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007년부터 실전배치했다고 선전한 무수단 미사일.
북한이 2007년부터 실전배치했다고 선전한 무수단 미사일.

지난 3월 4일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 언론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직접 시험사격을 지도했다며 최대 사거리가 200㎞에 달하는 300㎜ 신형 방사포(KN-09)의 사격 장면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당시 조선중앙통신은 300㎜ 방사포가 “남조선 작전지대 안의 주요 타격 대상들을 사정권 안에 두는 정밀유도 체계를 갖춘 첨단 장거리 대구경 방사포 체계”라며 “파편지뢰탄, 지하침투탄, 산포탄에 의한 여러 가지 사격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중앙통신은 “고에네르기(고에너지) 물질을 혼합해 위력을 높인 방사탄 전투부의 파괴 살상력이 놀라울 정도로 위력(강력)하다는 것을 검증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300㎜ 방사포는 지난해 10월 대규모 열병식에서 처음으로 공개됐지만 몇 가지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우선 정확도가 높아 보이는 사진을 공개했다는 점이다. 북한 언론은 300㎜ 로켓이 200㎞나 떨어진 목표물에 정확하게 명중하는 모습을 공개해 로켓에 유도장치를 장착, 명중률을 높였을 가능성을 보여줬다. 당시 전문가들은 미국의 GPS 유도로켓처럼 러시아 글로나스나 중국 베이더우 시스템을 활용한 유도로켓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발사차량 형태가 달라졌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10월 열병식에 등장한 발사차량은 8개의 발사관을 묶어놓은 형태였지만 시험사격 때 공개된 것은 발사대가 박스형(상자형)으로 개량된 형태였다. 발사대 개량으로 로켓 재장전 속도가 빨라진 것으로 분석됐다. 북한은 중국의 WS-1B 다연장로켓을 모델로 300㎜ 방사포를 개발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발사관 숫자는 WS-1B의 2배다.

북한은 2주여일 뒤인 3월 21일에도 동해상의 작은 바위섬을 표적으로 300㎜ 신형 방사포를 시험사격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는 로켓이 동해상의 작은 섬에 있는 표적에 정확히 명중하는 장면도 포함돼 있다. 로켓이 표적의 십자선을 맞힐 정도로 정확했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유도로켓이라도 너무 정확도가 높다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유도로켓의 경우 보통 GPS(위성항법장치)와 INS(관성항법장치)를 사용하는데 정확도는 10m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GPS유도폭탄으로 크게 각광을 받고 있는 JDAM(합동직격탄)의 경우 최대 사거리가 300㎜ 신형 방사포보다 훨씬 짧은 28㎞에 불과하지만 GPS 유도일 때는 오차가 13m, INS 유도일 때는 오차가 30m에 달한다.

지난 3월 4일 북한이 공개한 300㎜ 방사포 시험 장면.
지난 3월 4일 북한이 공개한 300㎜ 방사포 시험 장면.

방사포 정확도 조작 가능성

때문에 북한이 공개한 수준의 정확도를 가지려면 열영상카메라 등 카메라나 레이저 유도방식이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300㎜ 신형 방사포는 형태와 구조상 카메라는 달려 있지 않다. 때문에 시험사격 당시 누군가가 표적 인근에서 레이저 광선을 표적을 향해 쏴주고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무기개발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정확도가 매우 높은 것처럼 조작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말고 분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설사 조작을 했더라도 300㎜ 신형 방사포가 기존의 240㎜·122㎜ 방사포보다 정확도가 높고 사거리가 훨씬 긴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에 새롭게 부상한 큰 위협이다. 현재 수도권을 위협하는 240㎜ 방사포(최대 사거리 65~80㎞)는 사거리도 짧을 뿐더러 유도장치가 없어 정확도가 떨어진다. 반면 300㎜ 신형 방사포는 최대 사거리가 200㎞에 달함에 따라 DMZ(비무장지대)에서 수도권과 오산·평택 기지, 서산·충주 공군기지는 물론 3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까지 사정권에 넣을 수 있다. 북한은 스커드 미사일로도 이들 목표물을 이미 타격할 수 있지만 로켓은 미사일보다 싸기 때문에 미사일보다 훨씬 많은 로켓탄을 퍼부을 수 있다.

더구나 현재 한국군은 물론 주한미군에도 이 로켓탄을 요격할 무기가 없다는 게 문제다. 군 당국은 방사포가 숨어 있는 갱도진지 등을 정밀타격하는 방안을 대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선제타격을 할 수 없어 첫 1격은 얻어맞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날아오는 로켓탄을 직접 맞혀 파괴하는 수단이 필요하다. 실제로 군 당국은 연평도 포격도발 사건 이후 2012년 이스라엘 요격미사일시스템 ‘아이언 돔(Iron Dome)’을 비롯, C-RAM(Counter-Rocket, Artillery, and Mortar) 체계 도입이 필요하다고 합참에 주장했다. C-RAM은 말 그대로 로켓탄, 포탄, 박격포탄을 요격하는 무기들이다. 여기엔 이스라엘·하마스 충돌 때 주목을 받은 아이언돔 외에 첨단 대공포, 레이저 광선 무기가 포함된다. 김정은은 300㎜ 방사포 개발을 직접 지시하고 지난 3년 동안 시험사격을 무려 13차례나 참관했다고 한다. 군 당국은 이 때문에 올해 중 실전배치 착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지난해 10월 열병식에 등장한 300㎜ 방사포.
지난해 10월 열병식에 등장한 300㎜ 방사포.

실패율 100% 무수단도 의문

300㎜ 방사포와 함께 최근 가장 관심을 끈 북한 무기는 무수단 미사일이다. 최대 사거리가 3000~4000㎞에 달해 미군 괌기지까지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무수단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이 지난 4월 세 차례나 발사됐지만 모두 실패했기 때문이다. 무수단 미사일은 극히 이례적으로 그동안 단 한 차례의 시험발사도 없이 2007년부터 실전배치됐다가 이번에 ‘실패율 100%’를 기록했다.

군 전문가들은 북한이 시험발사 없이 무수단을 실전배치했을 때부터 어느 정도 실패는 예견돼 있었다고 말한다. 북한이 시험발사 없이 무수단 미사일을 배치한 데엔 러시아(구소련) 커넥션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추정된다. 무수단이 구소련의 기술자와 기술을 빼돌려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인 SS-N-6(R-27)를 모방해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최대 역점 행사였던 7차 당대회를 앞두고 무수단 실전배치 후 약 10년 만에 처음으로 시험발사를 했다가 국제적인 망신을 당한 것이다. 김정은 명령에 토를 달지 못하는 북한의 경직된 의사결정 구조는 망신을 한두 차례가 아닌 세 차례나 당하게 만들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결함을 보완한 뒤 무수단 미사일을 반드시 재발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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