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P-1 해상초계기
일본 P-1 해상초계기

‘일본이 우리에게 실제로 도움이 될 만한 북한 정보를 갖고 있을까. 우리가 일방적으로 일본에 북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아닌가?’

우리 정부가 최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체결 논의에 본격 착수함에 따라 일각에서 제기되는 의문이다. 우리나라가 대북 정보수집 면에서 일본에 비해 인적·물적 역량이 강하지 않겠느냐는 상식에 기반한 얘기다.

하지만 정부와 군 당국, 전문가들은 일본의 대북 정보수집 능력을 결코 가볍게 봐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양국 간에 정보보호협정이 체결되면 일본의 방대한 정보수집 자산들이 보유한 대북 정보 중 일정 부분을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선 관심을 끄는 것이 정찰위성과 통신감청 시설을 통한 정보다. 일본은 전자광학 카메라를 장착한 광학위성 4기와 전천후 감시 레이더(SAR)를 장착한 레이더위성 2기 등 정찰위성 6기가량을 운용하고 있다.

신형 광학위성의 해상도는 30㎝급으로, 우리 정찰위성(아리랑위성·55~70㎝급)보다 정교한 북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해상도 30㎝는 수백㎞ 상공에서 30㎝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다는 얘기다. 광학위성은 구름이 끼어 있는 등 날씨가 좋지 않을 때는 목표물 사진을 찍을 수 없다는 게 한계다. 반면 SAR를 장착한 레이더위성은 구름이 끼어 있거나 악천후에도 영변 핵시설 등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일본은 이런 정찰위성을 10기까지 늘릴 계획이다. 정찰위성 숫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자주 북한 지역 상공을 지나며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의미다. 정찰위성은 보통 지상 수백㎞ 상공 궤도를 돌기 때문에 북한 지역 상공에 24시간 떠 있을 수는 없다. 사각시간대가 있다는 얘기다. 보통 하루에 몇 차례씩 북한 상공을 지나면서 사진을 찍는다. 우리나라는 아리랑위성(다목적 실용위성)이 정찰위성 임무를 겸하고 있다. SAR 위성은 1개에 불과하고 해상도도 일본 것보다 떨어진다. 정찰위성은 양적·질적인 면에서 일본이 우리보다 우위에 있기 때문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현재 우리나라는 일본 정찰위성보다 훨씬 해상도가 높은 해상도 10㎝ 미만급의 미 정찰위성으로부터 정보를 받고 있지만 이를 일본 정찰위성 정보를 통해 보완할 수 있다는 게 정부 당국의 설명이다.

일본의 정찰위성들. 위가 전천후 감시 레이더(SAR)를 장착한 레이더 위성. 아래는 전자광학 카메라를 장착한 광학위성.
일본의 정찰위성들. 위가 전천후 감시 레이더(SAR)를 장착한 레이더 위성. 아래는 전자광학 카메라를 장착한 광학위성.

일본은 우리의 사각지대 통신감청

적의 무선 교신 등을 엿듣는 통신감청은 민감한 정보를 많이 수집할 수 있는 정보의 보고다. 우리나라는 전방 DMZ(비무장지대) 인근 지역과 섬에 여러 개의 통신감청 기지를 운용하며 대북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우리가 일본보다 가깝기 때문에 통신감청 정보는 우리가 일본보다 우위에 있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하지만 정보 소식통들은 통신감청에 있어서도 일본이 우리보다 비교우위에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일본 중북부 지역은 남한보다 북쪽에 있어 북한 후방 지역 통신감청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전파는 직진하는 특성 때문에 높은 산 뒤쪽은 감청하기 어려워 우리가 남쪽에서 북한 지역을 감청할 수 없는 사각지대가 있다”며 “하지만 북한 후방 지역보다 북쪽에 있는 일본 북측 지역에선 이런 사각지대 감청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본의 통신감청 능력은 세계적 수준으로 평가된다. 1983년 사할린 상공에서 구소련 전투기가 대한항공 007기를 격추했음을 가장 먼저 정확하게 파악한 것도 일본 홋카이도에 설치된 통신감청 기지였다. 일본은 EP-3 등 통신감청 항공기도 여러 대 보유하고 있다.

북한의 ‘북극성’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개발이 급진전을 이룸에 따라 북 잠수함을 추적·감시할 수 있는 일본의 강력한 대잠수함 초계기 전력도 관심 대상이다. 일본은 P-3C 해상초계기 68대를 보유, 미국을 제외하곤 세계에서 가장 많은 P-3C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의 한·미·일 3국 정보공유 약정으로는 일본이 수집한 북 잠수함 정보를 받을 수 없다. 인간정보(휴민트)의 경우 우리가 일본에 비해 월등 우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소식통들은 조총련 등 일본의 대북 인적 네트워크를 무시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김정은 요리사로 유명한 후지모토 겐지도 일본 사람이다.

정보는 서로 주고받는 게 기본이기 때문에 우리가 수집한 정보도 일본에 제공해야 한다. 일본은 우리가 고위급 탈북자 등을 통해 수집한 인간정보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지스함과 신형 레이더 등 하드웨어 숫자는 일본이 앞서지만 지리적 위치 때문에 북한 탄도미사일이 발사된 직후의 정보수집은 우리가 유리해 이 또한 일본이 기대하는 분야다. 정부 소식통은 “똑같은 위성사진이라도 같은 민족인 우리만이 제대로 해석할 수 있는 북한 움직임이 있기 때문에 일본에 대해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다”며 “우리가 일방적으로 일본 정보를 받기만 해서는 우리가 기대하는 일본 고급정보를 받을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2014년 12월 체결한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약정에도 불구하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다시 추진하는 배경도 주목거리다. 국방부는 현 3국 정보공유 약정으로는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3국 약정은 반드시 미국을 통해 한·일 간 정보를 공유하도록 돼 있다. 한·일 간 ‘직거래’는 불가능하다. 정보공유 대상도 북한 핵·미사일 정보에 국한돼 있다. SLBM을 탑재한 북 잠수함 동향이라든지, 김정은 등 북 정권 수뇌부에 대한 인간정보 등은 일본으로부터 받을 수 없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체결되면 한·일 간에 ‘직거래’가 가능하고, 정보교환 대상도 김정은 등 북한 정권 수뇌부 동향을 비롯, 대북 정보 전반으로 확대된다. 이번 재추진에는 미국의 집요한 압박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한·일 군사정보협정 체결을 우리 정부에 강력히 요구했었고, 이에 따라 2012년 양국 군사정보협정 체결을 추진하다 ‘밀실 추진’ 논란을 빚으며 중단됐었다. 한 소식통은 “한·일 군사정보협정 체결 없이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효과적 대응은 물론 미국의 동북아 전략 구상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게 미 정부 판단”이라고 말했다.

※ 이번주부터 ‘유용원의 신무기 리포트’를 ‘유용원의 밀리터리 리포트’로 바꿉니다. 필자는 칼럼 주제를 군사·안보 문제 전반으로 넓히겠다고 밝혀왔습니다.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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