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무기 전시회인 ‘유로사토리’에 전시된 K-9 자주포.
세계 최대 무기 전시회인 ‘유로사토리’에 전시된 K-9 자주포.

지난해 12월 우리나라가 세계 무기수입 1위에 올랐다는 외신 보도들이 눈길을 끌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와 미 의회 조사국 등에 따르면 2014년 우리나라는 78억달러(약 9조1500억원)의 무기 구매 계약을 체결해 세계 최대 무기수입국으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이 중 미국 수입 무기가 70억달러(약 8조2000억원)어치로 90%나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무기 거래 시장에서 우리나라는 항상 상위를 차지하면서 ‘큰 시장’으로 통해왔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6~2015년 10년간 무기수입에 있어서 UAE, 호주 등과 함께 공동 4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년간 세계 1위는 인도로 세계 전체 무기수입의 11%를 차지했다. 이어 중국이 6%, 사우디아라비아가 4.8%, UAE와 우리나라, 호주가 각각 4%의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상위 5개국의 무기수입 비중은 30%에 달한다.

2011~2015년 최근 5년간을 분석해 보면 총 153개국이 무기수입을 했는데 상위 5개국은 인도, 사우디아라비아, 중국, UAE, 호주 등으로 이들이 전체 무기수입액의 34%를 차지했다. 지난 5년간 무기수입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아시아와 오세아니아가 46%로 거의 절반을 차지했고 이어 중동이 25%, 유럽이 11%, 미주 지역이 10%, 아프리카가 8%를 각각 점유했다. 지난 5년간 세계 무기수입 상위 10개국 중 6개국이 우리나라를 포함해 아시아와 오세아니아에 있다.

이 중 인도는 세계 최대의 무기수입국이다. 인도의 2011~2015년 무기수입은 2006~2010년 무기수입에 비해 90%나 증가했다. 경쟁국인 중국이나 파키스탄의 무기수입에 비해 3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는 인도 방산업체들이 상당수 국산 무기 개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인도에 K-9 자주포 수출이 사실상 결정된 상태이며 함정, 미사일 등 수출도 추진 중이다. 지난 5년간 인도가 수입한 무기 중 70%는 러시아제여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T-90 전차를 비롯 항공모함, 화포 등이 러시아제이고 순항미사일, 스텔스 전투기 등을 공동 개발했거나 개발 중이다.

14%는 미국, 4.5%는 이스라엘제였다. 지난 5년간 인도가 미국에서 수입한 무기는 2006~2010년에 비해 11배나 증가해 미국이 인도의 신흥 무기수출국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당분간은 러시아가 1위 자리를 지킬 전망이다. 인도는 이 때문에 경쟁국인 러시아와 미국의 무기가 공존하는 드문 나라가 됐다.

미국 수출형 T50A 훈련기
미국 수출형 T50A 훈련기

수입 1위국은 인도, 수출 1위국은 미국

중국은 방위산업 발전에 따라 무기수입 의존도가 낮아지는 추세다. 2000년대 이전까지 중국은 세계 최대 무기수입국이었다. 하지만 지난 5년간 무기수입 규모는 세계 3위다. 대형 수송기와 항공기·함정 엔진, 헬리콥터 등의 핵심 부품은 여전히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의 J-10, J-20 스텔스기 등 독자 전투기 개발과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독자 엔진 개발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년간 중국 무기수입 중 30%나 차지한 것이 엔진이다. 중국도 러시아제 무기 비중이 높은데 최근 5년간 전체 무기수입액 중 59%는 러시아, 15%는 프랑스, 15%는 우크라이나였다. 베트남은 2006~2010년 세계 43위의 무기수입국이었지만 최근 5년간은 무기수입이 7배 가까이 늘어나 세계 8위로 껑충 뛰었다. 최근 5년간 무기수입 상위 10개국 중 가장 큰 폭의 증가를 보였다. 러시아제 무기가 93%나 차지했다. 전투기 8대, 고속정 4척, 미사일 장착 잠수함 4척 등이 러시아로부터 도입됐다.

반대로 무기수출의 경우를 살펴보면 미국이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국제 무기 거래 규모는 2684억달러(1990년 불변가)인데 미국이 31%, 러시아가 24%, 독일이 8%, 프랑스가 6%, 중국이 5%를 점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5개국의 수출 비중은 전체 무기 거래 규모의 74%에 달했다. 최근 5년간 무기 거래는 2006~2010년에 비해 15% 늘어난 1429억달러였다. 항공 분야가 44%를 차지했다. 국가별로는 미국 33%, 러시아 25%, 중국 5.9%, 프랑스 5.6%, 독일 4.7%, 영국 4.5%였다. 특히 독일, 프랑스를 제치고 3위에 오른 중국의 부상이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은 과거 값싼 재래식 무기수출에 치중했지만 최근엔 고가의 첨단무기 수출에도 나서고 있다.

최근 5년간 미국의 무기수출액은 2006~2010년에 비해 27% 증가했다. 미국의 가장 큰 수출 대상국은 사우디아라비아로 9.7%를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중동이 41%로 가장 비중이 높았고,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40%, 유럽 9.9%였다. 미국의 주력 수출무기는 전투기 등 항공기로 59%에 달했다. 여기엔 10개국에 총 640대의 F-35 스텔스 전투기를 수출하는 계약이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도 2018년부터 총 7조4000여억원 규모의 F-35 40대를 도입한다. 2011년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 84대의 F-15SG 전투기를 수출키로 한 것은 지난 20년 사이 가장 큰 규모의 미국 무기수출 사례로 꼽힌다.

이들 무기는 세계 100대 방산업체들이 주로 생산한다. 2014년 이들 업체의 무기판매액은 4010억달러에 달했다. 100대 무기 생산업체 매출액의 80.3%를 미국과 서유럽에 본사를 둔 회사들이 차지했다. 특히 상위 10개 업체는 모두 미국과 서유럽 회사들이다. 2014년 이들 회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49.6%로 2013년의 50%에 비해 약간 줄었다. 세계 최대의 방산업체는 미 록히드마틴으로 2014년 374억7000만달러의 무기 판매를 기록했다. 록히드마틴은 우리나라에서도 차기 전투기(F-X) 3차 사업(F-35 도입)을 비롯, KF-16 성능 개량, 패트리엇 PAC-3 미사일 등 각종 대형 사업을 휩쓸어 ‘거대한 공룡’으로 자리 잡았다.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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