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지난 1월 21일 새누리당에 입당한 3선의 조경태 의원. ⓒphoto 연합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지난 1월 21일 새누리당에 입당한 3선의 조경태 의원. ⓒphoto 연합

지난 1월 26일 저녁 부산 사하구 장림시장 인근의 한 고깃집. 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지만 일을 마치고 지인들과 삼삼오오 어울려 술 한잔 기울이는 주민들로 북적였다. 술을 권하고 안주를 먹으면서 이런저런 재미난 이야기들을 나누다가도 이야기의 종착역에 늘 등장하는 인물이 있었다. 이곳을 지역구로 하고 있는 조경태 의원이었다. 회사원 강모(48)씨는 “야당 역할 제대로 하라고 지금까지 뽑아줬는데 이럴 수 있으예?”라면서 “아픈 조강지처 버리고 떠난 거 아입니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행은 “맞다, 맞다”며 “대가를 치를끼다”라고 동조했다. 조 의원의 더불어민주당 탈당에 대한 ‘배신감’이 그대로 묻어났다. 하지만 “오죽했으면 탈당까지 했겠습니꺼?”라며 “새누리당 가서 4선 하면 지역에 더 잘할 수 있지예”라며 두둔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20년 동안 몸담은 야당을 떠나 새누리당에 전격적으로 입당한 조경태 의원의 정치적 선택이 ‘신의 한 수’가 될까, 아니면 그 반대가 될까. 조 의원이 더민주당 내에서 미운 오리 취급을 당한 측면도 있지만 자신의 정치적 생명 연장을 위해 반대편 새누리당으로 간 셈이어서 지역 주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3선을 하면서 쌓은 자신만의 노하우에 새누리당이라는 정통 지지 기반을 더할 경우 조 의원의 4선 고지는 무난히 달성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조 의원은 2012년 19대 총선에 출마, 사하을에서 58.2%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부산 금정구에서 66%를 득표한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에 이어 부산지역 국회의원 가운데 득표율 2위를 차지했다. 새누리당 텃밭이라고 불리는 부산에서 야당의 간판을 달고 그 같은 득표율을 기록한다는 것은 경이적이다. 사하을에서는 2012년 12월 문재인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41.2%, 2014년 6월 지방선거 중 민주당 광역의원 비례대표 득표율이 33.7%에 머물렀다. 반면 새누리당 후보와 정당득표율은 각각 58.7%와 56.6%로 과반을 넘었다. 조 의원 개인의 지지도와 새누리당 정당지지도가 합쳐지면 ‘조경태+새누리당=당선’이라는 공식이 성립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재지지 비율 부산 현역 중 2위

올해 초 부산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조 의원에 대한 재지지 비율은 49%로 조사 대상 부산 현역의원 16명 가운데 2위였다. 1위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로 54.6%였다. 의정활동 평가에서는 긍정평가가 72.4%에 달했다. 긍정평가 비율이 70%를 넘은 경우는 조 의원이 유일했다. 사하을 정당지지도(새누리당 49%, 더민주 19.6%, 안철수신당 8.2%)를 감안하면 조 의원의 ‘실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다. 사하을에 누가 와도 조 의원을 대적하기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는 근거이기도 하다.

이 같은 지지의 배경에는 조 의원의 탁월한 지역구 관리가 근간을 이루고 있다. 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는 부분이다. 시장 상인의 아들로 알려진 그는 상인들을 포함한 지역 주민들과 대화 나누는 것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다대동에 사는 김모(56)씨는 “지역민들이 하는 이야기를 빠뜨리지 않고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것이 고마웠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지하철 왕’이라는 별명도 있다. 초선 의원 시절 9500억원이 투입되는 ‘부산 지하철 1호선 다대포 연장’ 사업을 이뤄 지역구에 지하철이 다닐 수 있도록 했다. 지반이 약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사업인데 부산대에서 토목공학과 박사까지 받은 전문지식을 활용해 ‘특수공법’ 적용을 주장했다. 지역주민 서명을 받고, 온갖 곳을 다니며 설득작업도 펼쳤다. ‘일 하나는 잘한다’는 여론은 그때부터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야권 성향의 표심이 ‘조경태 심판’의 방향으로 돌아서는 등 각종 ‘반(反)조경태’ 정서가 거세질 경우 조 의원의 입지가 상당히 위험해질 수 있다는 시각도 만만찮다. 먼저 조 의원을 지지하던 유권자 중 반(反)새누리당 표가 조 의원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이 높다. 장림동에서 25년째 살고 있는 주민 이모(62)씨는 “야당에서 3선이나 한 의원이 반대편 정당으로 간 것을 어떻게 지지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최근 각종 선거를 통해 확인되고 있는 사하을 지역의 야권 고정 지지층 30~35%가량이 무소속이나 안철수신당행은 몰라도 조 의원의 새누리당행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30~35%의 야당 지지표를 제외하면 조 의원의 단수 지지율은 최대 20%대 초중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 사하을에서 더민주당 예비후보로 나서거나 거론되고 있는 몇몇은 조 의원과 오랫동안 정치 행보를 같이해온 인물들이어서 조 의원의 ‘변절’과 약점 등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수 있어 조 의원에게 적지않은 타격을 줄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 하부조직의 불만

여기에 여야 모두를 좋아하지 않는 상태에서 조 의원 개인을 보고 지지했던 중도 성향의 유권자 상당수가 새누리당을 선택한 조 의원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새누리당 지지 성향의 유권자들이 조 의원을 반드시 지지한다는 보장도 없다. 조 의원의 영입과정에서 불만을 품고 무소속으로 나가는 예비후보들이 있으면 새누리당의 표가 분산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조 의원을 제외한 사하을 새누리당 예비후보자만 6명이다. 이들은 “부산 사하을 공천후보를 100% 여론조사 경선으로 진행하겠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지역에서 12년 동안 국회의원을 한 조 의원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또 조 의원에게 맞서기 위한 예비후보들 간의 후보단일화 논의까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총선 예비후보뿐 아니라 시·구의원, 핵심당원 등 새누리당 하부조직이 갑자기 들어온 조 의원과 조 의원 사람들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조 의원과 함께 탈당한 구의원 3명의 합류로 지방선거에서 자신의 공천권을 위협받게 된 이들이 조 의원에 쉽게 협조하기는 힘들 것이다. 실제로 새누리당 사하을 조직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새누리당 사하을 조직이 조 의원에 대한 불만 등으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부산시당은 조 의원의 입당에 대해 시당 차원의 환영 논평도 내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큰 변수는 역시 야당 후보로 누가 나오는지다. 문재인 대표와 같은 거물급 인물이 ‘조경태 심판’을 명분으로 맞대결을 펼칠 경우 사하을 지역은 전국적 관심을 받으면서 야권 표의 집결을 이끌어내 조 의원을 곤경에 빠뜨릴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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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경훈 조선일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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