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5일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을 맞아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고 있는 김정은. ⓒphoto 노동신문
지난 4월 15일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을 맞아 평양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고 있는 김정은. ⓒphoto 노동신문

지난 4월 27일 북한은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명의로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를 2016년 5월 6일 평양에서 개회할 것을 결정한다”고 밝혔다. 1980년 10월 제6차 당대회 이후 무려 36년 만에 당대회를 개최하는 것이다. 2010년 당대표자회에서 당 규약이 개정되기 전의 당 규약(21조)에 따르면 북한은 5년에 한 번씩 당대회를 소집하게 되어 있었으나(개정 당 규약에서는 이 조항 삭제), 북한은 36년 동안 당대회를 개최하지 않았다. 이는 분명 비정상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북한은 7차 당대회 소집 건에 대해 두 차례 공식 언급한 바 있다. 1983년 7월 김일성은 ‘주체사상을 구현하기 위한 조선인민의 투쟁에 대하여’라는 연설을 통해 1986년에 7차 당대회를 개최할 것이라 발표했으나 불발에 그쳤다. 이후 김정일은 1984년 2월 발표한 ‘인민생활을 더욱 높일 데 대하여’라는 논문에서 “수령님께서는 인민생활을 한 계단 더 높이고 당 제7차 대회를 하여야 한다고 교시하였습니다”라고 밝혀, 당대회의 지연 이유가 ‘경제 문제’임을 시인한 바 있다. 당대회를 소집하게 되면 제일 먼저 당사업 전반을 총화(평가)해야 하는데 북한이 뚜렷이 내세울 성과가 없는 상태에서 ‘당대회’를 개최할 수 없었던 것이다.

김정은이 할아버지 김일성과 아버지 김정일 시대에도 개최하지 못했던 당대회를, 그것도 북한 경제 상황이 호전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집권 4년 만에 과감히 개최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

이 시점에서 김정은이 제7차 당대회를 소집하는 배경에는 세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김정은의 통치 자신감 표명이다. 김정일 사후 공포정치를 통해 3대 권력(당·정·군) 부문을 확고하게 장악했고 이제 제2의 김정은 통치시대를 열겠다는 지신감의 선언이다. 둘째, 북한이란 집단(국가가 아님)을 운영하는 데 있어 ‘절차적 정당성’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이번 당대회에서는 당 지도기관을 ‘선거’한다고 되어 있지만 이는 형식적 절차일 뿐 이미 김정은이 짜놓은 각본에 거수기 노릇을 한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다만 북한이 규정된 절차와 과정을 이행하는 정상적 집단이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셋째, 이른바 선대(先代) 수령(김일성·김정일)의 유훈인 적화통일과 강성국가 건설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는 것이다. 북한이 말하는 조선혁명의 위업이란 전 조선의 공산주의화(적화통일)의 달성이다. 강성국가 건설이란 ‘사상강국-군사강국-경제강국’을 통해 사회주의 강성국가를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30일 제7차 당대회를 5월 초순에 개최한다고 전격 발표한 이후 북한은 전 부문에서 당대회 준비에 박차를 가하며, 70일전투(2월 24일~5월 2일)를 독려한 바 있다. 3월 중순부터는 시도별, 각급 기관별로 대표자회를 열고 당대회에 참가할 대표자 등을 선거하여 추천했는데 4월 25일 양강도, 강원도, 황해남도 당대표회와 내각, 조선인민내무군, 철도성, 문화성 당대표회를 끝으로 북한의 12개 시·도 당대회와 각 기관 당대회가 완료되었다. 북한은 원래 내부적으로 5월 7일을 당대회일로 정했으나, 우리 국정원이 정확히 당대회일을 파악함에 따라 당대회일을 하루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조선노동당 규약 21조에 의하면 당대회는 당의 최고기관이다. 당대회에서는 △당 중앙위원회와 당 중앙검사위원회의 사업 총화 △당의 강령과 규약의 채택, 수정 보충 △당의 노선과 정책, 전략전술의 기본문제 토의결정 △당 제1비서 추대 △당 중앙위원회와 당 중앙검사위원회 선거 등을 하게 된다.

이번 당대회는 다음과 같이 진행될 것이다. △김일성·김정일 추모 묵상 △당대회 집행부 선거: 당대회 대표로 김정은 추대 등 △당 중앙위원회의 사업 총화(김정은) △당 중앙검사위원회의 사업총화: 당 재정사업 보고 △토론 △당 규약 개정 및 당 노선 토의 결정 △당 지도기관 선거 △당 중앙위 결정서 채택 등이다. 개회사와 폐회사 및 당 중앙위사업 총화는 김정은이 직접 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인물 재평가 기회

이번 대회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우선 제5차 당대회 이후 공개하고 있지 않는 당원 수를 공개할 것인가 여부이다.

둘째, 당 중앙위 사업총화 내용과 평가 수준이다. 총화에서는 김일성·김정일 업적 찬양사업(정성사업), 당 사상사업과 선군정치사업, 당 유일영도체계 구축사업, 강성국가 건설사업, 핵무력 및 경제건설 병진사업 등을 집중적으로 들먹이며 자화자찬하고, 향후 당의 비전인 강성국가 실현 과업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당 중앙위 결정서에 김정은이 핵무력과 경제건설 병진노선, 조국통일(대남혁명), 외교노선을 어떻게 담아낼지 지켜봐야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새로운 통일방안과 새로운 경제노선 등 정책노선을 제시할 것이라고 하나 필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북한은 여러 수식어로 새 정책노선을 과대포장하겠지만 이른바 조선혁명의 전통계승과 유훈관철이란 틀에 묶여 기존의 정책노선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넷째, 당 지도기관의 선거이다. 김정은을 당 제1비서로 만장일치 재추대하고, 당 중앙위원(후보위원 포함) 및 당 중앙검사위원을 선거할 것이다. 특히 새로운 중앙위원 중 민간관료와 군부인사들의 비중, 기술관료들의 분포 여부도 관심사이다. 일부에서는 이번 당대회에서 당 정치국 상무위원, 정치국 위원, 당 비서, 당부서장, 당 중앙군사위원 등을 선출할 것으로 전망하나 이들은 당대회가 아닌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선거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당대회 기간 중에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소집하여 이들을 선출할 것이다. 김정은의 행태상 이번에 선출되는 정치국 위원과 비서, 당 부서장 등의 기본적인 프로필이 공개될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 당국은 인물정보의 재평가 기회를 얻을 것이다. 또한 일부에서는 대대적인 상층부 조직 및 인사 개편 등 세대교체를 전망하지만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이미 김정은 집권 4년 동안 자신의 의지에 따라 세대교체가 반영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혁명의 선배를 존대해야 한다”는 김정일의 유훈에 따라 김영남(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혁명원로들은 상징적으로 당 직책을 유지할 것이다. 결국 북한은 이번 당대회를 통해 ‘제2의 김정은 통치시대’의 개막을 대내외적으로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핵 문제와 경제난 및 공포정치 강화 등으로 인한 당 간부 및 주민들의 불만 누적 등 장기적으로는 체제 취약성이 확산될 전망이다.

북한이 선대 수령의 유훈사업인 핵무력 건설의 완성을 의미하는 축포로 제5차 핵실험을 단행한다면 제7차 당대회 전인 5월 1~5일이 유력하다. 그러나 제5차 핵실험은 축포가 아닌 김정은 정권의 몰락을 재촉하는 ‘부메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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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국가정보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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