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항모 랴오닝호
중국 항모 랴오닝호

약 16년 전인 2001년 11월 우크라이나에서 건조 중이던 구소련의 쿠즈네초프급 항공모함 ‘바랴그’가 예인선에 이끌려 6시간가량 터키 이스탄불 인근 다다넬스 해협을 지났다. 바랴그는 구소련이 미국 항모 전단에 맞서 우크라이나에서 의욕적으로 건조하다 소련 해체로 건조가 중단된 채 소유권이 우크라이나에 넘어간 비운의 함정이었다. 당시 공정률은 67%였지만 우크라이나는 이를 운용할 능력이 없어 매각을 추진했다.

항모 보유를 탐내온 중국은 홍콩 여행사를 내세워 해상공원을 만들겠다며 바랴그의 매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는 미국 등의 견제를 피하기 위한 속임수였다. 이 위장 회사의 대주주는 전직 중국 인민해방군 제독이었고, 항모 구매를 주도한 것은 중국 해군의 아버지로 불리는 류화칭이었다. 류화칭은 1980년대 미국의 아·태지역 영향력에 맞서 도련선(섬과 섬을 사슬처럼 연결한 것) 전략을 내세운 것으로 유명하다.

1998년 중국은 경매 끝에 2000만달러의 헐값에 바랴그를 구매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바랴그를 중국에 가져오는 길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다다넬스, 보스포러스 해협 항행권을 손에 쥔 터키는 절대로 항모의 통과를 허용할 수 없다고 공언했다. 수에즈운하를 관리하는 이집트도 마찬가지였다. 중국은 터키에 엄청난 경제적 혜택을 제시한 뒤에야 해협 통과를 승인받았다. 하지만 터키는 중국 정부가 10억달러의 보증금을 준비하고 16척의 예인선으로 견인토록 하는 등 20개에 달하는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해 중국 정부를 애먹였다.

바랴그는 터키 통과에는 성공했지만 수에즈 통과는 이집트가 끝내 반대해 성사되지 못했다. 바랴그는 결국 그리스~스페인~카나리아제도~희망봉~싱가포르를 거치는 2만8000㎞의 대장정을 마친 뒤 2002년 2월에야 중국 다롄항에 도착했다.

바랴그는 다롄항에 정박된 상태에서 여러 해 동안 별다른 변화가 없어 실제로 해상공원을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하지만 2005년 이후 내외부 시설 개선 및 도색작업이 점진적으로 이뤄져 진수가 됐고 예상보다는 빨리 2012년 9월 실전배치가 이뤄졌다.

중국의 이런 항모 보유 추진은 1980년대 중반부터 가시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1985년 호주로부터 구입한 퇴역 항모 멜버른이 그 출발점이다. 멜버른은 영국에서 건조되다 중단된 것을 호주가 구입해 사용하다 1983년 퇴역한 함정이었다. 중국선박공업사가 140만달러에 고철로 구입했지만 1994년까지 해체되지 않고 무려 9년간 중국 해군에 의해 철저하게 조사와 연구가 진행됐다. 해군 조사는 특히 항모용 증기 캐터펄트(사출기)에 집중돼 멜버른을 해체할 때도 증기 캐터펄트는 따로 보관했다고 한다. 캐터펄트는 항모의 짧은 활주로에서 함재기가 미사일·폭탄을 탑재하고도 제대로 이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필수장비다.

랴오닝호에서 발진 준비 중인 함재기 J-15 전투기들.
랴오닝호에서 발진 준비 중인 함재기 J-15 전투기들.

퇴역 항모 구입해 9년간 조사 연구

1990년대에 들어 구소련이 무너지면서 고철로 판매된 키예프급 항모 중 키예프와 민스크를 해상 카지노용 등으로 구매하기도 했다. 프랑스는 퇴역하는 클레망소급 항모를 중국에 제안했지만 완전한 기술이전에 대한 이견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중국의 항모 보유 및 운용과 관련해 많은 전문가들을 놀라게 하고 있는 것이 실전적 항모 운용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점이다. 2012년 랴오닝호가 실전배치될 때만 해도 전문가들은 중국이 4~5년 뒤에야 함재기를 제대로 운용하고, 그로부터 다시 몇 년이 더 지나야 항모가 100% 운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빠른 2013~2014년 함재 전투기 J-15(젠-15) 모습이 공개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랴오닝호와 ‘중국판 이지스함’으로 불리는 신형 구축함 등으로 구성된 항모 전단이 서해는 물론 동중국해, 서태평양에서 훈련을 해 한·미·일 3국을 긴장시켰다. 랴오닝호는 함대공 미사일을 쏘고 J-15 전투기가 공대함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실전 훈련을 과시했다. 중국 항모전단의 서해와 원양에서의 훈련은 처음이다. 중국 항모전단은 랴오닝호 외에 정저우(鄭州)호 등 미사일 구축함 3척, 옌타이(煙台)호 등 미사일 호위함 3척, 종합 보급함 가오요후(高郵湖)호 등 모두 8척으로 구성됐다.

랴오닝호의 작전반경은 함재기 성능 등을 감안할 때 800㎞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는 중국 항모 전단이 서해에 배치될 경우 서해상에선 우리 함정이나 항공기가 작전하기 어렵게 된다는 의미다.

함재기인 J-15는 러시아의 SU-33 전투기를 개량한 것으로, 사거리가 250㎞ 이상인 초음속 공대함 순항미사일 YJ-12를 장착할 수 있어 미 항모 전단은 물론 일본 이지스함 등에도 위협적 존재가 될 수 있다.

건조 중인 중국 신형 항모와 신형 구축함 등으로 구성된 중국 항모 전단 상상도.
건조 중인 중국 신형 항모와 신형 구축함 등으로 구성된 중국 항모 전단 상상도.

물론 세계 최강 미국의 대형 항모(니미츠급)에 비하면 중국 항모는 아직 뒤떨어지는 부분들이 많다. 랴오닝호는 만재 배수량이 6만7500t인 반면 미 니미츠급 항모는 10만t이 넘는다. 전투력과 직결되는 함재기 숫자는 랴오닝호가 J-15 24대 등 36대 수준이지만 미 니미츠급은 조기경보기와 전자전기를 포함해 85대 안팎이다. 그나마 현재 랴오닝호가 운용 중인 J-15는 20대에 훨씬 못 미치는 상태다. 작전반경도 미 니미츠급은 랴오닝호보다 넓은 1000여㎞에 달한다.

중국은 지난해 말 다롄에서 건조 중인 첫 국산항모 ‘001A’호(제2항모)의 주요 선체 조립을 끝낸 상태이며 상하이 인근에서 이보다 큰 제3항모도 건조 중이다. 제2항모는 랴오닝호와 비슷한 형태이지만 함재기는 다소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랴오닝호와 제2항모는 갑판 앞부분이 솟아오른 ‘스키 점프’ 갑판이지만 제3항모는 미국 항모처럼 캐터펄트를 장착한 평갑판 형태의 진일보한 항모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군 소식통은 “중국은 2020년대 중반까지 최소 3척의 항모를 보유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 항모는 우리에게도 잠재적 위협이 되는 만큼 초음속 대함 크루즈미사일이나 핵추진 공격용 잠수함 등의 대응수단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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