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뒷줄 왼쪽 세 번째), 유승민(가운뎃줄 왼쪽 네 번째) 의원 등 새누리당 탈당파 의원 29명이 지난 12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혁보수신당 분당 선언 이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김무성(뒷줄 왼쪽 세 번째), 유승민(가운뎃줄 왼쪽 네 번째) 의원 등 새누리당 탈당파 의원 29명이 지난 12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혁보수신당 분당 선언 이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 29명이 지난 12월 27일 집단 탈당을 결행하며 ‘보수 혁신’의 깃발을 들었다. 이들이 탈당 직후 가칭 ‘개혁보수신당’ 창당을 선언하면서 최순실 사태로 12월 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 18일 만에 집권 여당이 쪼개진 것이다. 1990년 민정·민주·공화당의 3당 합당(合黨)으로 민주자유당이 출범한 이후 신한국당과 한나라당, 새누리당으로 이어져온 거대 보수당이 26년 만에 붕괴했다.

이로써 새누리당은 128석에서 99석으로 쪼그라들면서 더불어민주당(121석)에 원내 1당 자리를 내주고 2당으로 내려앉았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과에 따라 조기 대선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보수 진영이 소용돌이로 빠져들고 있다.

새누리당을 탈당해 개혁보수신당 창당에 참여한 의원은 총 30명이다. 김무성·유승민 의원 등 지난 12월 27일 새누리당을 집단 탈당한 의원 29명에다 앞서 남경필 경기지사와 함께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있던 김용태 의원이 합류했다. 이들은 집단 탈당을 결행한 당일 국회에 교섭단체 등록을 하고 원내 제4당이 됐다. 원내대표에는 4선의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을)을 추대했고 이종구 의원(3선·서울 강남갑)이 정책위의장을 맡았다.

이들은 분당(分黨) 선언문에서 “새누리당을 망가뜨린 ‘친박패권주의’를 극복하고 진정한 보수 정권의 재창출을 위해 새롭게 출발한다”며 “대한민국의 진짜 보수 세력을 모아 보수의 적통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분당 선언문에선 ‘보수’란 단어가 24번 거론되고 보수가 중요시하는 법치, 헌법, 시장경제, 안보 등이 강조됐다. 이와 함께 “공정한 규칙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민주화를 추구하면서 혈연·지연·학연에 좌우되는 정실자본주의를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개혁 노선도 분명히 했다. 19세기 귀족·지주 등 전통적 핵심 지지층에 묶인 영국 보수당이 산업자본가와 노동자층을 기반으로 한 자유당에 정권을 내주고 장기간 표류하다가 참정권 확대와 노동권 제고 등 노선 변화를 통해 재집권에 성공한 모델을 따라가겠다는 뜻이다.

김무성·유승민 ‘좌파 집권 저지 위한 혁신’

이번 분당을 주도한 두 축은 김무성·유승민 의원이다. 김·유 두 사람은 박근혜 정부 시절 새누리당에서 각각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지낸 인물이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캠프를 주도한 ‘원조(元祖) 친박’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 정부 출범 후 박 대통령과 그를 떠받치는 서청원·최경환 의원이 중심이 된 친박 핵심들과 불화를 겪으며 비주류로 밀려났다. 그런 점에서 새누리당이 표방한 이념·노선에 대한 차이라기보다 ‘박근혜 1인 정당화’한 친박 패권에 대한 반발에서 당을 쪼개고 나온 측면이 크다고 정치권에선 보고 있다.

실제 김무성·유승민 의원은 지난 4월 총선을 거치면서 현재의 새누리당에선 정치적 진로를 모색하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렸다. 친박계가 주도한 이른바 ‘진박(眞朴) 공천’ 파동 당시 유 의원은 공천을 받지 못하고 탈당해 무소속으로 당선돼 어렵게 복당했다. 당시 당 대표였던 김무성 의원은 막판 ‘옥새(玉璽) 파동’을 일으켰지만 친박계와 세력 대결에서 역부족이었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김 의원은 이미 이때부터 새누리당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정계개편을 준비해왔다”고 했다. 다만 유 의원은 이번 분당 국면에서 ‘당내 투쟁’을 주장하며 막판까지 탈당을 주저했다. 새누리당의 세력 기반인 대구·경북(TK) 출신의 유 의원은 ‘TK 주도세력 교체를 통한 새로운 보수 세력 창출’에 미련을 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12월 16일 치러진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비박계가 단일후보로 내세운 나경원 의원이 친박계 정우택 의원에 패한 게 결정타가 됐다. 개혁보수신당 의원들은 애초 친박 핵심들을 출당시키고 당을 쇄신하려 했다. 하지만 원내대표 경선 결과 새누리당 내에선 수적 우위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유 의원이 김 의원이 준비해온 분당 열차에 오르기로 결심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개혁보수신당 관계자는 “친박계 새누리당으로는 차기 대선을 해보나마나 필패(必敗)”라며 “결국 ‘좌파 집권 저지’란 공동 목표를 가진 김 의원과 유 의원이 일단 한배를 탄 셈”이라고 했다.

개혁보수신당은 우선 새누리당 친박계를 이미지나 세력 면에서 압도한 뒤 다시 통합된 ‘신(新)보수정당’을 만드는 것이 일차적 목표다. 그리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든 누구든 새로운 인물을 영입해 경선을 거친 뒤 대선에서 문재인 전 대표와 승부를 겨뤄 보겠다는 전략이다.

‘제3지대 연대’에 성공할까

우선 개혁보수신당 의원들은 ‘박근혜 실패’의 책임을 고스란히 안은 친박 새누리당으로는 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정치적 불임(不妊)’이 될 가능성이 커진 새누리당은 결국 남아 있는 ‘친(親)반기문’ 성향의 중도파 의원들이 1월 반 총장 귀국 이후 추가 탈당 대열에 나서면서 ‘TK 자민련’이나 ‘신(新)친박연대’로 오그라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 경우 새누리당을 뛰쳐나온 추가 탈당파를 흡수해 보수 진영의 주도권을 갖겠다는 게 개혁보수신당의 생각이다.

다만 개혁보수신당의 한 핵심 의원은 “차기 대선에선 개혁보수신당 역시 단독 집권은 어렵다”고 했다. 결국 제3지대 쪽과 연대를 모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개혁보수신당이 꼽는 제1연대 대상은 반기문 총장과 국민의당이다. 유승민 의원을 비롯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 여권의 대선주자급 인사들이 모두 탈당하거나 탈당 의사를 밝혔지만 이들이 지지율 등에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압도하지는 못하고 있다. 개혁보수신당 관계자는 “반 총장을 영입하고, 이를 동력 삼아 제3지대 연대 과정에서 주도권을 행사한다는 전략”이라며 “여기에 더해 현재 당적(黨籍) 없이 장외에 머물고 있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까지 끌어들여 판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김무성 의원은 정진석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통해 반 총장 영입을 모색하고 있고, 주호영 원내대표는 최근 손 전 대표를 만나 신당 입당을 타진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일차적으로 반 총장이 ‘나는 새누리당 사람들과는 함께하지 않겠다’면서 새 깃발을 든다면 신당의 동력은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그럴 경우에는 일부는 새누리당으로 돌아가고, 상당수는 국민의당이나 반 총장 세력과 합해질 가능성이 크다. 반 총장과 가까운 한 충청권 의원은 “개혁보수신당이 아직까진 세력 면에선 보수 진영의 비주류 위치를 극복하지 못한 것 아니냐”며 “반 총장이 대선을 하려면 비주류 세력에 얹혀가는 그림은 곤란하고 반기문 중심의 새로운 세력을 기반으로 제3연대를 주도해야 한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김무성·유승민 의원 간에 이견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김 의원이 분권형 개헌 연대에 적극적인 반면, 유 의원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 또 연대의 폭을 놓고도 양측은 “좌파 집권은 무조건 막아야 한다”(김무성), “마구잡이식 연대는 곤란하다”(유승민)며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결국 반 총장 귀국 이후 개혁보수신당은 ‘국민의당+반기문+신당’의 길을 갈 수도 있고 여기에 민주당에서 일부가 이탈해 ‘개헌 연대’와 같은 더욱 큰 차원의 정계 재편이 이뤄질 수도 있다. 개혁보수신당 관계자는 “제3지대 연대를 주도할 수 있느냐가 개혁보수신당의 관건”이라며 “반기문 총장도 신당이 이를 이뤄낼 수 있느냐를 보고 함께할지를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최경운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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