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역술가 녹숙공(祿叔公)이 뽑아본 2017년의 괘(卦)는 본괘가 감(坎)이고 변괘가 손(巽)이다. 물을 가리키는 감과 바람을 뜻하는 손은 모두 육충(六沖)괘로 본괘나 변괘 모두 육충이다. 2017년에는 온 천지에 예측이 불가능한 풍운(風雲)이 가득할 전망이다. 기운이 불순(不順)하고 음양(陰陽)이 균형을 잃어 수재(水災)와 풍재(風災)가 사람들의 근심거리가 될 전망이다. 다른 역술가 만천설(滿天雪)은 한걸음 더 나아가서 “2017년 상반년에 중국은 끊임없이 국제분쟁에 휘말리고, 국제적인 명예가 더럽혀질 전망이다. 갈수록 심각해지다가 하반년에 가서야 숨을 돌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또 다른 역술가 리리푸(李立富)도 “2017년에는 풍우가 불순하여 여름철에 농작물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며, 서북쪽에서는 지진과 대형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한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12월 22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2017년의 중국 외교를 전망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2017년에 우리 중국이 해야 할 가장 큰 일은 중국공산당 제19차 당 대회를 순조롭게 개최하는 일과 13차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일이다. 2017년 세계의 대세는 평화와 발전이 큰 흐름으로 지속되는 가운데, 각종 어지러운 현상(亂象)이 지속될 전망이다. 새로운 1년 동안 우리는 시진핑(習近平)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의 영도 아래서 난국 중에서 안정할 수 있는 힘을 비축해야 하며, 변화하는 국면 속에서도 기회를 잡아 중국 특유의 대국외교라는 새로운 국면을 열어가야 한다.”
왕이는 그러면서 2017년에 중국이 수행해내야 하는 과제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첫째, 대국(大局)을 보는 안목을 길러 당의 19차 당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는 외부환경을 조성하고, 둘째로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 추진을 위한 각국 정상 회의와 제9차 브릭스(BRICS) 정상회의의 개최도 성공적으로 치러내야 한다. 세 번째로는 중·미(中美) 관계를 평온하게 만들 수 있는 새로운 협력구조를 조성해야 한다. 건강하고 안정된 중·미 관계를 조성한다는 큰 틀 아래서 세계 각국과 우호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새로운 장정(長征)에서 새로운 승리를 획득하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이 실현되도록 기반을 다지는 1년이 펼쳐져야 한다.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 시진핑에게 2017년은 “시진핑식의 새로운 정치”를 중국 안팎에 과시하느냐 마느냐 하는 중대한 선택의 1년이 될 전망이다. 시진핑은 2016년 10월 24일부터 27일까지 개최된 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6차 전체회의(6중전회)에서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이란 호칭을 회복하는 대단한 기세를 보여주었다.
‘~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이라는 호칭은 마오쩌둥(毛澤東), 덩샤오핑(鄧小平), 장쩌민(江澤民) 세 명의 역대 최고지도자들에게 붙여졌다. 하지만 후진타오(胡錦濤)가 2002년 당 총서기에 오른 뒤에는 장쩌민의 위세에 눌려 ‘후진타오 동지를 당 총서기로 하는 당 중앙’이라는 격하된 표현이 사용됐다. 2012년 말에 당 총서기에 오른 시진핑 역시 그동안은 ‘시진핑 동지를 당 총서기로 하는 당 중앙’이란 호칭에 머물다가 지난해 6중전회에 가서야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이라는 표현을 회복했다. 그런 기세를 몰아 시진핑은 자신의 위세에 눌려 점차 목소리가 작아지고 있는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2017년 가을에 열릴 예정인 19차 당 대회에서는 전국인민대표대회 의장 정도의 자리로 밀어내고, 이번 가을에 은퇴해야 하는 왕치산(王岐山)을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에서 국무원 총리로 끌어올리는 ‘백색 쿠데타’를 감행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국면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진핑으로서는 ‘~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이라는 호칭을 회복한 여세를 몰아 자신의 반부패 캠페인을 당 중앙기율검사위 서기의 자리에서 잘 보필해온 왕치산을 당내의 연령 불문율인 ‘칠상팔하’(68세 이후에는 새로운 영도 직위 취임 불가)까지 무시해가며 총리로 끌어올려야 하느냐 마느냐를 결정해야 하는 국면이라는 이야기가 베이징(北京) 권부 중심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왕치산을 2017년 가을 당 대회에서 은퇴시키지 않고 오히려 총리로 끌어올릴 경우, 1989년 장쩌민이 당 총서기가 된 이후 안정적으로 작동해오던 중국공산당의 권력승계 시스템에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모험을 감행해야 한다.
거기에다가 2022년의 제20차 당 대회 때의 권력구조를 위해 후춘화(胡春華·1963년생)와 쑨정차이(孫政才·1963년생)라는 두 개의 새로운 별을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발탁해서 빛나게 해야 하는 임무도 시진핑의 어깨에 걸려 있다. 더구나 시진핑의 전임 당 총서기 후진타오가 강력히 후원하는 리커창 총리를 총리직에서 끌어내리기에는 너무나 커다란 모험을 해야 하는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데 과연 그런 모험을 감행할 만큼 시진핑의 정치적 입지가 단단한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남아 있다. 시진핑을 겨냥한 당내 투고까지 나온 터라 시진핑 체제의 불안정성을 극복하고 시진핑이 자신만의 개성을 강조하는 정치를 펼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해야 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미국은 “중국이 일방적으로 달러를 흡수하는 현재의 무역구조를 뜯어고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어 중국 경제는 불안요소를 안게 된 형세다. 트럼프가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45%의 관세를 물리겠다”는 선거 공약을 어떻게 실현하려고 할지 중국으로서는 잘 대비해야 한다. 트럼프 당선 이후 달러화 강세 흐름이 형성되면서 위안(元)화 약세가 진행되고 있는 점도 중국 경제에 그림자를 던지고 있다. 안 그래도 당의 결정으로 GDP성장률을 6.5%로 내려잡은 상황에서 투자와 생산 분야 위축이 두드러지는 분위기다. 이를 어떻게 다시 치어 업(cheer up)할 것인지도 신경 써야 하는 것이 2017년 중국 경제에서 예상되는 흐름이다.
2017년 중국의 운세는 주역 팔괘가 예상하듯 풍운이 불순하고 음양이 균형을 잃어 난세가 예상되는 형세라는 역술가들의 말을 중국 지도자들은 잘 기억해야 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