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5E에 장착된 B61-12 전술핵 폭탄.
F-15E에 장착된 B61-12 전술핵 폭탄.

북한의 4차 핵실험이 우리에게 준 교훈은 많지만, 확실한 것은 한 가지이다. 북한의 핵개발은 절대로 대미(對美) 협상용이 아니며, 이란과는 달리 어떤 반대급부를 제시해도 핵을 내려놓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얼마 전 미국의 보도에서 알 수 있듯이 자신들이 핵을 보유한 현 상태로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고, 유엔군 사령부를 없앤 후에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려는 것이 북한의 목표이다. 북한이 주장하는 ‘비핵화 없는 평화협정’이란 총을 든 강도 앞에 서 있던 경찰을 돌려보내는 행위이다.

북한의 핵은 날이 갈수록 고도화하고 있다. 4차 핵실험에서는 아직 수소탄까지 가지 못했다는 분석이 다수이지만, 미국도 북한이 원자탄 수준의 핵탄두는 최소 10발 이상 보유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언제라도 이를 미사일에 탑재하여 대한민국을 공격할 능력을 갖춘 것만큼은 사실로 보아야 한다. 특히 북한은 스커드 노동 미사일 등 600발이 넘는 SRBM(단거리탄도미사일)을 이미 갖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한반도를 지옥으로 만들 수 있다.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 아니라면 본토가 공격당할 리 없는 미국과는 달리 우리는 북한의 핵 위협을 이미 받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결국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만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사실 대한민국 스스로 핵무장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대한민국은 이미 원전을 수출하고 차세대 핵융합로를 개발할 만큼의 원자력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으로 플루토늄 재처리도 제한적이나마 가능해졌다. 이미 사정거리 500㎞의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미미사일협정 개정에 따라 사정거리 800㎞도 가능하다. 토마호크와 같은 순항미사일도 이미 보유하고 있다. 결국 기술력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인 셈이다.

NATO 5개국은 미국과 전술핵 공유

하지만 대한민국 스스로 핵개발을 선언할 경우, 북한의 핵개발을 막아설 명분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 또한 독자적인 핵개발은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 물론 아직까지 미국에서는 우리의 핵개발론을 미국의 핵우산과 안보공약에 대한 불만 정도로 이해하고 있지만 만약 독자적 핵개발이 우리 정부의 정책으로 공식화될 경우 미국과의 충돌은 물론이고 최악의 경우 한·미 안보동맹 자체가 파기될 위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받고 있는 게 전술핵이다. 자국을 포함하여 30개국 10억여명에게나 제공되는 미국의 핵우산에만 기대지 말고 바로 북한 핵을 맞받아칠 수 있는 미국의 전술핵을 다시 들여오자는 주장이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지난 2월 1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전술핵 도입을 공식 제기했고 노재봉·이한동 전 총리 등을 포함한 각계 원로 236명이 2월 17일부터 전술핵 재배치 촉구 국민서명운동에 돌입했다. 과거 주한미군에 배치돼 있던 전술핵은 노태우 정부가 비핵화를 선언하면서 전량 철수했다.

전술핵 재도입과 관련해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상은 NATO(북대서양조약기구)다. 현재 미국의 전술핵은 NATO 회원국 가운데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그리고 터키 등 5개국에 배치돼 있다. 이들 NATO 회원국들은 미국과 핵공유협정을 맺고 B61 폭탄 등 전술핵을 자국에 배치해 놓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비핵보유국이지만 전시에는 미국이 제공하는 전술핵 무기를 쓸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예컨대 이들 국가의 전투기들은 재래식 폭탄뿐 아니라 B61 전술핵 폭탄을 투하할 훈련을 하고 있다. 조종사들은 핵무기 사용에 관한 특별훈련을 받으며, 이들 조종사와 전투기가 배속된 부대는 NATO 핵전쟁 계획에 따라 임무를 수행하도록 훈련하고 있다. 물론 전술핵 사용도 미국 대통령의 명령에 의해서 결정되지만 어느 표적을 향해 어떻게 핵무기를 사용할지 정하는 것은 해당 NATO 회원국들이다. 형식은 미국 대통령의 명령에 의해서 핵공격이 실행되고 회원국들은 조종사와 전투기를 제공하는 것뿐이지만 실제 전쟁이 발발하면 핵무기를 사용하는 주체는 이들 회원국이 된다. 일단 전투기에 핵무기가 탑재돼 핵 암호코드가 입력된 후 비행임무가 시작되면 핵 무장의 통제는 오로지 조종사의 판단에 달려 있는 셈이다.

이러한 핵공유협정은 고도로 정치적인 측면이 있다. 일단 핵무기 자체의 소유권은 미국에 있기 때문에 전시에 어떤 곳에 핵무기를 활용할지 사전 계획단계에서부터 철저하게 미국과 NATO의 통제를 받는다. 즉 엄청난 정치적 신뢰를 바탕에 깔아야 핵무기를 공유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핵공유협정은 NPT의 본질에 위반되는 행위라는 지적도 있다. NPT 기본 규정에 따르면, 1974년 이전에 이미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가 아니면 핵무기를 개발할 수도, 보유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일단 전쟁이 나는 마지막 순간까지는 미국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강변이 가능하므로 핵공유협정하에서도 기술적으로는 NPT 규정이 지켜지고 있다는 반박도 할 수는 있다. 어차피 규정이란 강대국의 힘에 따라 해석의 방향이 바뀌기 마련이다. 요는 대한민국과 미국이 과연 NATO 회원국들처럼 핵무기를 공유할 수 있는 신뢰를 쌓고 있느냐의 문제이다.

B61-12 전술핵 폭탄. 정밀유도 능력을 갖춘 스마트 핵폭탄이다.
B61-12 전술핵 폭탄. 정밀유도 능력을 갖춘 스마트 핵폭탄이다.

정밀 유도·지하 관통 가능한 핵폭탄

우리가 다시 주목하는 전술핵은 전략핵과 비교되는 핵무기이다. 전략핵이란 적국의 전략적 시설을 파괴할 정도의 강력한 핵무기를 가리킨다. 사정거리 5500㎞ 이상의 ICBM급이거나 TNT 100kt 이상의 파괴력을 가진 핵무기를 가리킨다. 그러나 대한민국처럼 종심이 짧은 국가에서 전략핵을 쓴다면 한반도의 미래는 없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은 파괴력에, 제한적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전술핵이 한반도의 환경에 맞는다는 주장이 나온다.

미국은 당장 도입할 수 있는 전술핵 폭탄을 보유하고 있다. B61 폭탄이 대표적이다. B61은 원래 1968년에 처음 등장한 수소폭탄이다. 한 발당 300㎏이 넘는 무게에 길이는 약 3.6m에 이른다. 이 폭탄은 B-52, B-1, B-2 전략폭격기 삼총사는 물론이고 F-16이나 F-15E 등 전투기나 F/A-18 같은 함재기에도 탑재할 수 있다. B61은 최소 0.3kt의 전술핵에서부터 최대 500kt의 전략핵까지 다양한 모델로 생산되었다. 무려 10가지 모델이 있다. 이 중 B61-11은 무게 0.5t의 벙커버스터로 1997년 생산이 시작되었다. 이러한 B61 시리즈 가운데 가장 최근에 등장한 것이 B61-12로, 미국은 작년 북한의 지뢰도발과 포격도발 무렵 그동안 연구 개발해온 B61-12의 실전평가시험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B61-12는 파괴력이 50kt에 불과하지만 놀라운 정밀도를 자랑한다. 이 폭탄은 미국이 보유한 유일한 전술핵 유도폭탄으로 평가받는다. 핵무기임에도 불구하고 정밀 타격이 가능하고 벙커버스터처럼 지하로 뚫고 들어갈 수도 있다. 핵폭탄이지만 피해범위를 최소화할 수 있어 북한의 핵시설만을 제거하거나 참수작전용으로 제격이다. 미국은 2020년부터 기존의 B61 시리즈를 개조하는 등 B61-12를 본격 생산해 약 480발을 보유할 예정이다. 이 폭탄을 떨구는 플랫폼으로는 록히드마틴사의 F-35A가 선정돼 지금 한창 통합작업 중이다. 2025년부터는 F-35A에서 완벽하게 B61-12 투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목할 만한 것은 F-35A가 한국이 무려 7조3000억원을 들여 차기 전투기로 도입키로 결정한 기종이라는 점이다. 미국과의 정치적·군사적 신뢰를 NATO 수준으로 높일 수 있다면 B61-12와 같은 전술핵 폭탄을 우리가 운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중요한 것은 우리의 의지이다. 미국 지미 카터 대통령의 전술핵 철수를 막아냈던 박정희 대통령의 핵개발 시도 같은 과감한 결정을 지금 우리도 할 수 있는지 자문해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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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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