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6월 22일 쏘아올린 무수단 미사일. 북한에서는 ‘화성’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photo 연합
북한이 지난 6월 22일 쏘아올린 무수단 미사일. 북한에서는 ‘화성’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photo 연합

북한은 지난 6월 22일 무수단 미사일 발사 실험에 성공했다. 사정거리가 대략 4000㎞ 정도 되리라고 판단되는 무수단 미사일은 북한에서는 ‘화성’ 미사일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비록 여러 차례 실패 끝에 이루어진 성공이지만 북한은 자신의 미사일들이 미국의 서태평양 기지인 괌, 오키나와를 충분히 타격할 수 있음을 과시했다. 김정은을 위시한 북한의 과학기술자들은 성공 사실에 환호했고, 그 사진들을 세계에 공개했다. 한국 정부 당국은 물론 국제사회를 경악시킨 이번 북한의 중거리 미사일 발사 성공은 북한이 그동안 집요하게 성취하기를 꿈꾸어왔던 ‘핵무기 체계’가 완성 단계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실제 북한이 핵무기 체계를 완성할 경우 한반도의 ‘전략균형’은 무너지게 된다.

그렇다면 ‘핵무기 체계’란 무엇이고 ‘전략균형이 무너지게 된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북한이 1954년 인민군을 재편하면서 핵무기 방위 부문을 설치한 것을 기점으로 삼는다면 북한의 핵개발 노력은 무려 60년도 넘는다. 당연히 북한은 여러 발의 핵폭탄을 만들어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nuclear armed state)’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핵폭탄은 보유하는 것 자체만으로는 별 의미가 없다. 원하는 표적에 핵폭탄을 투하할 수 있는 장치, 즉 운반수단이 함께 있어야만 한다. 운반수단과 핵폭탄이 결합되어야 ‘핵무기 체계’가 완성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상태다. 현존하는 대표적인 핵폭탄 운반수단은 미사일과 폭격기이다. 미사일은 그 속도의 빠름 때문에 탐지도 힘들고 요격하기도 힘들기 때문에 미사일과 핵폭탄이 결합되는 순간 가공할 만한 위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아직 북한의 핵폭탄이 너무 크고 무겁기 때문에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각종 미사일에 장착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판단되지만, 북한은 곧 핵무기의 소형화 및 경량화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보고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북한이 저토록 미사일 발사에 분주한 이유는 핵무기의 소형화·경량화 노력과 더불어, 더 큰 폭탄을 장착하고 더 멀리 더 정확하게 날아갈 수 있는 운반수단을 확보, 핵무기 체계의 완성을 하루라도 더 앞당기려 함이다.

북한이 핵무기 체계를 갖추는 날 북한이 택할 수 있는 전략의 범위는 대폭 넓어지게 된다. 대한민국의 주요 표적들을 핵 공격할 수 있게 된 북한은 한국에 각종 요구를 제시할 것이다. 한스 모르겐타우(Hans J. Morgenthau) 교수의 설명처럼, 대한민국은 핵으로 무장한 북한의 요구를 들어줄 것이냐 혹은 거부하다가 핵 공격에 의한 파멸의 위협을 감수할 것이냐 두 가지 옵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처절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북한이 미국과 ‘싸우려고’ 미국까지 갈 수 있는 핵폭탄을 만든다고 알고 있는 ‘전략적 문외한’들이 많다. 북한이 미국까지 날아가는 미사일 개발에 고심하는 이유는 미국의 개입이 없이 한국과 단둘이 현재의 상황을 결판내기 위해서다. 김일성이 살아 있었을 때 김정일이 했다는 말이다.

“수령님 대에 조국을 통일하자면 미국 본토를 때릴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마음 놓고 조국통일 대 사변을 주동적으로 맞이할 수 있다.”

김정일은 전략과 전쟁의 ‘역설적 속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핵무기 체계를 갖추는 날, 북한은 미국의 개입을 염려하지 않은 채 한국과 일전을 벌일 수 있다는, 전략적으로 지극히 타당한 언급인 것이다. 미국이 서울을 지키기 위해 미국의 대도시를 희생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런 사람들에게는 북한의 노력이 자멸을 초래할 허무한 것으로 보일 것이다.

무수단 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한 후 김정은이 기술진과 얼싸안고 있다. ⓒphoto 조선중앙통신
무수단 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한 후 김정은이 기술진과 얼싸안고 있다. ⓒphoto 조선중앙통신

北核에 대한 우리의 대책

우리는 그동안 북한의 미사일 실험 발사를 ‘예의주시’해왔다. 예의주시라는 말은 북한의 미사일을 정밀하게 관찰하겠다는 뜻일 것이다. ‘예의주시’에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을 방해하겠다, 혹은 미사일 기술의 진전을 막으려는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미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오늘과 같은 상황에 이른 것이다. 얼마 전 북한이 잠수함 발사 미사일 실험을 단행했을 당시, 한국 정부는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300㎞밖에 비행하지 못했다는 점을 근거로 ‘실패’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은 우리와 달리 이 실험을 ‘성공적 실패(successful failure)’라고 평가했다. 북한은 물속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공기 중으로 솟아올랐을 때 다시 분사장치가 가동되는 기술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북한은 김일성 시대부터 염원했던, 미국까지 갈 수 있는 핵미사일을 곧 실전 배치할 수 있다고 봐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북한이 핵무기 체계를 갖추는 날 우리는 마치 진짜 총으로 무장한 권총 강도를 만난 불쌍한 행인의 처지가 될 것이다. 불쌍한 행인은 돈을 빼앗기지만 목숨은 건질 수 있을 것이다. 핵무기 체계를 갖춘 북한의 목적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체제를 북한에 흡수하는 것이다. 핵무기를 갖춘 북한은 한국과 전쟁을 벌일 필요가 없다. 핵 공격을 위협함으로써 한국을 굴복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무기 체계 보유 노력은 ‘북한판 평화통일 전략’인 것이다. 북한은 한국을 핵 공격해서 잿더미로 만들 의도가 전혀 없다. 대한민국을 지금 그대로 접수하는 것이 북한의 핵전략이다.

북한이 핵무기 체계를 곧 완성할 것이라고 본다면 우리의 대책은 두 가지로 좁혀질 수밖에 없다. 하나는 북한이 핵무기 체계를 완성하는 것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는 것이다. 소위 ‘이스라엘식’ 방안도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이스라엘식 옵션은 결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 체계를 완성한 이후 ‘이스라엘식 옵션’은 원천적으로 고려 대상도 될 수 없다는 절박함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방안은 우리도 북한이 보유한 그런 무기 체계를 갖추는 것이다. 미국의 전술핵을 다시 들여와 배치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고, 우리 것을 만드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핵무장은 핵전쟁을 하자는 말이 아니다. 북한에 대한 전쟁억제(deterrence)력을 보유하자는 말이다. 이제 문자 그대로 북한 핵과 미사일의 위협은 임계점을 넘었다. 대한민국의 생과 사가 걸린 문제라고 생각하고 대처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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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 한국국가전략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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