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는 11월 14일 첫 전화 통화를 했다. 이 전화 통화에서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에게 대통령 당선을 축하한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국과 미국은 수교한 이래 37년 동안 꾸준히 관계를 발전시켜왔다. 양국 관계 발전은 양국 인민들에게 실재적 이익이 되어왔고, 세계와 지역 평화와 안정, 번영을 촉진해왔다. 협력이야말로 중·미 양국에 유일하면서도 정확한 선택임은 여러 가지 사실로 증명되고 있다. 현재 중국과 미국의 협력은 중요한 기회를 만나 거대한 잠재력을 갖게 됐다. 쌍방이 협조를 강화하면 양국의 경제발전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경제발전을 추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중국과 미국 양국이 각 영역의 교류와 협력을 전개하는 것은 양국 인민들에게 더욱 커다란 실익을 가져다줄 것이며, 중·미 관계를 더욱 전향적인 방향으로 추진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최대 선진국과 최대 발전도상국가로서, 세계의 가장 큰 두 개의 경제체로서 중·미 간 협력과 협력 가능한 분야는 더욱 많아질 것이다. 나는 중·미 관계를 고도로 중시하며 미국 측과의 공동노력으로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기를 희망한다. 그렇게 되면 더욱 많은 복이 두 나라 인민과 세계 각국 인민들에게 내릴 것이다.”

시진핑의 이 같은 말에 트럼프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시 주석이 나의 미국 대통령 당선을 축하해주어 감사하다. 나는 시 주석이 보는 중·미 관계의 시각에 찬동한다. 중국은 중요하면서도 위대한 국가다. 중국의 발전과 밝은 전망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미·중 양국은 상호 윈윈(win-win)을 실현할 수 있다. 나는 귀하와 함께 이렇게 말하고 싶다. 미·중 양국이 서로 협력하면 미·중 관계는 더욱 더 앞으로 전진해갈 수 있다. 나는 두 나라 관계가 더 큰 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고 믿는다.”

중국 외교부는 “시진핑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이 이 전화통화를 통해 양국이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 서로 동의했으며, 서로 양호한 업무관계를 건립하고, 가까운 시일 내에 얼굴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양국 관계 발전과 쌍방의 공통 관심사 등에 대해 견해를 교환했다”고 전했다.

시진핑 주석은 2012년 2월 국가부주석 자격으로 5일간 나섰던 미국 첫 방문 기간 중 “길이 어디 있느냐고 묻지 마라, 길은 바로 너의 발 아래 있다(敢問路在何方 路在脚下)”라는 말을 남겼다. 시진핑은 당시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준비한 오찬에 참석해서 2012년 말부터 펼쳐질 예정이던 자신의 시대에 중국과 미국의 관계가 어떤 모양일 것인가를 설명하면서 그런 말을 했다.

“중국은 세계 최대 발전도상국이고, 미국은 세계 최대 선진국이다. 앞으로 미국과 중국이 새로운 협력동반자 관계를 건설하는 것은 중요하면서도 심원(深遠)한 의의가 있는 창조적 작업이 될 것이다. 그 작업에는 참고할 선례도 없고, 거울로 삼을 경험도 없다. 두 나라에는 덩샤오핑(鄧小平) 선생이 말한 ‘돌다리도 두드리면서 건너라’라는 말과 클린턴 국무장관이 말한 ‘산이 가로막으면 길을 뚫고, 물이 가로막으면 다리를 놓으라’라는 말이 있을 뿐이다. 중국의 유행가 가사에 이런 구절이 있다. ‘길이 어디 있느냐고 묻지 마라, 길은 바로 너의 발 아래 있다…’.”

시진핑이 인용한 유행가 가사는 장다웨이(蔣大爲)란 가수가 부른 ‘서유기(西游記)’의 일부였다.

‘너는 짐을 지고, 나는 말을 타고/ 지는 해에 인사하고, 황혼을 환영하며/ 길 위에서 자고 다시 떠나네/ 우리는 다시 떠나네/ 계절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차례로 바뀌고/ 또다시 바뀌고, 세월은 흘러가네/ 길이 어디 있느냐고 묻지를 마라/ 길은 바로 너의 발 아래에 있으니까….’

사람 좋은 웃음을 잘 흘리는, 넉넉한 풍채의 시진핑이 ‘길이 어디 있느냐고 묻지를 마라, 길은 바로 너의 발 아래 있으니까’라고 한 노래의 가사는 ‘시간이란 흐르는 것이고, 시간이 흐르면 계절은 바뀌는 것이며, 그런 것처럼 중국과 미국의 위상도 변하는 것이다.… 서로의 위상이 변하더라도 길은 걸어가야 하는 것’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 지는 해와 황혼이 다가오는 광경, 다시 말해 미국이 지는 해가 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었다.

시진핑은 2012년 11월에 후진타오(胡錦濤) 총서기의 후임자로 선출돼, 당원이 8000만명이 넘는 세계 최대 정당의 당권을 장악했다. 2013년 3월에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후진타오의 후임 국가주석에 올랐고,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자리도 후진타오로부터 물려받아 명실공히 당·정·군(黨政軍)을 모두 장악했다.

1949년에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를 수립한 마오쩌둥(毛澤東)이 이끈 중국이 1970년까지 택한 국가전략은 ‘초영간미(超英赶美·조속한 시간 내에 영국을 넘어서고 미국을 따라잡는다)’라는 것이었다. 마오는 1949년에서 1950년대 말까지 소련의 도움으로 비교적 성공적으로 추진된 중공업 건설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1960년대 초부터는 강철 생산량도 단기간에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을 추격하는 수준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 ‘대약진(大躍進)운동’이라는 무리수를 두었다. 강철 생산을 위한 제강 공장을 건설하는 대신 마을마다 전통적인 용광로를 건설하는 군중주의를 채택해서 중국 경제를 나락에 빠뜨렸다.

그 대약진운동의 무리수를 둔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다시 ‘문화대혁명’이라는 정치투쟁을 벌이다가 1976년 9월 수명이 다함으로써 중국은 덩샤오핑의 시대를 맞게 됐다. 덩샤오핑이 추진한 개혁개방 정책의 결과 중국은 빠른 경제발전이라는 소득을 거두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G2로 성장했다.

2009년 중국을 방문한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은 중국이 미국과 함께 ‘동주공제(同舟共濟)’, 즉 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너자는 제의를 했다. 후진타오와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등 당시 중국 지도자들은 ‘휴수공진(携手共進)’, 다시 말해 함께 손을 잡고 나아가자고 호응했었다. 앞으로 2022년까지 6년간 더 중국을 통치할 시진핑과 앞으로 4~8년간 미국을 이끌 트럼프가 만들어내는 중·미 관계는 어떤 변화를 보여주게 될까.

박승준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중국학술원 연구위원 전 조선일보 베이징·홍콩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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