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1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 가상자산을 말하다’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1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 가상자산을 말하다’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11월 30일 있었던 전체회의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를 1년 유예하는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당초 내년 1월 1일부터 부과되기로 예정되어 있었던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과세가 1년 늦춰져 2023년 1월 1일부터 이루어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이루어진 세금 포퓰리즘, 대선 매표행위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하고 있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의 원칙을 훼손하는 일이고, 대선을 앞두고 가상자산 투자에 관심이 높은 젊은층의 민심을 끌어안기 위해 여야가 합의해 과세를 무력화한 것이어서 유감스럽다는 취지다. 특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9월까지만 해도 고위 당·정·청 협의에서 “가상자산 양도차익에 대해 예정대로 내년부터 과세한다”고 최종 합의한 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선후보인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지난 11월 가상자산 과세유예를 공식화하자 태도를 바꿨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결국 20~30대 청년층의 표심을 잡으려는 세금 포퓰리즘에 굴복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가상자산 법·제도 보완부터

외관상 이러한 비판은 일단 타당하다. 여당에서 예정대로 과세가 될 것이라 밝혀왔는데, 대선후보가 나서니 입장을 180도 바꿔 과세를 유예하는 것으로 입장을 변경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고 보면 가상자산 과세유예는 여당이 아닌 야당, 즉 국민의힘에서 예전부터 주장해온 것이기도 하다. 그 이유도 단순히 포퓰리즘에 기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어떻게 보면 여당이 갑자기 입장을 선회하여 야당의 의견을 채택한 것인데, 여당의 태도 변화를 포퓰리즘이라 비난할 수 있겠지만 야당이 주장해온 ‘가상자산 과세유예’가 단순히 표심 때문에 나온 정책이라 보기도 어렵다.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가상자산 과세 1년 유예를 공식화한 시점이 2021년 11월 10일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앞선 10월 13일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은 가상자산 과세 1년 유예 및 공제한도 상향(250만원→5000만원)을 골자로 하는 소득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 5월 가상자산 정책을 보다 면밀하게 살펴보고 논의하기 위해 가상자산특별위원회를 발족했는데, 동 특위에는 성일종·윤창현·이영 의원 등 현직 의원뿐만 아니라 황석진 동국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등 외부 전문가들도 참여했다.

필자도 외부 전문위원으로 참가했던 위 특위에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도 사실상 전무한 상황에서 세금만 부과하는 것이 타당한지(실제 개정 특금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내부자 거래나 시세조종 등을 막을 장치는 전무하다), 개인 지갑을 통한 거래에 대해서는 어떻게 과세를 할 수 있을 것인지, NFT 등 기존의 암호화폐와 다른 형태의 가상자산은 세금 부과 대상이 되는지 등이 종합적으로 논의되었다.

이러한 숙고 과정을 거쳐 무리하게 과세를 하기보다는 그 시기를 늦춰 가상자산에 대한 법·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한 후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논의가 이어졌고 이를 기반으로 관련 법안도 마련되었다. 단순히 표심을 얻기 위해 가상자산 과세유예 법안이 나온 게 아니었다.

과세 시스템이 충분히 구축되었나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11월 30일 이루어진 국회 기획재정위 의결에 앞서 “과세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으나 선뜻 여기에 동의하기는 어렵다.

대표적으로 최근에 디지털 뉴트렌드로 급부상한 NFT의 경우 과세대상이 되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혹자들은 NFT의 경우 특정금융정보법상 ‘가상자산’에 해당하므로 당연히 과세대상이 된다고 보기도 하지만, 일각에서는 개별 NFT의 내용에 따라 달리 보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NFT의 경우 기존의 암호화폐와 다르므로 특정금융정보법상 가상자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아예 과세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견해도 있다.

과세 인프라가 구축되었다고 한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지난 10월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NFT는 아직까지는 가상자산이 아니지만 NFT도 가상자산에 포함해달라는 요구가 있어서 가상자산 범주에 들어가는지 자체를 검토 중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이러한 견해에 따른다면 NFT는 가상자산이 아니므로 과세대상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 불과 이틀이 지난 10월 8일 국감에서 금융위원회는 NFT가 가상자산이 아니라고 “명확하게 이야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리고 지난 11월 17일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서 NFT에 대한 과세 가능성을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현행 규정으로도 NFT에 대해 과세도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10월 6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NFT가 아직까지 가상자산이 아니다”라고 한 발언과는 상당히 배치되는 내용이다.

한편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 11월 23일 원칙적으로 대부분의 NFT는 가상자산이 아니지만 일부는 현행 특정금융정보법상 가상자산에 해당하므로 세제 당국이 과세할 근거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위와 같이 여러 정부 부처 관계자들이 언급한 내용만 보더라도 NFT가 가상자산인지, 과세대상이 되는지 여부에 대한 해석과 뉘앙스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 어떻게 보면 NFT 거래가 과세대상인지 여부에 대해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부정설, 도규상 금융위 부위원장은 긍정설, FIU는 절충설을 내놓고 있는 셈이다. 일반 국민 입장에서 어느 견해가 최종적인 과세당국의 견해가 될지 예측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NFT에 대해 세금이 부과된다는 거야 만다는 거야?’에 대한 답은 ‘그건 그때 가서 국세청이 판단하기 나름이야’ 정도가 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과연 과세 시스템이 충분히 구축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지 의문이 있다.

법률 없이는 납세의무도 없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어야 한다는 원칙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우리 소득세법은 열거된 소득에 대해서 세금을 부과하는 열거주의 과세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때문에 세금을 부과하려면 명확히 법에 어떤 소득이 과세대상이 되는지 정해야 한다.

‘가상자산’의 양도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 과세를 하기로 했지만, 정작 여기에서 말하는 가상자산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부처마다 의견이 다르다. ERC-20 토큰은 가상자산이어서 과세대상이 되고, ERC-721 토큰은 가상자산이 아니어서 과세대상이 되지 않나? 투자나 결제 수단으로 사용되는 NFT만 가상자산이라고 판단한다면 그 근거는 무엇인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지침에 그러한 내용이 나온다고 하지만 우리나라 법인 특정금융정보법에 그러한 내용이 전혀 없는데 법 해석을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이런 의문들에 답할 수 있어야만 과세를 할 논리가 생긴다.

가상자산 과세를 불과 1개월 앞둔 시점에서 NFT만 하더라도 이와 같이 정리되지 않는 부분이 상당하다. 개인 지갑 간 거래, 해외거래소에서의 가상자산 취득 시 그 취득가액 산정 문제 등 여타 문제까지 고려하면 상황은 훨씬 복잡하다. 표심을 떠나 가상자산 과세유예가 필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정재욱 변호사ㆍ법무법인 주원 파트너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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