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안철수·박지원 의원 등 국민의당 주요 인사들이 최고위원회의를 주관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6월 안철수·박지원 의원 등 국민의당 주요 인사들이 최고위원회의를 주관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으로 옮겨간 호남 민심을 국민의당이 되찾아오지 못한다면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당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지난 1월 5일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국민의당은 지난 총선 당시 안철수 전 대표와 호남지역 국회의원 간 이해가 맞아떨어져 목적을 달성했지만 조기 대선을 앞두고 안 전 대표의 지지율, 정당 지지율이 모두 떨어지며 이해관계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목되는 게 1월 15일 열릴 예정인 국민의당 전당대회이다. 이번 전당대회가 조기 대선을 앞두고 잃었던 호남 민심을 되찾는 계기가 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만약 국민의당이 이번 전당대회를 흥행리에 마무리한다면 다시 호남 패권을 쥐고 대선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전당대회가 집안잔치로 끝난다면 신임 당대표는 승리의 기쁨을 누리기보다 당의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대표 경선은 박지원 후보의 우세가 점쳐지는 가운데 황주홍 의원, 손금주 의원, 김영환 전 사무총장, 문병호 전략홍보본부장의 5파전 양상이다.

호남 민심 8개월 만에 다시 민주당으로

지난해 4월 총선에서 국민의당은 광주·전남·전북 등 호남 의석수 총 28석 가운데 23석을 거머쥐며 호남의 패자(覇者)가 됐다. 민주당 텃밭으로 여겨졌던 호남을 국민의당이 탈환한 건 4·13총선의 최대 이변이었다.

불과 8개월 만에 전세는 역전됐다. 지난 1월 1일 주요 일간지에서 발표한 신년 여론조사 결과 호남에서 국민의당 정당지지율은 민주당에 밀려 2위로 나타났다. 조선일보와 여론조사기관 칸타퍼블릭이 실시한 신년 여론조사를 보면, 호남지역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0.9%, 국민의당 23.8% 순이었다. 작년 8월 이후 민주당은 호남에서의 정당 지지율을 끌어올렸고 최근에는 국민의당과 지지율 격차를 크게 벌렸다. 오는 5월로 예상되는 조기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당 지지기반이 흔들리는 양상이다.

국민의당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자. “국민의당이 차기 대선에서 유력한 후보를 낸다거나 캐스팅보트를 쥐려면 호남 민심을 확고하게 잡아야 한다. 그런데 이미 호남 여론이 정당이 아닌, 유력 대선주자를 중심으로 흐르고 있다. 안철수 등 당내 대선주자에 대한 지지세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향후 민주당이나 반기문 쪽으로 민심이 분산될 가능성이 있다.”

당내 일각에서는 호남에서 국민의당 지지율이 떨어진 원인으로 지난해 12월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 과정을 지목하고 있다.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은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국민의당 지지율이 떨어진 원인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 처리 당시 선명성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호남 민심은 우리에게 야당으로서 야성(野性)을 보여달라고 하는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정당 지지율 회복방안으로 ‘선자강론’을 언급했다. “보수여당과 거대야당 사이에서 우리 당은 운신의 폭이 좁았다. 우리는 호남 민심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래야만 호남을 끌어안을 수 있다. 호남을 기반으로 먼저 강한 야당으로 자리 잡는다면 대선에서 다른 세력들의 러브콜을 받게 될 것이다.”

박지원 후보는 정동영 의원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주간조선에 밝혔다. 박지원 후보의 말이다. “국민의당이 지난해 12월 탄핵안 가결 당시 선택했던 시점의 문제에서 결국 옳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선총리, 후탄핵을 하자는 주장도 결과론적으로 옳은 주장이었다. 우리가 촛불광장에서 ‘사이다’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무게감 있게 대응한 측면도 있다. 지지율 조정은 잠시일 뿐, 결국 다시 합리적으로 복원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율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은 국민의당의 고민거리다. 호남지역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 결과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25.8%로 1위에 올랐고 안철수(9.8%) 전 대표의 경우 이재명 성남시장(19.1%)에 밀려 3위로 처졌다. 안 전 대표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5.9%)과 마찬가지로 호남에서 한 자릿수 지지율에 머물렀다. 호남에서 안 전 대표의 지지율이 하락한 건 호남이라는 지역 기반에 안주하기보다 전국적인 세력 확장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상대적으로 호남에 ‘올인’한 문재인 전 대표와 촛불민심에 올라탄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안 전 대표가 밀린 것으로 보인다.

“安, 손학규와 함께하고 싶다고 말해”

최근 호남지역 국회의원들은 안 전 대표와 달리 세력 확대에 앞서 집토끼 격인 호남의 민심을 끌어안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안 전 대표 측과 호남지역 국회의원 사이에는 이처럼 미묘한 입장 차이가 존재한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해 12월 말에 실시한 국민의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안철수 전 대표가 지원한 김성식 의원은 호남 출신 4선의 주승용 의원에게 큰 격차로 패배했다. 원내대표 경선 결과가 박빙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친안(친안철수) 후보가 큰 격차로 패배한 뒤 안 전 대표는 숙고의 시간을 가졌다.

국민의당 신년행사인 단배식에도 불참했던 안 전 대표는 지난 1월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CES 2017) 참석차 미국으로 출국했다. 안 전 대표는 최근 여의도에 대선을 위한 캠프 사무실을 계약하고 본격적인 대선행보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대선은 문재인과 안철수의 대결이 될 것”이라며 대선을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국민의당이 공을 들여온 손학규 동아시아미래재단 상임고문과의 연대는 초반부터 진통을 겪고 있다. 손 고문은 국민주권개혁회의라는 명칭의 국민운동기구를 1월 중 만들고 2월에는 정치권 ‘빅뱅’을 만들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국민의당은 손 고문 개인을 영입하기보다 민주당을 탈당한 이찬열 의원 등 손 고문 측과 연대 또는 통합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원 후보는 이와 관련 이렇게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나서 안철수 대표가 손학규 고문과 함께하고 싶다는 의사를 강력하게 피력했고 대화를 나눠왔다. 나 또한 같은 맥락에서 손 고문을 만났다. 손 고문이 정치결사체를 만들고 나면 자연스럽게 함께 가는 길을 논의하게 될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국민의당이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을 향하는 세력과 제3지대의 통합을 노리는 세력으로 내분을 겪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호남의 지분을 지키려는 세력은 민주당과 연대를 고심할 것으로 보이고 안철수 전 대표 측은 제3지대 통합 또는 독자노선을 걷기 위해 제3의 세력을 끌어들이는 노력을 경주할 것으로 보인다. 윤희웅 센터장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보수신당 등의 세력이 안철수 대표와 함께할 수 있다는 정치공학적 분석이 있는데, 이게 가능하려면 시간과 코디네이터 그리고 대선주자들의 자기희생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에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김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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