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 레이저포
미 해군 레이저포

지난 11월 21일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6 한국군사과학기술학회 추계학술대회’에 소형무인기 대응체계가 특별세션으로 포함됐다. 이 세션에선 2014년 이후 새로운 비대칭 위협으로 부상한 북한의 소형무인기 등 무인기를 요격할 수 있는 다양한 무기체계나 아이디어들이 소개됐다.

그중 우선 눈길을 끈 것은 고출력 전자기파(EMP)를 쏴 북한 무인기를 격추하는 기술이다. 고출력 EMP가 무인기를 격추하는 기술은 전자장비가 일정 수준 이상의 EMP에 노출되면 비정상적으로 작동하거나 파괴될 수 있는 성질을 활용한 것이다. 국산무기 개발의 총본산인 국방과학연구소(ADD)의 류지헌·김기호 연구원 등은 ‘전자기펄스를 활용한 소형무인기 대응 기술’ 논문을 통해 “ADD는 높은 출력을 갖는 지향성 전자기펄스 발생장치를 개발했다”며 “ADD는 종래 개발된 전자기펄스 기술을 기반으로 소형무인기의 전자기펄스에 대한 취약성 분석 연구 등 다양한 전자기펄스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ADD가 무인기 격추용 전자기펄스 발생장치의 개발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소형무인기를 총이나 포로 쏴 격추할 경우 의도하지 않은 2차 피해를 초래할 수 있지만, 고출력 전자기펄스는 2차 피해 우려가 거의 없다는 게 장점이다.

지난해 러시아에서도 비슷한 원리를 갖는 무인기 무력화 무기 개발 사실이 공개됐다. ‘마이크로웨이브 건(Gun)’이라 불리는 이 신무기는 고주파를 이용해 10㎞ 밖의 무인기(드론)를 떨어뜨리고 미사일을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러시아 무기제조업체 UIMC가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쿠빈카에서 열린 국제 군사기술포럼에서 ‘마이크로웨이브 건’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마이크로웨이브’는 전자레인지처럼 파장 범위가 1㎜~1m 사이의 극초단파를 의미한다. 강력한 살균력과 전파 교란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러시아가 개발한 마이크로웨이브 건도 안테나와 고주파 장치를 통해 강력한 전자파를 발생시켜 적 무기의 전자시스템을 교란시키는 방식이다. 마이크로웨이브 건은 러시아군에서 사용하기 위해 기존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 부크(BUK)에 맞춰 제작됐다. 부크는 우크라이나 친러시아 반군이 말레이시아 여객기를 격추시킬 때 사용했던 무기다.

마이크로웨이브 건은 부크의 이동식 발사대에 장착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부크발사대 외에 다른 플랫폼에 장착할 경우 360도 전체를 감시하고 방어하는 것도 가능하다. 미 방산업체 레이시온사도 고출력 마이크로파 기술로 무인기를 무력화하는 무기체계인 차량형 ‘드론 킬러’ 시스템을 만들어 공개한 바 있다.

레이저 무기도 무인기 요격무기로 각광을 받고 있다. 미 군사전문매체 디펜스뉴스는 지난해 6월 미사일 전문 독일 방산업체 MBDA 관계자의 말을 빌려 일련의 실험에서 3㎞ 거리에서 접근하는 소형 드론을 레이저로 격추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레이저 무기가 정지된 목표물이나 직선 비행하는 물체를무력화하는 데 성공한 적은 여러 차례 있지만, 궤도를 바꿔 비행하는 물체를 타격하는 것은 MBDA가 선보인 무기가 사실상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파리 에어쇼에서 선보인 이 레이저 무기는 10㎾ 출력의 발사기 4개를 거울을 이용해 한 개의 빔에 집중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총 40㎾ 위력을 가진 레이저빔으로 움직이는 소형 드론을 파괴했으며 파괴하는 데 걸린 시간은 3.39초에 불과했다. 앞서 20㎾ 위력의 레이저빔 실험에서는 500m 거리에서 접근하는 소형 드론을 화염으로 변하게 해 격추하는 데 성공했다. MBDA 관계자는 “MBDA가 독일 국방부와 공동으로 지난 10년 넘게 이 레이저 무기 개발작업을 진행해왔다”며 “100㎾ 위력을 내려면 400∼500㎾의 축전지 전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효율은 아직 30%에 머물러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 무기가 앞으로 5년 내에 실전에 배치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럴 경우 격추 사거리가 5㎞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MBDA 측은 이 레이저 무기가 급조폭발물(IED) 같은 다른 목표물을 무력화하는 데도 유용하다고 강조했다.

독수리의 드론 사냥
독수리의 드론 사냥

드론 잡는 독수리도 등장

국산 전자기파 무인기
국산 전자기파 무인기

미 해군이 지난해부터 단계적인 실전배치에 들어간 LaWS(Laser Weapon System)도 레이저를 활용한 무인기 격추용 무기다. 무인기 외에 소형 고속보트 등도 타격 대상이다. 한 번 발사에 1달러밖에 들지 않는 경제적 무기라는 게 최대 강점이다. 다만 사거리가 1.6㎞ 안팎으로 짧고, 아직 미사일이나 포탄 요격능력은 없다는 게 한계다.

무인기 잡는 무인기도 등장하고 있다. 소형무인기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국내 중소기업인 유콘시스템은 지난해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15’에 드론 킬러를 처음으로 전시했다. 작전 방식은 우선 레이더나 열열상카메라 등으로 적 무인기를 발견하면 날개 길이 2m의 드론 킬러를 발사시킨다. 드론 킬러는 탑재한 주야간 영상 카메라로 자동추적하다가 목표물에 근접하면 추돌한다. 이 충격으로 적 무인기와 드론 킬러는 중심을 잃고 지상으로 추락하게 된다.

드론 킬러는 발사대를 통해 이륙한 뒤 가솔린 엔진을 가동시켜 1시간가량 날 수 있다. 최대 속도는 시속 180㎞이고 2㎞ 고도에서 비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유콘시스템 전용우 대표는 “2014년 3~4월 중 북한 무인기가 한국 상공을 휘젓고 다녔을 때 무인기를 격추할 마땅한 타격체계가 없는 것에 착안, 자체 개발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무인기를 타격하는 유도로켓들도 개발되고 있다. 미 레이시온사에서 개발 중인 PIKE는 반능동 레이저 탐색기를 활용해 무인기 같은 저속 이동표적을 타격할 수 있다. PIKE는 미사일 같은 유도로켓으로 최대 사거리는 2.1㎞에 이르지만 길이 42.6㎝, 직경 40㎝로 매우 작은 편이다. 미 록히드마틴이 개발 중인 MHTK는 무게 2.5㎏, 길이 70㎝, 직경 40㎜ 크기다. 이밖에 레이저 탐색기를 활용하는 APKWS도 주목받는 무기다.

이밖에 재밍(전파방해)을 활용해 무인기를 무력화하는 방법도 여러 국가에서 개발됐거나 개발 중이다. 한 전문가는 “네덜란드 경찰의 경우 독수리를 활용해 무인기를 잡는 방법을 개발했다”며 “무조건 비싸고 좋은 첨단 요격 수단만 찾을 것이 아니라 비용 대비 효과적인 우리 나름의 무인기 무력화 수단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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