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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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4일 대구 수성을 지역의 주호영 의원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새누리당 공천에서 ‘컷오프’ 된 데 대해 탈당 선언과 함께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는 자리였다. 주 의원은 이 자리에서 “공천이 밀실, 사천, 계파 나눠 먹기로 점철되면서 국민주권과 당내 민주주의가 훼손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수성구민들의 직접 선택을 받겠다”던 주 의원은 무난히 4선 고지에 올랐다.

두 달이 지난 5월 25일 국회 의원회관 주호영 의원실은 평온하기만 했다. 하지만 공천 파동으로 새누리당을 탈당했던 다른 의원과는 달리 주 의원은 아직 복당 신청을 하지 않았다. “선거가 끝나고 나니 할 일이 더 많더군요. 당에서 해야 할 일이 없으니 요즘은 주로 지역구에 머뭅니다.” 주 의원은 “반드시 복당하겠지만, 아직 복당 신청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제가 복당 신청을 하지 않으니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복당 신청을 한 사람들도 보류 중에 있지만, 저는 당의 사과가 있어야 복당하겠다고 여러 번 밝혀왔습니다.” 누구의, 누구에 대한 사과를 말하는 것일까. “저 개인에 대한 사과가 아닙니다. 당 차원에서 이번 총선 공천 과정에서 있었던 논란과 총선 패배에 대해 국민과 당원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합니다.”

그러나 요즘 새누리당의 상황을 보면 사과를 할 주체도 명확하지 않다. “저는 당이 여전히 오만하다고 봅니다. 오만함 때문에 선거에 패했고 비판을 받았는데, 여전히 변화가 없습니다.”

‘불난 집에서 못 줍는’ 새누리당

주호영 의원 본인은 물론 주변에서도 그가 컷오프 될 거라고 예상하지 않았다. 국회에 입성했던 17대 총선부터 지금껏 주 의원이 선거에서 얻은 득표율은 65% 안팎으로 압도적인 수치였다. “대구에서도 유독 수성을 지역의 새누리당 지지율은 높은 편이었습니다. 그중에는 지역구에 몸 바쳐 일하는 저를 통해서 새누리당을 지지하게 된 유권자도 많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당은 이번 총선에서 수성을 지역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정했다.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이는 곳에 신인을 보내서 키우겠다는 얘기인데, 뒤집어 말하면 열심히 일한 사람은 물러나라는 아이러니한 얘기가 됩니다.”

만약 수성을 지역에만 해당하는 얘기였다면 주 의원이 탈당하면서까지 출마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는 새누리당의 공천 과정 전반에서 사욕(私慾)과 계파 권력을 강화하려는 ‘오만함’을 보고 이를 비판하기 위해 탈당했다고 말했다. 사실 선거 당일 전만 하더라도 그의 당선은 당연시되는 분위기였다.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도 주 의원이 새누리당 이인선 후보에 20%포인트 앞선다는 발표가 대다수였다.

뚜껑을 열어 보니 이인선 후보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35.5%의 지지를 받았다. “제 분석입니다만, 아마 평소에는 정치에 관심을 덜 가지다가 투표장에 가서는 새누리당을 찍은 유권자가 많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즉 공천 파동에도 불구하고 이 상황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하고 새누리당을 믿고 있던 유권자가 상당수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금 새누리당을 보면 그 유권자들마저 마음을 돌릴 상황이라는 것이 주호영 의원의 말이다. “불난 집에서 못을 줍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다 타버렸는데, 못 하나 줍겠다고 서성대는 걸 말하는 속담입니다. 지금 새누리당의 모습이 딱 그렇습니다. 유권자의 심판을 받았으니 기득권을 내려놓고 철저히 처음부터 시작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주 의원은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사과를 하려면 잘못을 인정해야 합니다. 잘못을 인정하고 나면 새로운 길이 보입니다.” 주 의원이 요구하는 사과가 ‘개인적인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저 개인에게 하는 사과가 아니라 당을 위해서, 국민을 향해 사과해야 합니다.”

최근 들어 주 의원의 동선이 정의화 국회의장과 겹치는 일이 잦았다. 일각에서는 정 의장이 퇴임 후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겠다고 여러 번 밝혀온 만큼 주 의원 역시 이에 합류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까지 나왔다. 그러나 주 의원은 “정 의장과는 원래 자주 만나고 상의하는 사이”라면서 “다른 길을 모색하기 위해 만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통합을 목표로 삼아야

이번 총선에서 대구 지역의 이변은 전국적 관심사가 됐다. 주 의원의 이웃 지역구인 수성갑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당선됐고, 북구을에서는 더민주를 탈당한 홍의락 후보가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주 의원은 이런 결과로 대구 지역에서 ‘협치’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원래 대구는 야도(野都)라고 불릴 정도로 야당세가 강하던 지역입니다. 다만 이 지역에서 대통령이 여러 번 배출되면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여론 때문에 여당 지지세가 높은 것처럼 보였던 것입니다.” 주 의원은 이번 총선 결과를 두고 “대구에 숨어 있던 야성(野性)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임기가 끝이 보이고, 오래 집권한 여당이 국민의 요구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이 길어질수록 야성도 살아날 겁니다.”

주호영 의원은 무엇보다 ‘통합’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실 통합은 굉장히 넓은 의미의 단어입니다.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것도 통합입니다. 빈부격차를 줄이고, 공정한 분배를 하면 저절로 사회가 안정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통일도 통합의 문제입니다. 당내 계파갈등 봉합도, 협치도 통합의 문제입니다.”

이 통합의 문제를 해결할 차세대 지도자는 누구일까.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박근혜 대통령처럼 뚜렷한 TK 대권 주자가 보이지 않는 요즘, 충청권의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유력한 대권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TK 중진 의원인 그는 반기문 대망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아직 반 총장과 개인적인 접점이 없어 사실 잘 모릅니다. 반 총장이 전 세계적인 지도자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인 분이라는 점을 존경하고는 있습니다.” 주 의원은 말을 아꼈다. “국내 정치를 어떻게 이끌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만 말했다.

당장은 20대 국회에서 중진 의원으로서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번 국회에서는 경제 분야 상임위에서 일해보고 싶습니다. 그동안 외교·안보·통일·국방 쪽에 집중해왔습니다만, 이제는 잘 모르는 분야에도 도전하고 싶어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우리 경제의 문제점은 뭘까. “도태한 산업은 정리하고, 새로운 기술과 산업이 진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억지로 도태한 산업을 살리려다가 양쪽 다 키우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노동 개혁이든 규제 완화든 다각적인 차원에서 신기술과 신산업을 키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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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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