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하체운동인 ‘런지’ 동작에서의 앉은 자세. ⓒphoto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기초 하체운동인 ‘런지’ 동작에서의 앉은 자세. ⓒphoto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하는 움직임은 무엇일까. 포유류는 할 수 없는 ‘직립보행’이 아닐까. 우리에게 두 발로 걷고 달리는 행위는 너무 당연하고 익숙하다. 하지만 하나하나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생각보다 많은 신체 능력을 요구한다. 우선 두 발, 한 발로 균형을 잡을 수 있어야 하고 팔다리가 앞뒤로 교차할 때 안정적으로 협응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내딛는 발, 하지는 체중이 옮겨와 실리는 순간 지지하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뒤에서 밀어주는 발, 하지는 몸을 앞으로 추진하는 힘을 생성해야 한다. 이때 몸통 근육은 과도한 비틀림이 발생하지 않도록 중심축을 지키며 회전 움직임을 부드럽게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발의 아치는 탄력적이어야 하며 발가락은 몸의 균형을 위해 미세한 조절을 반복할 수 있어야 한다.

지극히 익숙한 움직임이지만 발부터 고관절, 척추 전체에 이르기까지 전신의 운동감각이 발달돼야 안정적으로 걷고 달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아기가 두 발로 우뚝 선 뒤에 기우뚱거리며 앞으로 걸음마를 떼는 모습을 떠올려 보면 이해가 쉽다.

성장발달 과정에서 학습된 이 직립보행 능력은 매우 자연스러운 신체 능력이지만 계속 사용하고 관리하지 않으면 점차 약화된다. 어릴 때는 몇 시간이고 뛰어놀아도 발이나 무릎, 허리 어느 곳도 아프지 않지만, 성인이 된 뒤에는 안 하던 조깅 등으로 발바닥이나 무릎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는 노화의 산물이 아니라 방치와 무관심이 낳은 결과에 가깝다.

‘런지’ 동작에서의 선 자세. ⓒphoto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런지’ 동작에서의 선 자세. ⓒphoto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런지 동작과 유사한 일상에서의 ‘계단 오르기’. ⓒphoto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런지 동작과 유사한 일상에서의 ‘계단 오르기’. ⓒphoto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걷기’보다 더 큰 움직임으로 하체 강화

따라서 우리는 별도의 ‘운동’을 실천해야만 자연히 학습하여 발달시킨 신체 능력을 유지할 수 있다. 데드리프트, 스쿼트와 더불어 가장 기초적인 하체운동인 ‘런지(lunge)’는 걷고 달리는 데 필요한 근력과 근지구력을 관리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동작이다. 〈사진1〉이 런지 동작이다. 런지는 일반적으로 걷고 달리는 움직임보다 더 큰 범위로 다리를 움직이게 한다. 무릎도 많이 굽히고 신체의 위아래 움직임도 크다. 양발을 앞뒤로 비대칭하게 둔 상태에서 스쿼트를 반복하는 셈이다. 인체의 기능을 유지하고 발달하기 위해서는 일상적인 수준을 넘어선 점진적인 과부하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런지는 걷기와 유사한 움직임이지만, 걷고 달리는 수준보다 큰 범위에서 체중 부하를 견딘다는 면에서 탁월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런지의 운동 효과는 <사진3〉처럼 계단을 오를 때의 동작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계단을 성큼성큼 큰 보폭으로 오르면 한두 개 층만 올라도 제법 다리가 힘들고 숨이 찬 경험을 누구나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걷는 움직임이지만 런지를 수행하듯 무릎도 더 많이 굽혀지고 다리도 상하 전후로 더 크게 움직여진다. 앞으로 내딛는 다리가 매번 런지를 수행하는 셈이다. 이처럼 런지는 단순히 허벅지 근육을 발달시키기 위한 운동 동작이 아니라 걷고 달리며 계단을 오르는 등의 일상에 필수적인 움직임을 재학습하고 강화하는 운동이라 할 수 있다.

런지를 처음 연습할 때는 위에서 내려왔다 올라가는 것보다 아래에서 시작하는 것을 권장한다. 정지된 상태에서 지면을 누르고 하체 힘을 발휘하는 감각을 익히기 더 쉽기 때문이다. <사진1〉처럼 무릎을 골반 수직 아래에 위치시켜 지면에 놓는다. 앞으로 뻗은 다리의 발은 무릎의 수직 아래 또는 그 근처에 오도록 한다. 스쿼트와 데드리프트를 연습할 때처럼 척추는 바른 정렬을 유지한 상태여야 한다. 이때 자신의 골반을 양손으로 잡고 좌우 높낮이를 조절해보는 게 좋다. 골반을 하나의 커다란 그릇이라 생각하고 그릇 안에 가득 찬 물이 앞뒤 좌우 어디로도 흐르지 않도록 유지해보자. 골반의 위치가 안정적으로 조절돼야 척추를 견고하게 세울 수 있고 다리도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무게중심이 앞으로 과도하게 쏠린 잘못된 자세. ⓒphoto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무게중심이 앞으로 과도하게 쏠린 잘못된 자세. ⓒphoto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무릎이 안쪽으로 무너진 잘못된 자세. ⓒphoto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무릎이 안쪽으로 무너진 잘못된 자세. ⓒphoto 임화승 영상미디어 기자

골반, 무릎의 균형 유지 중요

무릎을 꿇은 시작 자세를 잘 만들었다면 이제 런지로 일어나볼 차례다. 앞에 위치한 발로 지면을 강하게 눌러 일어난다. 이때 상체를 앞으로 기울여 기대기보다는 정수리가 하늘로 길게 뽑혀 올라가듯 곧게 서는 연습을 해보자. 계단을 걸어 올라갈 때 매 걸음마다 앞으로 상체를 갸우뚱 숙이며 걷지 않듯, 런지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행해야 한다. <사진2〉처럼 지면을 강하게 눌러 일어서면서 뒤에 있던 발을 앞에 위치한 발 옆으로 가져온다. 균형을 잡기 어려운 사람은 이때 양발을 모두 지면에 내리고 바르게 서는 연습을 한다. 여유가 된다면, 뒤에서 앞으로 온 발을 가볍게 들고 한 발로 서서 균형을 잡은 채로 동작을 마무리하는 것도 좋은 운동이 될 수 있다. 다시 한 발을 원래 있던 위치로 내려 무릎을 꿇은 자세로 동작을 이어갈 수도 있고, 앞으로 걸어가듯 이동하며 워킹 런지를 반복할 수도 있다.

런지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은 무게중심의 이동을 조절하는 것이다. <사진4〉처럼 선 자세에서 다시 무릎을 꿇는 자세로 내려갈 때 지나치게 앞으로 골반과 몸을 기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자세는 상체를 지나치게 앞으로 기대어 움직이거나, 골반을 앞으로 밀어서 이동하는 습관이 있는 경우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때 체중은 앞에 위치한 발에 집중될 뿐만 아니라 무릎이 발끝을 과도하게 넘어가면서 뒤꿈치가 떨어지게 된다. 만약 무릎이 약하거나 하체 근력이 충분하지 않다면 이러한 자세는 무릎에 많은 스트레스를 가할 수 있다. 따라서 다양한 런지 변형 동작을 익히기 전에 양발이 고르게 지면을 누르고 양다리 사이에서 무게중심을 균형 있게 유지하며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체중을 많이 지지하는 앞에 위치한 발뒤꿈치로 지면을 강하게 눌러 하체 전체의 근육이 고루 작동할 수 있도록 한다.

발아치가 불안정하거나 발목이 뻣뻣한 경우, 또는 엉덩이를 비롯한 주요 하체 근육의 기능이 약한 경우 <사진5〉와 같이 무릎이 안으로 많이 무너지는 자세로 런지를 수행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엔 성급하게 런지의 반복 횟수를 늘리기보다 무릎을 꿇은 시작 자세에서 무릎과 발끝 방향 정렬을 먼저 익히는 게 좋다. 무릎과 발끝이 정면을 향한 상태에서 지면을 눌러 살짝만 일어났다, 시작 자세로 돌아가는 연습을 반복한다. 무릎이 흔들리지 않고 힘을 쓰는 방법을 연습한 뒤 런지 동작을 이행하면 보다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장소협조 : 비욘드 PT&필라테스〉

이우제 퍼스널트레이너·요가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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