기, 즉 지난 5000년 동안 가장 규모가 컸던 것 중 하나다. 1815년 폭발해 향후 10년 이상 전 지구상으로 화산재를 퍼뜨리며 세계를 흉년으로 몰아넣었던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과 거의 같은 규모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한 건의 분화에서 쏟아져 나온 화산재 총량은 미국의 뉴욕 시 전체를 150미터 두께의 재 속에 덮을 수 있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흘러내린 용암이 직접 불태운 지역의 면적은 일본 도쿄 시 정도에 해당된다.

19세기 독일 낭만주의 화가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가 그린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 폭발의 전과 후 독일 농촌 풍경. 왼쪽은 폭발 5년 전인 1810년의 작품이고, 오른쪽은 폭발 직후인 1816년의 작품이다. 1만2000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의 풍광을 이렇게 바꾸어 놓을 정도로 대단한 위력을 보여줬던 1815년 탐보라 화산 분화와 946년 백두산 화산 분화는 거의 같은 규모였다. 출처: 퍼블릭 도메인
19세기 독일 낭만주의 화가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가 그린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 폭발의 전과 후 독일 농촌 풍경. 왼쪽은 폭발 5년 전인 1810년의 작품이고, 오른쪽은 폭발 직후인 1816년의 작품이다. 1만2000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의 풍광을 이렇게 바꾸어 놓을 정도로 대단한 위력을 보여줬던 1815년 탐보라 화산 분화와 946년 백두산 화산 분화는 거의 같은 규모였다. 출처: 퍼블릭 도메인

이 사실이 2002년 초쯤 재조명되면서, 백두산 폭발론은 한동안 우리 사회의 최대 관심사가 됐었다. 이때 가장 열띤 논쟁을 일으킨 논점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그 무렵 한창 진행중이던 분화 전조 현상이 천 년 전 밀레니엄 폭발과 같은 거대 분화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에 관련된 것이며, 또 하나는 그렇게 엄청난 폭발로 인해 당시 백두산 인근 국가였던 발해가 멸망한 게 아닌가 하는 추론이었다. 물론 이 추론은 또 다시 백두산 폭발로 우리도 망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과 이어져 있다.

이 두 논점은 백두산의 폭발과 그것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한반도에 사는 우리라면 몰라서는 안 될 문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우선 백두산 폭발이 임박해 있는가 하는 문제다. 어떤 화산이 언제 어느 정도의 규모로 폭발할 것인가를 정확히 예측하는 일은 누구도 할 수 없을 것이다. 화산 폭발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하며, 그 요인들은 자연현상으로서 각각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화산 폭발의 원리에 대해서 요즘은 초등학교 교과서에서도 다룬다. 땅 속의 지각활동이 활발해지면, 지판의 경계면 등 땅덩이와 땅덩이의 이음매가 약한 곳에 생긴 틈으로 온도가 높은 지각 물질, 즉 마그마‧수증기‧화산재 등이 분출되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잠시 생각해보자. 지각활동은 늘 일정한 강도와 빈도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백두산만 보더라도 엄청난 규모의 밀레니엄 폭발 이후 천 년 이상 거의 잠잠했고, 그 사이 크고 작은, 그러나 밀레니엄 폭발과는 비교도 안 되게 규모가 작은 화산 분출이 불규칙하게 있었다. 그렇다면 땅 속을 들쑤셔 화산, 지진 등을 일으키는 지각활동은 언제, 무슨 이유로 활발해지는가?

그동안 설명 없이 지나갔던 이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최근 선진국의 과학자들이 답을 내놓기 시작하고 있다. 예를 들면, 2012년 독일지구과학연구센터 헬름홀츠학회의 노르베르트 노와치크 박사팀은 지구자기장이 특별히 약해지는 시기에 초대형 화산 폭발이 있었음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즉 땅 속 깊은 곳의 지각활동은 하늘 높은 곳의 지구자기장 상태와 밀접한 관련 속에서 움직인다는 것이다.

지구자기장과 화산 분화의 원리. 제공: 이진아
지구자기장과 화산 분화의 원리. 제공: 이진아

위 왼편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지구자기장은 지구를 둘러싸서 외부 우주로부터 유해광선을 차단해주는 거대한 에너지 막이다. 외부 우주에서 강한 우주 전자파가 지구로 향해 쏟아질 때 지구 중심부의 내핵과 외핵이 그에 반응해서 움직이는데, 이 움직임이 거셀수록 맨틀의 물질도 거세게 움직이고 그것은 부풀어서 지각을 압박하게 된다. 압박이 충분히 강하면 지각의 약한 틈에서 균열이 생기며 지각 물질이 분출되는 화산활동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연구성과들은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미국의 미국항공우주국(NASA), 유럽연합의 ESA 등의 주도로 연구용 인공위성을 많이 띠워, 우주와 지구의 상호작용을 심도 있게 연구하게 되면서 나오게 된 것들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아주 단순하고 당연한 이치다.

지구를 구성하는 물질 중 가장 비중이 큰 것은 철 성분으로 전체의 32%가 넘는다. 철분은 주로 중심부인 내핵과 외핵에 모여 있어 80%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외핵에서는 뜨겁게 녹아 유동성이 큰 상태로 존재한다. 이런 지구에 외부 우주로부터 강한 전자파가 덮쳐오면, 그 자기 에너지에 반응해서 지구 내부의 유동성 물질이 끌려 올라가는 듯한 용트림을 하는 건 당연한 현상이다. 마치 자석이 쇳가루를 사정없이 잡아당길 때처럼 말이다.

지구를 단번에 속속들이 뒤흔드는 것은 외부 우주로부터 오는 거대 규모의 전자파 흐름이란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태양풍이 있다. 물론 이런 변화를 막아 지구 환경을 안정시키는 지구자기장이라는, 거대한 장막 구조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지구자기장은 에너지의 막이므로, 주변 우주 환경과 지구 내부 및 표면에서 일어나는 에너지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옅어졌다 짙어졌다 한다.

지구자기장 밀도는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푸른색이 짙을수록 밀도가 낮으며, 붉은 색이 짙을수록 밀도가 높다. 사진 출처: ESA 홈페이지 게재 지구자기장 밀도 변화 동영상 캡쳐. 동영상 링크: https://www.esa.int/ESA_Multimedia/Videos/2014/06/Earth_s_ever-changing_magnetic_field
지구자기장 밀도는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푸른색이 짙을수록 밀도가 낮으며, 붉은 색이 짙을수록 밀도가 높다. 사진 출처: ESA 홈페이지 게재 지구자기장 밀도 변화 동영상 캡쳐. 동영상 링크: https://www.esa.int/ESA_Multimedia/Videos/2014/06/Earth_s_ever-changing_magnetic_field

이런 변화의 흐름 가운데 지구상 어떤 지역, 예를 들면 동아시아의 상공에서 지구자기장이 특히 약해졌을 때, 마침 외부 우주로부터 강한 전자파가 지구로 쏟아져 들어온다고 하자. 이렇게 되면 다른 곳보다 특히 동아시아 지역은 더욱 강력한 전자파를 뒤집어쓰게 될 것이다. 이 지역 땅 속, 지구 내부 깊은 곳의 금속 성분이 나선형으로 끓어오르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지진과 화산 등 지각활동이 활발해진다.

나선형으로 끓어오르는 엄청난 규모의 철 성분의 움직임은 동시에 강력한 자기장을 발생시킨다. 그 자기 에너지는 지구자기장막에 더해지면서 밀도를 높인다. 동아시아 상공의 지구자기장 밀도가 낮아서 이런 움직임이 촉발됐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밀도가 점점 더 높아지며, 그와 함께 외부 우주로부터 오는 전자파를 막아주는 힘이 커지게 된다. 마치 구멍 뚫린 지붕을 수선하듯, 지구는 시스템 자체로서 셀프 A/S를 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지구 내부가 안정되고 지각 활동이 둔화된다.

2002년부터 2005년 초까지 백두산이 갑자기라도 터져 나올 듯 여러 가지 화산 분화 전조 현상이 심했다가 다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잠잠해졌던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지구 내부가 들끓는다 하더라도 바로 화산이 폭발하는 등 엄청난 재해가 발생하는 건 아니다. 지구는 자체적으로 외부로부터의 위험에 대비하여 스스로 평형을 유지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부에서 잡아당기는 힘이 충분히 크고, 지각의 방어력이 아주 약한 곳이라면 화산이 폭발한다. 아주 단순하게 말해서 화산은 외부 우주 전자파의 끌어당기는 힘과, 그것으로부터 지구를 보호하는 힘의 균형관계가 깨질 때 생기는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백두산은 활화산으로서는 방어력이 아주 강한 안정된 산이지만, 그 상공에서 지구 내부의 금속 성분을 잡아당기는 힘이 특별히 강해지면 분화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은 이 힘의 균형관계가 어떻게 되어 있는 상황일까?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이진아 환경생명 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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