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공주·부여·청양에서 4선에 오른 정진석 당선자는 “가족의 응원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두 딸이 정 후보와 함께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photo 정진석
충남 공주·부여·청양에서 4선에 오른 정진석 당선자는 “가족의 응원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두 딸이 정 후보와 함께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photo 정진석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수도권은 물론 텃밭인 영남의 민심도 잃었다. 자성론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그나마 강세를 보인 지역은 강원과 충청권이다. 대전 충청 지역에서 당선된 새누리당 후보는 모두 14명. 이들 상당수가 지난 4월 20일, 대전에서 모임을 갖고 20대 국회에서 충청권의 역할에 대해 논의했다. 모임에서 주로 나온 대화는 “당이 어려울 때 당을 수습하고 이끌어가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14명의 새누리당 충청권 당선자 중 주목받는 인물은 공주·부여·청양 지역구에서 당선된 정진석 당선자다. 정 당선자는 이번 당선으로 4선 의원이 됐다. 지난 19대 총선에 서울 중구에서 출마해 낙선했던 정 당선자는 이번에 고향으로 돌아와 재기에 성공했다.

정진석 당선자의 4선은 쉽지 않았다. 충남 공주에서 시작해 6선을 지내고 충남도지사·내무부 장관을 역임한 고(故) 정석모 의원의 차남으로, 16대에 처음 국회에 입성했다. 당시 소속은 JP가 이끄는 자유민주연합. 그가 정치에 입문하게 된 것도 1999년 JP가 자민련 총재를 지낼 때 그의 특보로 시작한 것이다. 이른바 ‘충청 정통파’가 드물어진 요즘 정 당선자가 ‘JP의 후계자’라고 불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실제로 JP는 이번 총선에서 정 당선자의 후원회장을 맡아 표를 결집시키는 역할을 했다. JP는 선거가 끝나고 4월 18일, 충북 청주상당에서 당선된 정우택 새누리당 당선자와 정진석 당선자를 불러 “이제 충청에서 목소리를 낼 때가 됐다”고 말했다.

연거푸 낙선, 그리고 재기

2004년 17대 총선에서 정진석 당선자는 낙선했다. 탄핵 역풍과 행정수도 이전으로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에 민심이 기울었던 결과였다. 실제로 정 당선자가 출마했던 충남 공주·연기에서는 오시덕 열린우리당 후보가 당선됐다. 그러나 곧 오시덕 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하고 1년 만에 열린 재보궐선거에서 정 당선자는 재기에 성공했다. 18대 국회에서는 비례대표로 3선 의원이 됐다. 하지만 19대 총선에서는 고향 공주가 아닌 서울 중구에 전략공천됐다가 당시 민주통합당 정호준 후보에게 패했다. 곧이어 열린 2014년 지방선거에서도 충남도지사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이후 정 당선자는 고향 공주로 돌아와 밑바닥에서부터 차근차근 선거를 준비해왔다.

기자는 지난 4월 21일 지역에서 당선 인사를 하느라 분주한 정진석 당선자와 전화인터뷰를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이다.

- 공주·부여·청양은 서울의 3.5배 면적을 가진 거대한 지역구다. 선거 일정이 짧게 느껴졌을 것 같다. “매일 아침 새벽 5시에 일어나 자정 무렵 들어오는 일을 반복했다. 그런데도 매일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꼈는데, 아무래도 면적이 넓다 보니 차로 이동하는 시간이 많아서였던 것 같다. 가족의 도움이 컸다. 2005년 재보궐선거 때는 어리던 두 딸이 이제 어엿한 성인이 돼 함께 선거 유세에 나섰다. 아빠를 응원하는 피켓을 만들고, 함께 명함을 돌리다 보면 우리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눈길도 느낄 수 있었다.”

정 당선자가 정치 인생을 시작한 지역구는 충남 공주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 획정에서 공주가 부여·청양과 합쳐졌다. 공주의 현역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박수현 의원이었고, 부여·청양은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지역구였다. 정 당선자는 “부여·청양에서는 길어진 공백 상태를 채워줄 수 있는 역량 있는 인물을 원했다”며 “3선을 지내고, 다양한 정무 경험을 쌓은 것을 유권자들이 미더워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 오랜만에 발로 확인하고 느껴본 고향의 민심은 어땠나. “공주·부여·청양은 같은 백제문화권의 도시로, 백제역사유적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그러나 아직 이 지역은 많이 낙후돼 있고, 발전이 시급하다. 유권자들을 만났을 때 가장 와닿았던 감정은 그들의 ‘절망감’이다. 공주·부여·청양은 농촌 지역이다. 그런데 80㎏ 쌀 한 가마니의 가격이 겨우 12만5000원이다. 쌀 소비는 줄고, FTA 확대로 인한 타격은 농촌이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유권자들이 느끼는 절망감을 생생히 느꼈다. 그래서 유권자들에게 약속하기를, 이번 국회에 들어가면 이제 도시도 농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알리겠다는 것이었다. 농업이 우리 산업의 기반이라는 것을, 농업인에 대한 관심은 사회 전체 발전에 대한 관심이라는 것을 알리겠다고 약속했다.”

새누리당은 계파 해체 선언해야

다시 국회로 돌아온 정진석 당선자는 지도부가 와해된 새누리당의 원내대표 후보로 꼽히고 있다. 그는 19대 국회에서도 국회 사무총장을 지내는 등 원외에서 꾸준히 존재감을 드러낸 바 있다. 충청권 출신이 차기 여당 지도부는 물론 대선에서도 다크호스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면서 정 당선자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원내대표 후보로 꼽히고 있다. “이곳저곳에서 요청은 많이 들어오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 20대 국회에서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나는 정치부 기자 생활을 하면서 비판하는 능력을 배웠고, 3선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의정 활동에 대한 경험을 쌓았다. 청와대 정무수석과 국회 사무총장을 거치면서 조율하는 능력을 배웠고,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장을 지내며 의사진행 능력도 키웠다. 생각해 보면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이런 모든 경험이 나의 자산이 된 것 같다. 이런 자산을 바탕으로 국가와 사회에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 박근혜 정부의 남은 임기 동안 산적한 과제들을 해결하고, 경제 발전에 도움되는 역할을 할 계획이다.”

- 우리 정치가 극복해야 할 과제가 뭐라고 생각하나. “나는 우리 정치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국민의 정치 불신이라고 생각한다. 정치 불신은 계파와 분파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것들이야말로 이번 선거에서 국민들이 없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 부분이다. 지금 우리 당이 할 일은 당장 분파주의와 계파 해체를 선언하고 탈계파를 토대로 새롭게 당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제대로 된 정치 쇄신이 필요하다.”

정진석 당선자는 선친인 고 정석모 의원에 대해서 “한 톨 자기 욕심을 부리지 않고 우직하게 겸손한 모습을 보여준 정치인이었다”고 말했다. 정 당선자 역시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버지는 항상 ‘말보다 행동’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 역시 많은 말을 하기보다 행동으로, 지금 저의 결심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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