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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9호] 2016.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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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취재]怪物(괴물)로 변한 그들

한국 검찰이 망가진 5가지 이유

▲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앞 조형물에 비친 청사가 일그러져 보인다. photo 뉴시스
“장관 시절, SK 계열사 사장은 왜 만났어요? 그리고 현대차 오너는 왜 자주 만난 겁니까?”
   
   올해 71세인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9월 검찰 소환조사 당시 30대 젊은 검사로부터 받은 질문이다. 강 전 장관은 ‘불손한’ 취조에 기분이 상했지만 답변을 회피할 수 없었다고 한다. 검찰이 자신을 유죄로 추정하고 별건 수사를 벌이고 있음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실제 대우조선해양 비리 사건과 관련해 강씨를 수사해온 검찰 부패범죄 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지난 9월 27일 강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기자간담회를 갖고 강씨를 ‘사익추구형 부패사범’으로 규정한 뒤 영장재청구 입장을 밝혔다. 강씨의 오랜 지인에 따르면, 강씨는 검찰이 파고든 자신의 ‘별건 혐의’에 대해 “SK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핸드볼 선수들을 위한 전용 경기장을 지어주기로 해 업무 논의 차 만났다. 현대차 오너와의 만남은 수출과 환율 문제를 상의하기 위한 기업인과의 자연스러운 자리였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강씨는 “검찰은 관료와 기업인이 만나면 무조건 부적절하다고 보는 것 같은데, 모든 걸 의심 어린 시선으로만 바라보는 젊은 검사의 편협함이 아쉬웠다”는 토로도 했다는 것이 이 지인의 전언이다.
   
   검찰은 왜 이 지경이 되었을까. 주간조선은 검찰 고위직을 거친 인사와 학계 원로 및 대학교수, 변호사, 경찰 간부, 기업인 등을 두루 접촉해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들어봤다. 취재를 종합한 결과, 현재 검찰 수사와 검찰 조직의 문제점은 크게 다섯 가지로 압축되었다. 먼지떨이식 수사 관행, 과도한 권한 집중, 견제와 검증부실에서 오는 무책임한 수사, 정권의 하명수사, 검찰 인사시스템의 한계 등이다.
   
   

   1. 먼지떨이식 별건 수사 관행
   
   강씨의 사례는 추락한 검찰 수사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검찰의 ‘고질병’으로 지목되는 먼지떨이식 별건 수사의 전형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실세였던 강씨는 당초 대우조선해양 비리사건에 연루돼 검찰 수사 선상에 올랐다. 대우조선해양 비리사건은 수조원대 분식회계와 전직 임원의 횡령 사건이 드러나 사회적 파장을 낳았다. 강씨는 당시 대우조선해양을 감독하는 권한을 가진 산업은행장이었다. 강씨를 상대로 대우조선해양의 관리 및 감독부실에 대한 책임을 따질 것처럼 보였던 검찰은 하지만 수사 방향을 별건 수사로 돌렸다. 강씨는 현대차그룹, SK그룹 등 본 사건과 무관한 기업에 관해 질문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결국 검찰은 강씨의 50년 지기(知己)인 한성기업 임우근 회장에게서 제공받은 편의를 뇌물로 간주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강씨의 지인은 이렇게 전했다. “검찰 수사는 엉터리였다. 대우조선해양을 갖고 수사하는 게 아니고 별건만 다뤘다. 먼지떨이식으로 접근해 면박을 주는 수사로 일관했다고 한다. 정권이 사정정국을 만들기 위한 기획수사 대상으로 강 장관을 찍은 것 같다.”
   
   최근 검찰의 위상이 바닥으로 추락한 것은 대우조선해양, 롯데그룹, 포스코, KT&G 등 손을 댄 사건의 핵심 인물에 대한 영장이 기각됐거나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해외자원개발비리, 방위사업비리 등 지난 정권의 실정을 파헤친 기획수사도 초라한 성적표를 거두긴 마찬가지다.<표1 참조> 지난 4월 총선 때 불거진 검찰의 공안사건 수사도 연달아 영장이 기각됐다. 국민의당 박준영·박선숙·김수민 의원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청구한 구속영장도 모두 기각됐다. 검찰 수사가 성과를 내지 못하자 법조계와 학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직접수사에 손을 떼고 기소에 전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이와 함께 전·현직 간부가 연루된 비리가 잇따라 터져나와 검찰은 신뢰의 위기에도 직면해 있다.<표2 참조>
   
   먼지떨이식 별건 수사 관행은 강만수 전 장관의 사례 외에 최근의 다른 수사에서도 나타난다. 검찰은 롯데그룹에 대한 저인망식 수사를 펼쳤으나 결정적 단서인 비자금을 찾아내지 못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롯데그룹 측에 따르면 언론을 통해 보도된 롯데그룹의 혐의는 모두 15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이 같은 언론 보도에 대한 정보 출처 중 하나가 검찰이었다는 게 법조 출입기자들의 말이다. 롯데그룹 변호를 맡은 김앤장법률사무소 측은 “신동빈 회장은 비자금 자체를 만든 적이 없다”고 했다.
   
   경찰대 황운하 교수부장은 “검찰의 부실수사 원인은 기본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황운하 교수부장의 말이다. “수사는 수사기관이 주관적 혐의를 갖고 시작해야 한다. 또 수사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있어야 한다. 이게 바로 ‘수사의 조건’인데, 검찰은 기본을 소홀히 했다. 주관적 혐의가 없는데도 등 떠밀려 수사하면 별건 수사에 의존하게 된다.”
   
   
   2. 권한 독점이 불러온 부정부패
   
   검찰이 만신창이가 된 두 번째 이유는 수사와 기소의 독점에서 오는 폐단이다. 한국 검찰은 수사지휘권, 영장청구권, 기소권 등 수사에 관한 모든 권한을 독점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195~196조에 따르면 검찰은 경찰의 수사를 지휘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 법조항 때문에 검·경은 상하조직인 것처럼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이 부분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청주대 법대 김원중 교수는 최근 한 세미나에 참석해 “정부조직법에 검찰과 경찰은 대등한 관청으로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왜 형사소송법만 유독 검찰의 권한을 경찰 위에 있는 것으로 명시했는지 모르겠다. 정부조직법이 기본법인 점을 감안, 검찰과 경찰이 대등한 관계가 되도록 형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 검찰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도 지나치게 권한이 집중돼 있다. 한국 경찰은 수사에 착수할 수 있는 수사개시권이 있지만 기소와 불기소에 대한 재량권을 가진 검찰의 이른바 기소편의주의로 인해 실제 모든 수사는 검사의 지휘를 따를 수밖에 없다.
   
   2014년 말 헌법재판소에서 통진당 해산 판결이 난 이후 보수단체들이 통진당 세력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지만 검찰은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다. 그러자 과거 통진당 일부 세력은 민중연합당이라는 정당을 새로 만들었다. 정당의 간판만 바꿨을 뿐 옛 통진당 세력이 버젓이 정당활동을 재개한 셈이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은 “이런 사안은 여력이 있는 경찰이 수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독립적 수사권을 보장해야 한다”면서 “만약 그랬다면 통진당의 반국가 행위를 이끌었던 인물을 수사하고 법질서를 지켰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경찰의 사건 조서는 법정에서 증거로 인정되지 않는다. 검찰이 작성한 조서만 법원에서 증거로 인정됨에 따라 수사가 중복되는 측면도 있다. 경찰은 영장을 청구할 권한도 없다. 동국대 임준태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UN 산하에서 개최한 세미나에서 국내 한 검사장이 발표자료에 한국 검찰을 ‘차르’라고 표현한 걸 보고 놀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럼 나머지는 모두 농노라는 얘기냐. G7 국가 중 검사가 직접 수사를 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다.”
   
   검찰의 독점적 권한은 부패로 연결된다. 막강한 권한을 쥔 검사는 기업의 주요 로비 대상이다. 최근 검찰에서는 68년 검찰 역사상 처음으로 검사장이 해임됐다. 진경준 전 검사장은 넥슨 창업주인 김정주 NXC 대표로부터 주식, 자동차 구입비, 해외 여행경비 등 총 10억원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 7월 29일 구속됐다. 진경준 전 검사장과 대학동기인 김정주 대표는 진술조서에서 “네가 돈을 먼저 주겠다고 했다고 말해달라, 차도 회사에서 리스했는데 그냥 사용하라면서 줬다고 말해달라는 취지로 부탁한 적이 있다”고 밝혀 진경준씨가 처벌을 피하기 위해 거짓 진술을 종용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진씨는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했다.
   
   진씨와 함께 일한 적이 있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김주현 대검 차장도 직·간접적으로 김정주 대표의 회사 또는 아버지와의 부동산 거래로 엮여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국민들은 전·현직 검찰 고위인사들이 특정인과 부동산 거래로 얽힌 대목을 의심 어린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지난 9월 29에는 김형준 부장검사가 전격 구속됐다. 김 부장검사는 자신의 ‘스폰서’로부터 뇌물을 받고 사건무마를 해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6월에는 검찰 내에서 ‘특수통’으로 통했던 홍만표 전 검사장이 탈세와 변호사법 위반으로 구속되기도 했다. 홍씨는 변호사 개업 후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대표의 사건을 무마해주는 대가로 3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홍 변호사가 정 대표 관련 사건 담당 검사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검사들의 스폰서 비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1년 검찰개혁의 목소리가 제기됐을 때도 지금처럼 검사들의 비리사건이 연이어 터졌다. 2010년 ‘스폰서 검사’ 사건이 불거져 전·현직 검사 60여명이 수사선상에 오른 적이 있다. 특검으로 이어진 이 사건으로 한승철 전 대검 감찰부장 등 4명이 기소됐다. 법원은 직무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011년에는 내연관계의 변호사로부터 벤츠를 선물받은 이른바 ‘벤츠 여검사’ 사건이 법조계를 흔들었다. 이때도 법원은 대가성을 인정하지 않고 여검사에게 무죄를 최종 선고했다. 금품은 수수했지만 직무 연관성이나 대가성이 없다는 식으로 검찰 비리 사건이 흐지부지되면서 이른바 ‘김영란법’이 태동하는 배경이 됐다. 청주대 김원중 교수는 “검찰의 수사권 남용 사례가 많다.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한다”고 지적했다.
   
   
▲ (왼쪽부터) 신동빈 / 강만수 / 민영진 / 이상득 / 이석채 / 정준양 photo 뉴시스

   3. 견제받지 않는 유일한 권력
   
   세 번째는 검찰을 견제할 제도적 장치가 미비하다는 점이다. 한국 검사는 수사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검사들은 수사가 마무리되면 기소 단계를 거쳐 재판에서 피의자에 대한 형량을 구형한다. 재판 결과 피의자가 무죄 판결을 받더라도 그 피해에 대해 구제책임이 없다. 이들이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겪었을 정신적·물질적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이 떠안는다.
   
   검찰이 2015년 초부터 10개월 동안 매달린 KT&G 민영진 전 사장에 대한 비리사건은 1심 재판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2014년 말부터 시작된 방산비리 사건에 연루돼 기소된 황기철, 정옥근 전 해군 참모총장 등도 줄줄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자원개발비리에 연루돼 기소된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 사건의 피의자들은 검찰 수사에 오랜 기간 시달리다 결국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이들에 대한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검찰이 보상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이들을 수사했던 담당 검사가 문책을 받았다는 얘기도 없다.
   
   일본의 경우를 보자. 일본에서는 영장청구가 기각되거나 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내려질 경우 검사가 옷을 벗는 게 관행이다. 2009년 3월 일본 도쿄지검 특수부가 민주당 오자와 이치로 간사장의 정치헌금 사건을 1년 가까이 수사하고도 기소를 포기한 건 유죄를 입증할 단서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우리 검찰이 영장 기각이나 증거 불충분에도 불구하고 수사 사건을 모두 재판에 넘기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A변호사는 검사들의 속성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 사건은 전직 사장만 처벌하는 수준에서 사건이 마무리될 경우 제대로 문제를 파헤쳤다는 평가를 받기 힘들었다. 그래서 검찰은 그 윗선이나 배후의 비리를 캐려 했을 거다. 그게 검찰의 속성이다. 그런데 문제는 비리 증거가 안 나올 경우다. 그러면 여기저기 다른 곳을 계속 쑤실 수밖에 없다.”
   
   검찰은 법무부 산하 기관임에도 수사 중립성을 이유로 감사원 감사를 피해간다. 정치권은 검찰의 눈치를 보는 경향이 강해 검찰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다. 황운하 경찰대 교수부장은 “견제와 경쟁이 없는 구조 속에서 대한민국 검찰은 점점 괴물로 변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한 재정신청이나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헌법재판소에 제기된 연간 2000여건의 사건 중 검찰의 불기소 결정에 불복해 헌법소원을 내는 사례가 절반에 달한다. 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법학)는 “우리 검찰은 견제장치가 미약하다. 억울한 시민들은 재정신청을 하고 헌법소원을 낸다지만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현재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근 고위간부의 비위를 상시 감찰하는 ‘특별감찰단’을 신설하기로 했다. 그러나 검찰의 ‘셀프 개혁’이 성공할 것으로 믿는 이들은 많지 않다.
   
   
   4. 하명·기획수사의 분명한 한계
   
   정권의 하명수사 또는 기획수사도 검찰을 속으로 멍들게 한다. 검찰 수사는 정권 차원에서 통치의 수단으로 악용되곤 한다. 모든 집권세력은 지난 정권과 관련된 사안을 대대적으로 수사함으로써 현 정권의 힘을 과시하고 도덕성을 평가받고 싶은 유혹을 받는다. 이렇게 조성된 사정정국은 정치권과 경제계에 긴장감을 줘 통치가 원활해지는 측면이 있다. 국정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사건의 경우 그가 설립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대기업이 순순히 800억원을 모금했다. 이 또한 사정정국의 메커니즘이 작용한 결과라는 해석이 있다. 실제, 약점을 잡힌 기업은 실세의 이름이 거론되는 두 재단에 더 많은 기부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은 그 중심에 청와대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이 있다고 의심한다.
   
   해외자원 개발비리와 포스코, KT&G 등에 대한 수사도 현 정권의 ‘기획수사’였다. 해외자원 개발비리, 포스코 경영비리, KT&G 민영진 전 사장의 비리 사건은 모두 전(前) 정권 인사를 정조준했다. 특히 KT&G의 경우 차기 사장으로 거론됐던 인사를 제치고 내부에서 후임 사장을 인선하자, 검찰은 후임자까지 수사를 확대했다. KT&G의 내부 사정에 밝은 익명의 관계자는 “내부 직원들은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물을 사장에 앉히려고 전·현직 사장에 대해 기획수사를 벌였다고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A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포스코 수사는 (윗선에서) 한번 털어보라고 해 시작된 걸로 안다. 롯데그룹 수사에 앞서 만난 한 검사는 포스코 사건보다 준비가 잘 돼 있다고 했다. 그러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 기업 수사의 경우 과거와 달리 한번 털어보자는 식으로 접근하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하명에 의해 맨땅에 헤딩하듯 수사하는 건 옛날 방식이다.”
   
   검찰이 집권세력에 대한 수사에 관대한 반면, 야당이나 전 정권 수사는 강하게 밀어붙인다. 이런 경우, 검찰이 청와대 눈치를 보기나 코드 맞추기식 수사를 한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예컨대 국정농단 의혹을 받는 최순실씨 관련 사건의 경우 검찰이 사건을 형사부에 배당함으로써 “수사의지가 없다”는 비판을 자초한 반면 지난 총선 때 불거진 선거법위반 사건과 관련해서는 친박계인 김진태·염동열 의원을 제외하고 야당 정치인 위주로 기소해 논란을 키웠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명의 친박 의원에 대해 재정신청을 내고 재수사를 촉구했다.
   
   
   5. 검사 통제수단은 인사권?
   
   현행 인사시스템 역시 검찰 조직을 망치는 이유로 지목된다. 검찰 인사는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을 거쳐 청와대에 보고하면 대통령이 승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인사대상자에 대한 검증은 민정수석실이 맡는다. 만약 민정수석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고 있다면, 민정수석의 입김은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보다 강하게 작용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우병우 민정수석은 대통령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그래서인지 검찰 조직 내에 이른바 ‘우병우 사단’으로 불리는 검사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야당은 검찰이 정권의 눈치를 보는 배경에 우 수석이 있다고 보고 있다.
   
   검사들의 ‘한건주의’식 수사가 강압수사로 이어지는 것도 문제로 지목된다. 인사에 예민한 검사들이 능력을 인정받으려면 수사 성과를 내야 한다. 하지만 성과에 대한 집착은 피의자 자살이라는 치명적 부작용도 낳는다. 경남기업 성완종 전 회장과 롯데그룹 이인원 전 부회장의 경우가 그렇다. 최근 검찰 수사를 받던 피의자의 자살이 늘고 있는 것은 검찰의 인권의식 부족 탓이라는 지적도 있다. 대한변협 채명성 법제이사는 “검찰 수사에 대한 문제를 수집해본 결과 우리 검사들의 인권의식이 낮다는 걸 알게 됐다. 감시와 견제가 필요한 대목”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의 전직 국회의원 B씨는 검찰의 인사 고과 방식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B 변호사는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건에 공을 세우면 소위 잘나가는 검사가 되는 게 우리 검찰의 현주소다. 그런 사람이 승진하고 대우받는다. 이젠 바뀌어야 한다. 억울한 사람을 구제하는 검사에게 승진 가점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B 변호사는 얼마전 자신도 검찰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모 기업인의 석방 로비를 위해 금품을 받았다는 거짓 진술 때문에 검찰 조사를 받았다. 사법연수원 동기가 검찰 내 최고위급에 있는데도, 일부 검사의 공명심이 불필요한 수사를 낳았다. 한 건 하겠다는 검사의 영웅주의를 버려야 한다.”
   
   검찰은 부실수사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법원으로 돌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대검찰청 대변인실 관계자는 “영장 기각이 곧 부실수사라는 등식은 맞지 않다. 법원이 영장을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에 객관적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 개혁에 대해 보수적 입장을 취하는 법조계 인사들도 있다. 특수통으로 알려진 최재경 전 인천지검장은 주간조선과의 전화 통화에서 “수사라는 게 사건마다 각각의 특수한 사정이 있게 마련이다. 검찰이 수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제도를 효율적으로 손보는 게 우선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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