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11일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 앞에서 동물보호 활동가들이 ‘고어전문방’ 동물학대를 주도한 이모씨에 대한 강력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photo 동물권단체 카라
지난해 11월 11일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 앞에서 동물보호 활동가들이 ‘고어전문방’ 동물학대를 주도한 이모씨에 대한 강력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photo 동물권단체 카라

지난해 초 ‘동물판 n번방’ 사건이라 불리며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던 ‘고어전문방’ 동물학대 사건 1심 판결 내용을 두고 사법기관의 동물보호 의식 수준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어전문방’은 동물학대를 모의하며 관련 사진과 영상을 공유해온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다. 이곳 채팅방 참여자들은 실제 각종 도구를 이용해 동물을 난도질한 후 유혈이 낭자한 사진, 토막 난 동물 사진 등을 다수 주고받았다. 사람 신체 자해 모습이나 사탄 숭배 사진 등도 공유됐다. 수위는 날을 거듭할수록 높아졌고 청와대 국민청원에선 처벌 요구가 빗발치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해 4월 이를 주도한 이모씨 등을 동물보호법, 야생생물보호·관리법, 총포화약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고, 검찰은 이씨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하지만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11일 징역 4개월에 벌금 100만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는 데 그쳐“솜방망이 처벌”이란 비판을 샀다.

동물권단체 ‘카라’는 지난해 말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해당 법원 판결문을 넘겨받았는데, 여기엔 재판부가 인정한 이씨의 범죄사실이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적시되어 있다.

‘야생동물인 고양이에게 화살을 쏘아 척추와 허리를 관통시켜 쓰러지게 하고, 자신을 쳐다보는 고양이에게 다가가 단도로 목을 베어내 야생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학대’ ‘죽은 참새를 이용해 고양이를 포획틀로 유인한 다음 포획틀을 발로 차고, 포획틀을 들고 자신의 집으로 이동하는 등의 방법으로 야생동물을 포획·감금하여 고통을 주는 학대’ ‘단도를 이용하여 토끼 목 뒷부분을 일부 잘라 상해를 입힌 다음, 움직이지 못한 채 피를 흘리며 누워있는 토끼를 들어 동영상을 촬영한 후, 다시 단도로 목을 절단하여 토끼를 죽음에 이르게 하였다’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신체적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촬영한 사진과 영상물을 전달’.

재판부는 일련의 범죄사실에 대해 “죄책이 가볍지 않고 피고인의 평소 대화 내용까지 더하여 볼 때 피고인은 생명체에 대한 존중의식이 미약하였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피고인이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면서 범행 이후 동물보호를 위한 활동을 하는 등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점, 피고인의 가족들이 피고인이 건전한 사회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다짐하고 있는 점, 피고인이 초범인 점 등에 비추어볼 때 피고인에게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양형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카라’의 최민경 활동가는 “잔혹성이 큰 데다 계획적으로 이뤄진 범죄행위임에도 피해 대상이 ‘동물’이라는 이유만으로 집행유예를 내렸다. 법원 판결이 대중 인식이나 사회적 기대를 여전히 따라가지 못함을 보여준다”라고 지적했다. 카라 측은 기소되지 않은 일부 고어전문방 참여자들이 또 다른 동물학대방을 운용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점, 이런 동물학대가 실제 사회범죄로 이어질 여지가 크다는 점 등에서 보다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지난해 항소를 확정했다. 올해 안으로 2심 재판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카라를 비롯한 동물보호단체에선 2심 재판 엄벌 촉구 탄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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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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