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4일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열린 민중연합당 전당대회. 앞 줄 오른쪽부터 노수희 범민련 고문, 이창복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 상임대표, 이규재 범민련 전 의장, 김창한 상임대표, 손솔 공동대표, 정태흥 지역당원 대표, 안주용 공동대표. ⓒphoto 뉴시스
지난 8월 14일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열린 민중연합당 전당대회. 앞 줄 오른쪽부터 노수희 범민련 고문, 이창복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 상임대표, 이규재 범민련 전 의장, 김창한 상임대표, 손솔 공동대표, 정태흥 지역당원 대표, 안주용 공동대표. ⓒphoto 뉴시스

지난 2월 27일 오전 11시 경기 성남 실내체육관에서 당원 2500여명과 지지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자칭 새로운 진보정당이라는 민중연합당이 창당대회를 개최하였다. 이날 민중연합당이 밝힌 당원 수는 2만346명. 비정규직철폐당(일명 노동자당) 1만1212명, 농민당 3500명, 흙수저당(청년학생당) 1305명 및 소수의 엄마당 당원 등이 모여 당을 새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창당선언문을 통해 ‘민중의 직접정치’를 내세우며 “1%의 특권세습 해체하고 99%의 민중세상 건설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이날 탄생한 민중연합당은 새로운 진보정당이 아니다. 한마디로 평가해 민중연합당은 2014년 헌법재판소가 해산을 결정한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의 재건당이라고 할 수 있다.

2014년 12월 19일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이 폭력혁명으로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위헌정당이라고 결정하고 해산을 선고했다. 이러한 결정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배하는 정당은 결코 헌법으로 보호할 수 없음을 천명하고, 앞으로도 이와 같이 유사한 목적과 활동을 행사하는 정당은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헌법질서 수호의지를 명백히 한 것이다.

그러나 통진당은 헌법재판소의 위헌정당 해산심판 결정 전인 2014년 11월 23일 개최한 ‘임시 전당대회와 당사수 결의대회’에서 당시 원내대표인 오병윤이 “해산 결정이 나오면 다시 당을 만들겠다”라고 발언하며 재창당 의지를 명백히 한 바 있다. 이후 12월 19일 통진당 해산이 결정되자, 12월 20일 ‘짝퉁’ 진보진영 원로인사들이 모여 이른바 원탁회의를 소집하여 “2017년 정권 장악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국민운동체의 결성을 결의”하고 이를 수행하기 위한 조직까지 만들었다. 구 통진당 세력들이 중심이 되어 2015년 6월 10일 결성한 ‘민주수호 국민행동’이 그것이다. 여기에는 ‘광주운동본부’ ‘서울민주행동’ ‘경남민주행동’ 등 50개의 산하조직이 결성되어 있었는데 이를 기반으로 탄생한 정당이 바로 민중연합당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통진당 세력들은 현행 정당법 제40조의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해산된 정당의 강령(기본정책)과 동일·유사한 정당의 창당을 금지한다’는 규정을 위반했다. 사실상 형식적 요건만 구비하면 정당 등록을 거부할 수 없다는 법의 허점을 이용하여, 표면적으로는 통진당 색깔을 철저히 은폐하면서 창당 작업, 즉 통진당 재건 작업을 진행하였다. 무엇보다 민중연합당이 통진당의 재건당이라는 사실은 당을 구성하는 면면을 보면 알 수 있다. 우선 민중연합당 1기 광역시도당 주요 인물 표를 보면 민중연합당 광역시도당 지역책들이 대부분 통진당 출신임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민중연합당은 지난 4월 제20대 총선 당시 통진당 출신들을 대거 출마시킨 바 있다. 자유민주연구원 분석에 의하면, 구 통진당 세력은 20대 총선에 무려 66명이 출마하였는데, 이 중 55명이 민중연합당 간판으로 출마하였다. 민중연합당 총선 출마자(총 60명) 중 92%에 해당하는 숫자이다. 구 통진당 세력 중 나머지 11명은 무소속으로 출마하였다. 이 중에는 이석기 내란선동사건(일명 RO) 시 비밀회합에 참석한 실질적인 RO 구성원도 12명이나 포함되어 있다.

20대 총선에서 민중연합당은 출마자 55명(지역 51, 비례 4)이 전원 낙선했고, 정당득표에서 14만5624표(0.61%)를 획득하는 데 그쳤다. 울산 지역에서만 무소속으로 출마한 통진당 출신 2명(김종훈·윤종오)이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통진당 해산 후 정부가 이들 세력에 대한 사법처리를 방치하였지만 국민들이 응징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민중연합당이 통진당 세력이 주축이 된 정당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입법 미비 때문에 별다른 제재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오히려 민중연합당에 여성 추천보조금 9100만원을 지원한 바 있다. 위헌정당인 통진당 후신에 국민 세금으로 정당보조금을 지급한 것이다.

지난 8월 14일 민중연합당은 전당대회를 열어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고 전열을 정비하였다. 현재 민중연합당은 전국 11개 광역시·도에 지역조직을 가지고 당원만 2만2000여명에 육박하고 있다. 그런데 2기 지도부의 면면을 보면 민중연합당이 통진당 재건당이라는 사실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예컨대 통진당의 핵심세력이었던 범(汎)경기동부연합은 민중연합당 당직선거에서 중앙 및 지역당직 대부분을 차지하였다. 지난 8월 16일까지 자유민주연구원이 집계한 민중연합당 중앙당 및 지역당 당직자는 총 129명인데, 이 중 105명(81%)이 범경기동부연합 출신들로 포진되었다. 지난 8월 말 기준 민중연합당의 중앙당, 지역당직자와 총선 출마자까지 포함하면 300여명이 되는데, 이 중 78%가 구 통진당 세력이고 이 중 이석기의 RO 출신도 48명에 이른다. 민중연합당 관계자들은 자신들은 통진당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형태의 진보정당이라고 강변하나, 인적 구성을 보면 이는 거짓말임을 알 수 있다.

자유민주연구원에서 통진당 해산 심판 시 정부 측 대리인인 법무부가 헌법재판소에 증거자료로 제출한 ‘RO 수사 기록’에 기록된 RO 구성원 명단과 대조한 결과, 제2기 중앙당 및 지역당 핵심당직자 중에 RO 조직원이 48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민중연합당 경기도당 표를 보면 통진당 경기도당 당원이었던 RO가 민중연합당의 경기도당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통진당이 위헌정당으로 결정되어 해산된 지 1년9개월이 넘었는데, 통진당은 간판만 내렸을 뿐 구 통진당에서 반헌법적 활동을 주도한 핵심세력과 당원들은 아직 건재하며 종래의 투쟁을 되풀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처리를 받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구 통진당 출신들이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고 통진당의 재건당 격인 민중연합당을 창당해 총선에 출마하고 또한 통진당 출신이 아무런 제약 없이 무소속으로 총선에 출마하여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된 것은 위헌정당 해산의 취지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으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에 반하는 행위이다. 한마디로 이러한 사태를 초래한 것은 대한민국 정부(정확히 말하면 검찰 등 사법당국)의 직무유기라 볼 수 있다. 1956년 독일공산당이 해산되었을 때, 서독에서 12만5000명에 달하는 독일공산당원과 관련자(비당원 중 협조자)들이 수사를 받고 이 중 6000~7000명이 형사처벌을 받았던 사례와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정부당국은 이제라도 통진당 세력의 청산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통진당 핵심간부들을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구성, 가입죄로 우선적으로 사법처리하고 잔당세력을 일소해야 한다. 또한 위헌정당 해산의 헌법정신을 실효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입법 보완이 시급하다. 즉 정당법, 정치자금법, 공직선거 등을 보완해야 한다. 예를 들면, 정당법상 위헌정당과 인적구성이 같은 정당에 대한 등록거부, 지방의회 의원직 자동박탈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해산된 정당 소속원들의 의원 재출마를 제한하는 법규정, 그리고 정당 해산 청구시점부터 정당활동에 필요한 최소한의 경비지출 이외에는 회계지출을 제한하는 법규정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키워드

#포커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