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5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건너다본 개성공단 모습. ⓒphoto 연합
지난 2월 15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역에서 건너다본 개성공단 모습. ⓒphoto 연합

지난 2월 10일 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지구관측위성을 가장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해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의 결정을 내렸다. 그동안 정부는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 2013년 북한의 일방적인 개성공단 폐쇄, 2015년 목함지뢰사건 등 연이은 대형 도발에도 불구하고 남북경협의 상징성을 고려하여 개성공단만은 유지해 왔다.

지난 2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연설에서 밝혔듯이 연이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으며 결국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이용되는 것을 막고, 유엔과 국제사회에 실효적이면서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단안을 내린 것이다.

이러한 조치에 대응해 북한은 2월 11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을 통해 개성공단 폐쇄와 자산동결, 남측 인원 전원 추방, 군사분계선 전면 봉쇄, 군사통제구역 선포, 군통신과 판문점 연락통로 폐쇄를 선언하였다. 특히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시킨 대가가 얼마나 혹독하고 뼈아픈 것인가를 몸서리치게 체험하게 될 것이라고 협박하였다.

문제는 이른바 한국 사회 내 햇볕론자들과 이에 부응하는 정치세력과 종북세력 및 좌파언론들은 한목소리로 마치 개성공단 폐쇄 때문에 엄청난 안보위기가 발생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진실의 왜곡’이다.

이들의 핵심 논거는 다음과 같다. 원래 개성공단 부지에는 남침 주력부대인 북한 2군단 6사단과 65포병여단이 주둔했는데 개성공단이 조성되면서 이들 병력과 포대가 후방으로 10∼15㎞ 이동했고 그 결과 북한의 기습공격 능력도 많이 약화되어 우리가 커다란 안보 혜택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을 폐쇄함으로써 다시 북한군의 전진배치가 이뤄져 군사적 완충장치가 사라졌고 안보위협이 가중되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개성공단 폐쇄를 ‘전쟁이냐 평화냐’라는 구도로 악의적으로 증폭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는 전혀 다른 주장이다.

체제 불만으로 이어질 듯

첫째, 개성지역을 담당하는 북한군 6사단은 개성공단 조성과 관련 없이 원래 그곳에 주둔해 왔다. 현재 개성공단 자리에는 북한군이 과거에도 현재에도 주둔한 적이 없다. 다만 개성공단 인근에 있던 3개 대대와 증강된 1개 중대도 개성공단 조성 후 개성 후방으로 간 게 아니라 공단 인근으로 재배치되었을 뿐이다. 따라서 개성공단 폐쇄로 그 자리에 북한군이 이동 배치되어 안보 불안이 가중된다는 주장은 허구이다.

둘째, 북한군 6사단은 전연(전방최일선)부대 특성상 당연히 전쟁이 발발할 경우 서울 등 수도권을 기습 공격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이다. 또 62포병연대의 경우 170㎜ 자주포와 240㎜ 방사포 등으로 무장하여 수도권을 직접 타격하는 부대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 부대와 관련 없이 북한은 휴전선 155마일 전역에서 상시적으로 안보위협과 긴장을 조성해 왔음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다. 그런데 개성공단 폐쇄로 없어졌던 안보위협이 갑자기 가중된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은 북한의 대남 전쟁위협 등 대남 심리전에 동조하는 주장에 다름 아니다.

셋째, 개성공단 폐쇄를 ‘평화를 접고 전쟁하자는 것이냐’로 몰고 가는 주장은 북한의 대남 심리전을 그대로 대변하는 논리이다. 실제 북한은 제4차 핵실험과 개성공단 폐쇄조치 이후 연일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대남매체를 총동원하여 전쟁위협을 선전선동하고 있다.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직후에 지방선거가 실시되었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이 있기 전 지자체 선거 구도는 ‘민주세력 대 반민주세력’의 구도였다. 그러던 것이 천안함 폭침 이후에는 ‘평화세력 대 전쟁세력’의 구도로 재편할 것을 북한이 선동했다. 당시 북한은 보수 후보를 ‘친미사대세력, 썩은 세력, 파쇼세력, 6·15 반대세력=전쟁세력’으로, 자칭 진보민주 후보를 ‘반미자주세력, 깨끗한 새 세력, 개혁세력, 6·15 지지세력=평화세력’ 등으로 대립시키며 선동했다. 그러나 북한 노선에 동조하는 세력이야말로 전쟁세력이며, 자유민주체제를 수호하려는 세력이 바로 평화애호세력인 것이다. 반문명적인 수령절대주의 폭압체제인 북한 김정은 정권을 옹호, 대변하는 세력이야말로 전쟁세력인 것이다.

향후 개성공단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북한이 개성공단을 자체적으로 가동, 운영하거나 중국 등 외국계 자본을 끌어들여 공동 또는 위탁 운영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성공단을 가동시키려면 막대한 전력과 공업용수를 자체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이런 기반시설을 갖추려면 상당한 시간과 경비가 소요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설령 북한이 총력지원하여 공단을 재가동하여 물품을 생산해도 이의 판로가 보장되지 않아 채산성이 전혀 없다.

제3국 자본 유치는 더 어려울 것이다. 이미 국제사회에서 북한에 투자했던 기업들이 막대한 손실만 보고 철수한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북한은 프랑스의 자본과 기술을 들여와 류경호텔 공사에 나섰지만 프랑스 기술진에 공사 대금을 체불하고 계약을 지키지 못하면서 공사가 지연됐다. 결국 1992년 프랑스 회사가 철수하면서 공사가 중단된 뒤 아직까지 완공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2008년 북한에 ‘고려링크’란 회사를 세워 이동통신 사업을 펼쳐온 이집트의 ‘오라스콤’도 북한에서 휴대폰 사업으로 6억5000만달러를 벌었지만, 북한 당국이 외화 반출 승인을 내주지 않아 수익금을 한 푼도 회수하지 못하고 결국 철수했다. 2012년 중국 랴오닝성 소재의 시양그룹도 북한 광산사업에 투자했다가 한 푼도 건지지 못하고 쫓겨난 사례 등 비일비재하다.

개성공단의 폐쇄는 5만4000여명의 북한 측 근로자와 그들의 가족 20여만명의 생계문제가 직접 걸려 있는 사안이다. 북한당국의 감시와 억압 등 공포정치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 폐쇄가 개성 주민들의 체제 불만으로 이어져 장기적으로는 김정은 집단의 명줄을 재촉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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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국가정보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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