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6일 ‘수소탄 실험을 성공했다’는 북한 당국의 성명을 듣고 환호하는 평양 시민의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photo 연합
지난 1월 6일 ‘수소탄 실험을 성공했다’는 북한 당국의 성명을 듣고 환호하는 평양 시민의 모습을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photo 연합

2016년 새해 벽두부터 몹시 우울한 소식이 들려왔다. 북한이 1월 6일 아침 10시30분 4차 핵실험을 단행했는데, 그 핵실험은 “수소폭탄 실험”이며,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발표한 것이다. 북한은 한술 더 떠서 “그 수소폭탄은 100% 북한 기술로 이루어진 것”이며 “다른 나라로 기술이전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동안 북한이 수소폭탄을 만들 기술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대체로 부정적 견해가 많았다. 그리고 1월 6일 실험한 폭탄은 그 파괴력으로 보아 수소폭탄이라고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 미국 언론은 북한의 4차 핵 실험의 수소폭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며칠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이 진짜 수소폭탄을 터뜨린 것인가의 여부와 관계없이 북한은 수소폭탄의 보유를 꿈의 목표로 삼고 매진해 왔다. 핵폭탄은 쓰겠다고 만드는 무기가 아니다. 쓸 것이라고 위협함으로써 위협받는 상대방으로 하여금 아예 싸우지도 않은 채 굴복하도록 하는 무기다. 갈등하는 두 나라 중 한 나라는 핵무기가 있고, 다른 하나는 핵무기가 없는 경우 “핵무기가 없는 나라는, 마치 일본이 그러다가 죽은 것처럼 대들다 죽든가 혹은 미리 항복하는 방법 등 두 가지 옵션이 있을 것”이다. 역사상 최고의 국제정치학자였던 한스 모겐소(Hans Morgenthau) 교수의 핵무기의 효과에 관한 분석에서 인용한 말이다.

전쟁을 하지도 않은 채 이길 수 있는 무기가 되기 위해서는, 그 무기는 가능한 한 폭발력이 막강할수록 좋다. 그래서 원자폭탄(Atomic Bomb)을 처음 발명한 미국은 1952년 원자폭탄보다 최소 100배 이상의 폭발력이 나오는 수소폭탄(Hydrogen Bomb)을 발명한 것이다. 여기서 원자폭탄, 수소폭탄, 핵폭탄(Nuclear Bomb) 등은 뭐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겠다. 우선 원자폭탄과 수소폭탄은 모두 핵반응을 이용한 무기이기 때문에 통칭해서 핵폭탄이라고 부른다. 원자폭탄은 핵의 분열(fission), 수소폭탄은 핵의 융합(fusion) 과정에서 나오는 막강한 폭발력을 사용한다. 원자폭탄은 플루토늄과 우라늄탄으로 구분되는데 사용한 원료에 따른 구분이다.

인간은 화약을 발명한 이후 폭발력을 계산하는 단위로 TNT 톤(ton)을 사용했다. 재래식 폭탄 중 제일 폭발력이 큰 포탄은 뉴저지(New Jersey)급 전함의 16인치 주포에 사용되는, 거의 장독만 한 크기의 폭탄인데 그런 포탄의 폭발력이 1t을 약간 넘는 수준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중간 규모의 폭격기들이 탑재할 수 있는 폭탄의 양이 1~2t 정도였다.

수소폭탄 한 발이 도쿄대공습 600회 위력

그러던 중 2차 대전 말엽에 핵폭탄이 발명되었다. 1945년 7월 16일 미국 뉴멕시코주 알라모 고도에서 처음 핵실험이 있던 날 핵 과학자들은 폭발력이 예상보다 압도적으로 막강하다는 사실에 놀랐다. 당시 핵실험은 지상에서 행해졌는데 원자폭탄이 폭발될 때 발생한 섬광(閃光)은 마치 ‘해가 두 개 뜬 날’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강렬했다. 히로시마에 투하되어 순식간에 8만명의 인명을 앗아간 우라늄탄은 파괴력이 1만2000~1만5000t으로 추정된다. 이때부터 폭발력 측정 단위로 킬로톤(kt·kiloton·1000t)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오늘날 미국을 비롯한 5대 핵 강국의 핵폭탄은 모두 수소폭탄인데, 수소폭탄의 폭발력을 측정하는 단위는 메가톤(Mt·megaton)이다. 1Mt은 100만t을 의미한다.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소형 대륙간 탄도미사일 ‘미니트맨 Ⅱ’에 장착된 핵탄두가 1Mt짜리다. 구소련이 보유했던 최대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SS-18에 장착되었던 핵탄두는 무려 20Mt이었으며, 소련이 실험한 최대의 탄두는 57Mt에 이른 경우도 있었다. 미국보다 미사일의 정확성이 떨어지는 소련은 폭탄을 크게 만듦으로써 불리함을 상쇄하고자 했다. 16Mt짜리 소련 핵폭탄이 파괴할 수 있는 면적을 미국은 1Mt짜리 4발로 파괴할 수 있었다.

생각없이 ‘메가톤’을 막 말하고 있지만 1Mt은 히로시마 폭탄 70~80발의 폭발력을 의미한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폭격작전인 1945년 3월 11~12일 밤새도록 도쿄 시내를 강타했던 도쿄대공습 작전에서 미국은 B-29 폭격기 334대를 동원, 총 1665t의 각종 포탄을 퍼부었다. 하룻밤 동안 진행된 도쿄대공습으로 인한 피해는 사망자만도 10만명이 넘었다. 현재 미국이 보유한 작은 수소폭탄 한 발은 도쿄대공습 600회에 해당하는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

히로시마가 폭탄 한 발에 사라지는 것을 본 미국의 전략이론가 버너드 브로디는 이제까지의 군사전략은 무용지물이 되었다며 핵폭탄을 ‘절대병기(Absolute Weapon)’라고 명명했다. 단 한 발로 세계의 어떤 대도시라도 다 파괴해 버릴 수 있는 수소폭탄이야말로 절대병기 중의 절대병기다.

북한은 이제 절대병기의 보유가 확실한 단계에 이르렀다. 북한의 핵무기가 진실로 수소폭탄이라면, 그리고 그 수소폭탄을 미사일에 장착하는 날이 오게 된다면, 대한민국은 북한의 각종 위협 앞에 “단호하게 대처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론상 원자폭탄의 파괴력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훨씬 어려운 기술이 필요한 수소폭탄의 폭발력은 이론적인 한계가 없다고 한다. 수소폭탄마저 보유한 북한과 무슨 수로 싸울 수 있겠는가? 북한이 그토록 핵무기를 보유하겠다고 애쓴 목적이 바로 “싸우지 않은 채” 대한민국을 굴복시키는 데 있는 것 아닌가?

이론적 한계가 없는 수소폭탄의 파괴력

대한민국 정부와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을 폐기시키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지 않았느냐는 반문도 나올 수 있지만 이제는 솔직해져야 할 시간이 되었다. 이제껏 사용했던 어떤 방법도 북한의 핵보유를 막는 데 아무런 긍정적 도움도 되지 못했다고 인정해야 한다. 효과는커녕 오히려 북한에 원자폭탄을 수소폭탄으로 바꾸어 만들 수 있는 시간만 벌어줬다. 6자회담, 모여서 성명서 낭독이나 하는 유엔의 규탄 등은 이미 북한의 행동을 바꿀 수 없음이 증명되었다. 아마도 당분간 대한민국은 또다시 ‘북한의 행동을 용납할 수 없다’는 각종 규탄 성명을 남발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들은 3차 핵실험 후에도 있었고 10년 전 1차 핵실험 직후에도 있었다.

북한은 대한민국과 국제사회의 대북 규탄이 별 의미가 없음을 잘 안다. 한국 군함이 격침당했는데도 금강산 관광을 중지시키지 않았던 나라가 대한민국이었다. 말로만 하기에는 이미 시간이 너무 늦었다. 북한을 제재하려거든 진정 북한이 아파할 수 있는 수단을 택해야 한다. 북한의 핵실험은 북한의 대전략(Grand Strategy)에 의거한 행위다. 우리도 국가 대전략에 의거한 대책을 찾아야 한다. 북한의 핵개발 목적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막을 방법이 무엇인지를 찾아낸 후 이를 실현하기 위한 행동을 당장 실천에 옮겨야 할 때다.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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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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