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photo 뉴시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photo 뉴시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예상을 뒤엎고 검찰이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줄곧 무죄를 주장해온 윤 의원 측에서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분위기다. 하지만 그동안 열린 재판을 꾸준히 지켜봤던 지역 법조계나 정치권에서는 의외로 ‘도 아니면 모’ 식의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재판 중 검찰에서 핵심 증거로 재판부에 제출한 증언이 뒤집어지고, 윤 의원에게 유리한 새로운 증언도 잇따라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수사부터 기소까지 전부 함바 브로커로 유명한 유상봉씨의 진술에 의존해 이뤄진 측면이 있는데 최근 유씨가 그동안의 진술을 뒤집는 자필진술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이 진술서에는 유씨가 오히려 윤 의원의 총선 경쟁자였던 안상수 전 국민의힘 의원 측 사주를 받고 윤 의원을 고소했다는 내용도 등장하고 있다. 또한 안 전 의원 부인과 유씨의 측근 박모씨가 직접 만나 “이번 사건이 잘 마무리되면 담당 경찰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말해 진급을 시켜야 한다”는 녹취록까지 새로 공개되면서 일각에서는 기획 수사 의혹까지 나오는 형국이다.

검찰은 지난해 4·15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윤 의원이 함바 브로커 유상봉씨에게 선거운동을 돕는 대가로 금전적 특혜를 줬다는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윤 의원을 기소한 바 있다. 총선을 앞두고 유씨는 윤 의원의 지역구 내 경쟁자였던 안상수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전 의원의 비리 혐의가 담긴 진정서 및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에 안 전 의원은 윤 의원이 유씨를 사주해 자신을 낙선시키기 위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윤 의원과 유씨를 고소했다. 이어 유씨는 작년 7월 KBS 등을 통해 “윤상현 의원의 사주를 받았다”는 내용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다.

검찰은 고소 사주 뒤에는 윤 의원 측과 유씨 간 금전적 대가가 오갔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의 ‘더블트리 바이 힐튼호텔 & 레지던스’ 함바식당 운영권 △롯데백화점 일산점과 구리점 입점권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윤 의원이 유씨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지인을 소개해줬다는 점도 검찰은 유착관계의 정황적 증거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가까운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유씨가 수감을 앞두고 녹내장으로 인한 실명의 어려움을 겪자 형집행정지가 가능한지 여부와 유력 정치인과 건설사 관련 금전적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해와서 채동욱 전 검찰총장,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정성호 의원, 아산병원 관계자를 소개해줬을 뿐”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윤 의원 변호인 측은 “윤 의원의 성격상 억울한 민원이라고 판단해 지인들을 소개해준 것이 전부”라고 했지만 검찰은 대가성이 있는 ‘거래’라고 판단한 것이다.

기소 후 몇 차례 진행된 재판에서는 윤 의원이 이 사건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들을 반박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할애됐다. 우선 경기도 분당 정자동 힐튼호텔 함바식당에 대해서는, 윤 의원이 부탁해 함바 운영권이 주어진 것이 아니라 평소 동향 사이로 가깝게 지내던 유씨 아들과 윤 의원의 전 보좌관 사이에 선거와는 상관없이 이뤄진 것이며 이 과정에서 윤 의원은 전혀 연관되어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언론 등에서는 호텔 공사현장 함바운영권을 유씨 아들이 가져가는 과정에서 롯데가 사위인 윤 의원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에서는 정자동 힐튼호텔 공사현장의 현장소장이 함바 운영업자를 못 구하던 중 롯데건설 본부총무팀에 함바 운영자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했고, 롯데건설 측이 현장 요청에 앞서 이미 윤 의원 전 보좌관 측으로부터 함바 자리가 나오면 소개해줄 지인으로 유씨 아들의 연락처를 받은 상황에서 양측을 연결시켜준 것으로 확인이 됐다. 이에 대해서는 윤 의원 전 보좌관, 유씨 아들, 롯데 측 관계자가 법원에 출석해 해당 내용을 증언했다. 롯데백화점 입점권에 대해서 아들 유모씨는 “혜택이라고 할 만한 규모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아들 유씨는 “백화점에 일주일 ‘떴다방’처럼 놓인 매대에서 잠깐 장사한 게 혜택이냐”라며 반박했다.

‘함바왕’ 진술 신빙성이 재판 좌우

경찰과 검찰은 유상봉씨의 진술과 정황 증거 등을 바탕으로 윤 의원을 기소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유씨의 진술이 또 한 번 바뀌었다. 유씨는 지난 8월 11일 검찰청에 우편을 보내 ‘윤상현과 조 보좌관에 대한 사기 고소사건을 취소한다’는 내용으로 고소취소장을 작성했다. 취소장에서 유씨는 ‘사실오인으로 인해 윤상현, 조모 보좌관을 고소했으나 고소를 취하한다’고 적었다. “윤상현 의원의 사주를 받았다”고 보도한 KBS 인터뷰와는 정반대의 내용을 법원에 제출한 것이다. 오히려 유씨는 “안상수 전 의원이 건설 현장 함바를 약속하면서 윤 의원을 모함하라고 시켰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지난 8월 27일 인천지법에서 열린 검찰 신문 과정에서 증인으로 나선 유씨는 ‘왜 주장을 번복하느냐’는 질문에 “안 전 의원 측과 연락을 하던 지인 박모씨로부터 2000만원 이상의 금전과 더불어 지속적으로 회유 협박을 받았다”고 답했다. 유씨는 이날 “안 전 의원 부인과 연락했던 박모씨가 내게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를 하며 허위 증언을 하라고 요구했다”며 “대가성 거래를 받아들여 허위 증언을 했지만, 아들까지 재판에 휘말리는 것을 보고 마음을 고쳐먹었다”는 취지로 대답했다.

이 과정에서 윤 의원의 변호인 측에서는 이번 수사가 처음부터 안상수 전 의원이 개입한 기획 수사라는 주장까지 제기했다. 지난 11월 11일 변호인 측은 유씨 측근 박모씨와 안 전 의원 부인 김모씨가 나눈 대화 녹취록을 증거로 제시했다. 박씨는 유상봉씨에게 지속적으로 윤 의원을 모함하라며 협박했다고 윤 의원 측이 주장하는 인물이다. 녹취록에서 안 전 의원의 부인 김모씨는 윤 의원과 유씨의 수사를 전담한 인천경찰청 수사팀 관계자의 이름을 언급하며 ‘진급시켜줘야 한다’는 발언을 한 음성까지 담겨 있다.

김모씨 “지금 우리 이○○이가 뭐죠? 지금 현재 직함이? 경위인가? (…)”

박모씨 “글쎄요. 직함을. 제가 안 물어봐서 모르겠네요. 경위인가?”

김모씨 “경위인가 우리 의원님이 그렇게 얘기하시던데. 아니지. 이거 끝나면 바로 이제 그 장관한테 진급시키라고 할라고.”

박모씨 “예, 알겠습니다. 제가.”

김모씨 “그 고생한 사람들 몇 명 있잖아? 그 팀들 전부 다 고생했잖아.”

실제로 녹취록에 등장하는 이모 경위는 윤 의원을 기소한 후 특진했다. 이런 증거들이 수사 과정에서 제시됐지만 검찰은 일단 윤 의원에게 징역 5년에 해당하는 중형을 구형했다. 결국 사건은 재판부가 유씨의 진술신빙성을 얼마나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씨가 동종 전과가 있는 데다 그동안 경찰과 검찰수사 재판과정에서 진술이 계속 바뀌었고 언론 인터뷰 때의 말도 달랐다. 따라서 어느 단계에서의 유씨 진술이 가장 신빙성이 있는지 여부가 사건의 유·무죄를 판단할 결정적 요인이 될 전망이다.

재판에서 새롭게 공개된 사안에 대해 안상수 전 의원은 주간조선과의 통화를 통해 “경찰이 내 얘기를 듣고 수사를 하느냐, 증거를 갖고 하는 거지. 나나 아내나 박모씨랑 아무 관계없는 사람”이라며 “박씨는 시행사인가 뭔가 한다고 사무실 몇 번 들락거렸고 전에도 자기 필요한 내용만 골라서 법원에 제출하고 그랬다. 나와는 통화 한두 번 한 게 전부”라고 해명했다. 또한 안 전 의원은 “(기획 수사나 경찰 진급 등에 대해서는) 난 전혀 모르는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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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혁진 기자 / 조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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