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정당·지역·연령·이념 등 4개 변수에 따른 대선주자 지형도를 분석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일어난 직후인 2016년 11월 1일부터 12월 17일까지 7주간 매일(토·일 제외) 500명씩 총 1만7500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모아 분석한 자료다. 이번 분석은 응답자들의 정당지지·지역·연령·이념성향 등 4가지 변수와 대선주자 지지도의 역학관계를 한눈에 알아보기 쉽도록 2차원 평면에 포지셔닝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조사를 주도한 현경보 리얼미터 미래전략연구소장은 “대선주자의 지형분석을 위해 대응분석(correspondence analysis)이라는 분석기법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림 1~4>는 정당·지역·연령·이념 등 4가지 변수와 대선주자의 지지도 관계는 물론 대선주자들 간의 역학관계를 한눈에 보여준다. 대응분석 기법을 통해 도출한 이 ‘대선주자 포지셔닝 맵’을 보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유권자의 정당 지지와 대선주자 지지도의 관계를 보여주는 그림을 보면 어떤 대선주자가 어느 정당과 가까운지 좌표 간의 거리로 쉽게 비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그림 1>에서 1사분면에 있는 문재인 전 대표의 좌표는 빨간점으로 표시된 더불어민주당과 상당히 근접해 있다. 이는 문재인 전 대표 지지자들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2사분면을 보면 새누리당 좌표 근처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김무성 의원, 오세훈 전 의원, 홍준표 경남지사 등의 대선주자가 자리 잡고 있다. 이는 이들 대선주자의 지지자들 중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포지셔닝 맵은 x축(차원1)과 y축(차원2)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정당·지역·연령·이념 등 변수와 대선주자 지지도의 역학관계를 2차원 평면도에서 거리 척도로 한눈에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하다.

이 자료가 분석 대상으로 삼은 2016년 11월 1일부터 12월 17일까지의 한 달 보름 남짓한 기간, 대선주자 지지도와 순위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영향으로 크게 요동쳤다. 1위를 달리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지지도는 24%에서 18.3%로 ‘최순실 국정농단’사태 이후 5%포인트 이상 하락하면서 2위로 내려앉았다. 반대로 지지율 18.7% 수준을 유지하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21.6%로 3%포인트가량 상승하며 지지율 1위로 올라섰다.

최순실 사태와 촛불 정국으로 가장 주목을 받은 대선주자는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그는 최순실 사태 이전에 4.4%였던 지지율이 12.3%로 급상승하면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제치고 지지율 3위를 기록했다. 반면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율은 10% 수준에서 답보 상태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촛불 정국의 수혜를 받지 못했다. 박 시장의 지지율은 최순실 사태 이전 5.8%에서 5.0%로 오히려 미세하게 하락했다. 그 밖에 지지율 4% 이내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에는 눈에 띄는 변화가 없었다. ‘최순실 사태 이후’인 11월 1일부터 12월 17일까지와 비교되는 ‘최순실 사태 이전’ 지지도는 리얼미터가 9월 1일~10월 21일 사이에 실시한 1만5500명 응답자 조사 결과를 통해 도출했다.

정당지지도는 최순실 사태와 촛불정국 이후 새누리당이 31.5%에서 18.3%로 급락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29.3%에서 33.5%로 4.2%포인트 상승하면서 정당지지도 1위를 차지했다. 국민의당과 정의당도 각각 13.2%에서 14.9%, 4.8%에서 6.2%로 상승세를 보였다. 12월 말 새누리당을 탈당해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개혁보수신당’은 분석에 포함되지 않았다. 지지 정당이 없거나 잘 모른다는 응답은 17.7%에서 22%로 4%포인트 정도 증가했다. 새누리당 지지층이 무당층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정당 지지기반에 따른 주자들의 위상

<그림 1>은 유권자들의 정당 지지 성향과 대선주자 지지도의 관계를 2차원 평면에 나타낸 포지셔닝 맵이다.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지지 그룹과 대선주자 지지도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그림이다.

이 그림에서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의 좌표를 보면 서로 비슷한 거리를 유지하며 크게 역삼각형의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3당이 어느 누구와도 가깝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정의당은 더민주와 매우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타정당 지지와 지지정당이 없는 그룹은 상대적으로 새누리당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에 나타난 정당 지지에 따른 대선주자 위상을 살펴보면, 문재인 전 대표는 상대적으로 더불어민주당 지지그룹으로부터 강한 지지를 얻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문 전 대표 다음으로 더민주 지지그룹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반면에 박원순 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의원 등은 상대적으로 더민주 지지그룹으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김부겸 의원은 더민주 지지그룹에서 멀리 떨어져 기타정당이나 지지정당이 없는 그룹에 가깝다.

이 그림에서 흥미로운 사실은 이재명 성남시장과 정의당 지지그룹의 좌표가 일치한다는 점이다. 이는 이재명 시장이 정의당 지지그룹으로부터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도 더민주보다 정의당과 상대적으로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위치는 새누리당 좌표와 가깝다. 새누리당 지지그룹이 반 전 총장을 지지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뜻이다. 반 전 총장은 문재인 전 대표에 비해 무당(無黨)과도 가깝다. 지지정당이 없다는 그룹에 반 전 총장의 지지자들이 문 전 대표 지지자에 비해 많다는 뜻이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국민의당이 위치한 그림 하단에 갈라파고스섬처럼 외따로 떨어져 있다. 안 전 대표의 위치는 자신이 소속된 국민의당이 새누리당이나 더민주당과 떨어져 있는 거리보다 더 멀리 떨어져 있다. 새누리당이나 더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안철수 개인이 국민의당보다 더 인기가 없다는 의미다. 안철수 전 대표는 기타정당을 지지하거나 지지정당이 없는 그룹과의 거리도 멀다. 안 전 대표의 지지도가 확장성 없이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는 이유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안 전 대표가 대권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그림의 중심부로 나가 지지정당이 없는 그룹을 자기편으로 끌어당길 수 있어야 한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원희룡 제주지사, 남경필 경기지사, 유승민 의원 등 개혁보수신당의 대선주자들은 기존 새누리당 지지그룹으로부터 상당히 떨어져 있으며 오히려 지지정당이 없는 그룹이나 기타정당 지지그룹과 가깝다. 손학규 전 의원도 특정정당 지지그룹으로부터 떨어져 말 그대로 제3지대에 머물러 있는 형국이다.

지역 지지기반에 따른 주자들의 위상

<그림 2>는 유권자들의 지역별 지지기반에 따른 대선주자들의 위상을 보여주는 그림이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대통령 선거는 지역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가장 영향력이 큰 지역은 유권자의 절반이 몰려 있는 수도권이다. 역대 대선에서 수도권을 잡는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림 2>에서 문재인 전 대표는 서울·경기인천과 가장 근접해 있다. 수도권 유권자들에게 상대적으로 많은 지지를 받는다는 의미다. 문 전 대표가 특히 인천 지역과 가깝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는 문재인 후보에게 51.6% 대 48.0%로 승리했다. 그 당시 인천지역의 득표율도 51.6% 대 48.0%였다. 당시 전국 득표율과 가장 근접한 득표율이 나온 곳이 인천이었다는 점에서 2017년 대선에서도 인천이 전국 표심을 반영할 수 있을지 주목되며, 그런 점에서 문 전 대표의 위치가 인천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점 또한 눈에 띈다. 반면 문 전 대표는 민주당의 전통적 기반인 호남과는 상대적으로 거리가 떨어져 있다. PK(부산·울산·경남), 충청지역보다도 오히려 호남과의 거리가 멀다.

반 전 총장은 의외로 PK지역과 가깝다는 점이 눈에 띈다. PK지역 유권자들은 반기문, 김무성, 홍준표, 오세훈 등 여권 대선주자들을 지지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강했다. 강원지역과 충청지역은 반 전 총장과 문 전 대표가 비슷한 거리에 위치해 있다. 특히 반 전 총장의 고향인 충청권이 반 전 총장과 그렇게 가깝지 않다는 점이 주목된다. 아직까지는 충청권을 놓고 문 전 대표와 경쟁구도에 놓여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오히려 남경필, 원희룡 등의 후보가 지지도는 약세지만 반 전 총장보다 충청지역과 상대적으로 더 가깝다. 이 포지셔닝 맵만을 놓고 보면 반 전 총장의 가장 큰 약점은 문 전 대표나 이재명 성남시장에 비해 서울이나 경기인천과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안철수 전 대표는 호남과 서울 사이에 위치해 있다. 호남지역이 조금은 가까워 보인다. 호남과 서울을 제외하면 안 전 대표는 모든 지역과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다. 수도권의 지지도 특별히 높지 않은 상황에서 호남에 기대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수도권과 가까운 반면 다른 지역과는 거리가 있다. 최순실 사태 이후 정국을 휩쓴 ‘이재명 돌풍’이 수도권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대구·경북의 TK지역이 그림 왼쪽 하단에 외롭게 떨어져 위치한 것도 주목할 점이다. TK지역은 아직 반기문, 문재인, 이재명, 안철수 등 유력 대선주자 중 누구와도 가깝지 않다. TK지역 유권자들이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나마 TK지역과 가장 가까이 있는 대선주자는 대구 동구를 지역구로 둔 유승민 의원이다.

연령별 지지기반에 따른 주자들의 위상

<그림 3>은 유권자의 연령별 지지기반에 따른 대선주자들의 위상을 보여주는 그림이다. 연령대를 20대에서 60대 이상까지 5개 그룹으로 나누어 이들 그룹들의 대선주자 지지도 패턴을 2차원 평면 위에 나타낸 것이다.

이 그림에서 보면 문재인 전 대표는 30대 연령층에서 가장 강력한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마찬가지다. 이 시장은 미세하지만 문 전 대표보다 20대 연령층에 더 가깝다. 하지만 20대 연령층은 지지 후보가 없다고 밝힌 이들이 많은 만큼 20대 유권자들의 지지율이 대선에서 얼마나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문 전 대표는 20대와 40대 연령층에서도 다른 대선주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까운 편이다. 40대 연령층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상대적으로 가장 가깝다. 박 시장의 지지자들 가운데 40대 연령층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박 시장이 40대 연령층에 가깝다고 해서 문 전 대표보다 40대 연령층의 지지율이 높다는 뜻은 아니다.

반면 보수 진영의 유력 후보인 반기문 전 총장은 50대와 60대 이상 연령대의 지지를 받고 있다. 특히 60대 이상 연령층과 가장 가깝다. 원희룡, 오세훈, 남경필, 유승민 등 보수 진영의 대선주자들도 50·60대 이상 연령층과 상대적으로 가깝다. 특히 유승민 의원은 50대 연령층과 가장 가까운 점이 눈에 띈다.

안철수 전 대표는 40대와 50대 연령층과 비교적 가까운 편이지만 그림에서 볼 때 모든 연령층과 거리를 유지하면서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 모든 연령층에 걸쳐 고른 지지를 받고 있다는 의미도 되지만, 어느 연령층으로부터도 강력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념 성향에 따른 주자들의 위상

<그림 4>는 유권자의 이념별 지지 성향에 따른 대선주자들의 위상을 보여주는 그림이다. 유권자들의 주관적 이념 성향을 보수·중도·진보 등의 그룹으로 나눠 이들의 대선주자 지지 패턴을 2차원 평면 위에 나타낸 것이다. 이 그림에서 보면 보수이념의 유권자 그룹이 왼쪽, 진보이념의 유권자들이 오른쪽에 위치해 있음을 알 수 있다. 중도이념의 유권자들은 보수와 진보 그룹 사이에 있으면서도 진보 쪽에 위치하고 있다.

그림을 보면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명 시장이 진보이념의 유권자들과 가장 가깝다. 진보 유권자들이 문 전 대표와 이 시장을 강하게 지지한다는 뜻이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진보이념의 유권자들과 가까운 편이다.

안철수 전 대표는 중도이념의 유권자 그룹과 가장 가깝다. 특정 연령대의 강력한 지지를 받지는 못하지만 중도이념을 가진 유권자들로부터는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안희정 충남지사도 중도이념 유권자와 가깝다. 손학규, 김부겸, 원희룡, 유승민 등은 중도이념의 유권자와 가까운 편이지만 상대적으로 왼쪽의 보수이념 유권자 쪽에 자리 잡고 있다.

반기문 전 총장은 자신을 보수라고 밝힌 유권자들과 가깝다. 보수이념 유권자 주위에는 홍준표, 오세훈 등이 바싹 위치해 있다. 특히 홍준표 지사는 보수 유권자의 좌표와 거의 겹쳐 있는 점이 눈에 띈다.

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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