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3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당대표 경선에 나선 이종걸·추미애·김상곤 후보(왼쪽부터)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8월 13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당대표 경선에 나선 이종걸·추미애·김상곤 후보(왼쪽부터)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2017년 12월 대선까지 당을 이끌게 될 더불어민주당 8·27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競選) 판세가 안갯속이다. 당초 양강(兩强) 중 한 명으로 평가되었던 송영길 의원이 ‘컷오프’에서 탈락하면서 누구도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추미애 의원과 함께 더민주의 주류인 친노(親盧) 진영의 지지를 양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던 송 의원은 지난 8월 5일 열린 당 예비경선에서 탈락했다. 이에 따라 추미애 의원, 이종걸 의원,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 3인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추 후보는 송 의원의 탈락으로 인해 친노 진영의 더 적극적인 지원을 받게 됐다. 문재인 전 대표의 최측근인 전해철 의원을 비롯, 최재성·진성준·최민희·김현 전 의원 등 이른바 강경파로 통하는 친노 핵심 그룹이 추 후보를 돕고 있다. 추 후보는 더민주 핵심 관계자는 “송 의원이 ‘컷오프’되기 전에도 당내 친노 진영은 추 후보를 ‘메인’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며 “다만 송 의원과 개인적 인연이 있거나 인천·호남 지역의 일부 친노 성향 인사들이 송 의원 편에 섰던 것”이라고 했다. 송 의원의 예상 밖 ‘컷오프’로 인해 당내에서는 “어떤 예측도 함부로 하기 힘들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지만 “그래도 현재 상황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는 추미애”라는 의견이 상당하다.

추 후보는 친노 진영의 지지를 유지하기 위해 ‘강성(强性)’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8월 9일 열린 제주·경남 합동연설회에서 추 후보는 이렇게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을 탈당하게 하고 내각을 총사퇴시킨 후 거국 중립 내각을 만들도록 관철시키겠다. 박근혜 정부의 오만과 불통에 맞서겠다. 헌정 질서를 무너뜨리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관권(官權) 선거를 막아내겠다.” 8월 16일 전남 합동연설회에서는 “누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맞짱을 뜰 수 있나”라면서 “경험 없는 사람이 아니라,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사람이 아니라, 추미애가 5선의 장점으로 해낼 수 있다”고 했다.

김상곤 후보는 야권의 심장부인 광주가 고향이라는 점이 강점이다. 게다가 당내 최대 주주라고 할 수 있는 문재인 전 대표 시절 당 혁신위원장을 맡아 문 전 대표와 긴밀하게 호흡을 맞췄다는 점도 지나칠 수 없다. 그래서 범친노 진영에서는 김 후보를 지지하는 흐름이 감지된다. 당내 또 하나의 큰 축인 ‘김근태계’ 의원들과 486 의원, 그리고 기초단체장, 원외위원장 상당수가 김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 ‘컷오프’된 송 의원의 조직 일부도 김 후보를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민주의 한 의원은 “김 후보는 문재인 전 대표와도 가까울 뿐 아니라 진보적 색채가 강하기 때문에 당 주류가 거부감 없이 지지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며 “친노 핵심이 전략적 판단으로 추 후보를 돕는다고 해도 다른 생각을 가진 세력은 김 후보에게 더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최약체서 다크호스로 떠오른 이종걸

강성 발언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김 후보도 마찬가지다. 합동연설회에서 김 후보는 “대선판에서 무슨 짓을 어떻게 할지 모르는 게 지금의 여당이고 정권”이라며 “국민에게 갑질만 하는 박근혜 정권에서 권력을 찾아오려면 당이 강해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과 불통하고 국민의 의견에 반하는 정부가 계속된다면 국민이 탄핵을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

8월 16일 전남 합동연설회에서는 자신이 호남 출신임을 강조했다. “심지어 새누리당도 호남 출신 이정현을 대표로 뽑았다. 만약 충청권 대선 후보를 내세우고 영남과 함께 우리 당을 포위한다면 정권교체가 멀어질 수도 있다. 우리 당이 호남에서 지지를 얻지 못하면 그 후폭풍은 수도권 전체로 퍼져나갈 것이다.”

이종걸 후보는 당초 ‘최약체’로 분류됐었다. 하지만 ‘컷오프’에서 살아남으면서 비주류가 결집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다크호스’로 주목받고 있다. 이 후보는 2015년 당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의외의 승리를 거둔 적이 있기 때문에 비주류 진영에서는 은근한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 송 의원의 탈락에도 불구하고 추 후보와 김 후보가 당 주류 측 후보로 분류된다는 점이 일단 이 후보의 강점이다. 문재인 전 대표 시절 입당한 ‘10만 온라인 당원’의 지지를 받기는 어렵겠지만 비주류 성향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흐름을 타고 하나로 뭉칠 경우 상황은 반전될 수도 있다. 더민주의 한 의원은 “수도권 5선 의원으로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중도로의 외연 확장이 필수적이라는 명분을 지속적으로 내세운다면 성과를 얻을 수도 있다”며 “문재인 전 대표와 적절한 ‘파트너십’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자신이 비주류 후보임을 적극 내세우고 있다. 8월 16일 전남 합동연설회에서 이 후보는 “‘이래도 문재인, 저래도 문재인’이라는 당 분위기로는 결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며 “문심(文心)의 낙점만 기다리는 전당대회 분위기로는 승리할 수 없다”고 했다. 또 “우리는 친노·친문 집단에 휘둘리지 않을 중립후보 이종걸을 당대표로 선택해야 한다”며 “문재인의 대리인이 아니라 우리 당을 뼛속까지 개혁할 당대표, 경선 관리를 맡길 당대표는 유일하게 이종걸밖에 없다”고 했다.

당 주류의 지지를 얻기 위해 뛰고 있는 추 후보나 김 후보가 당 대표 경선에서 승리하면 더민주는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인 문 전 대표 체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당대회가 대선 과정을 관리하기 위한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한 것인 만큼 유력 대선 후보인 문 전 대표의 의중(意中)이 새 지도부의 당 운영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 일각에서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2012년 대선에 출마해서 패배했던 문 전 대표가 다시 당의 유일한 대선 후보로 위치를 공고히 하게 될 경우 국민들에게 신선함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새 지도부가 문 전 대표뿐 아니라 다른 대선 후보를 ‘육성’하는 데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당대표뿐 아니라 최고위원들까지 친노 성향 의원들로 채워질 경우 중도층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더민주의 한 친노 성향 의원은 “문 전 대표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차기 대선 후보 선두를 다투고 있는 만큼 당 전체가 문 전 대표의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돋보이게 하는 데 나서야 한다”며 “대선을 앞두고 당내에서 공정한 경선이 필요하기는 하겠지만 억지로 당내 경쟁 구도를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 후보가 당선될 경우 당내 상황은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이 후보가 대선주자 문 전 대표를 인정하면서도 당내 친노 진영과 대립각을 세우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의원 등 비주류 성향 대선주자들과 유기적 관계를 유지하는 데도 신경을 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고위원 등 다른 지도부가 친노 성향 의원들로 채워질 경우 여러 사안에서 본인의 뜻을 관철시키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비주류 성향의 한 더민주 의원은 “이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당내 친노와 비노 진영 간 긴장감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그 과정에서 긍정적 시너지가 발생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최승현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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