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은 ‘제2시민청(聽)’ 개청에 반기를 들면서 박원순 서울시장과 일전을 벼르고 있다. 구룡마을 개발방식, 영동대로 지하공간 통합개발에 이은 세 번째 싸움이다. 제2시민청이 들어설 ‘세텍(SETEC)’은 옛 한전 부지에 들어서는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와 함께 통합개발을 추진 중인 영동대로변에 위치해 있다. 결국 세텍 활용방식을 둘러싼 양자 간의 충돌은 영동대로 통합개발을 두고 치른 일전의 연장선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난 11월 22일 강남구청에서 만난 신연희 구청장은 “나도 이제 싸우기 싫다”며 “서울시 본청 지하에 있는 시민청이 지금 어찌 사용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해 보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세종대로에 있는 서울시 신청사와 구청사 지하 1·2층을 터서 조성한 ‘시민청’은 시민들의 문화집회 공간이란 명목 아래 실제는 단순 휴식공간으로 변질됐다. 강남구 주민들은 “전시컨벤션산업 중심의 국제교류복합지구 조성을 위한 곳에 단순 휴식공간은 국가적 손실”이라며 비상대책위를 결성해 불침번을 돌아가며 신 구청장에 힘을 싣고 있다.

신 구청장에 따르면, 세텍 부지는 전임 오세훈 시장 때 양재천 건너편 서울시 동부도로사업소 부지와 함께 복합개발을 추진해왔다. 박원순 시장 역시 2014년 서울시장 재선 직후 ‘영동권역 종합발전계획’이란 마스터플랜을 제시하며 이 같은 방침에 동의했다. 하지만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슬그머니 도시관리계획수립 과업범위에서 세텍 부지를 제외하더니, 지난해 3월 돌연 세텍 부지에 ‘동남권역 제2시민청’을 건립하겠다며 기름에 불을 부었다.

“가건물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시민청으로 바꿀 필요도 없거니와, 해당 부지에 시민청이 들어서면 향후 세텍 부지 개발 때 빼내기도 힘들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미 세텍 주위에 포진한 은마·미도·쌍용아파트 등 개포지구 재건축 계획이 추진 중인 만큼, 이와 보조를 맞춰 세텍 부지를 당초 부지조성 목적에 맞게 적시 개발하는 것이 국가적으로도 이익이란 것이 그의 판단이다. 그는 “재건축 계획보다 세텍 개발이 늦어질 경우 향후 입주민들이 제기할 수 있는 조망권, 일조권, 소음피해 등 각종 민원에 개발이 차일피일 미뤄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때문에 신 구청장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행정력을 총동원해 서울시 방침에 반기를 들고 나선 것. 신 구청장은 서울시 7급 공무원 출신으로 33년3개월간 봉직한 정통 지방행정가다. 서울시 회계과장, 행정국장, 여성정책관 등을 거쳤고, 강남구청장에 취임한 뒤로는 행정고시 출신으로 고위관료를 지낸 전임 남성 구청장들이 감히 손대길 꺼려 한 곳에 과감히 손을 댔다. 양재천변 영동5교(橋) 아래 모여 살던 ‘왕초’ 윤팔병씨의 넝마공동체를 과감히 이주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윤팔병씨는 박원순 시장이 총괄상임이사를 지낸 ‘아름다운가게’ 공동대표를 역임했다. 그 결과 신 구청장은 2014년 구청장 재선에 성공했다.

강남구는 방만하게 청사를 운영하는 다른 자치구와 달리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재정자립도 1위(59.96%)의 부자구임에도 불구하고, 옛 조달청 중앙보급창 건물에 허름한 청사를 쓰고 있다. 신연희 구청장은 “강남구 관내에만 15개 문화센터, 3개 평생학습관에서 제2시민청과 유사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제2시민청 건립이 불필요하다”며 “세텍을 원래 목적대로 중소기업을 위한 전시장으로 제대로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훈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