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로애락(喜怒哀樂)이 얼굴에 금방 드러나는 중국 외교부장 왕이(王毅)가 최근 1년의 시차를 두고 미·중(美中) 관계에 대해 연설 혹은 기고문으로 발표한 적이 있다. 하나는 2016년 2월 26일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서 행한 ‘발전 중인 중국과 중국 외교(發展中的中國和中國外交)’란 제목의 연설이고, 다른 하나는 2017년 1월 1일자 공산당 이론지 ‘구시(求是)’에 실은 ‘중·미 관계가 새롭게 복잡하고 불확정적인 요소에 직면하다(中美關係面臨新的複雜和不確定因素)’란 기고문이다. 앞의 연설문은 오바마 정부 시절 왕이가 워싱턴으로 날아가 행한 것이고, 뒤의 기고문은 트럼프 당선 이후 중국의 외교 책임자로서 공산당 지도부와 당원들을 향해 제시한 2017년 중·미 관계 외교 방향인 셈이다. 따라서 이 두 개의 다큐먼트를 비교해 본다면, 오바마 시대에서 트럼프 시대로 넘어온 미국에 대해 중국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왕이 외교부장의 두 문서

두 문서에서 눈에 띄는 것은 ‘중국을 어떻게 표현했느냐’는 점이다. 왕이의 CSIS 연설문 제목은 ‘발전 중인 중국과 중국 외교’이다.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자신을 낮추어야 할 필요가 있을 때 ‘발전 중인 중국’이란 표현을 쓴다. 아직은 미국과 함께 G2로 규정되는 것에 부담감을 느낀다. 이날 연설문에서도 왕이는 중국을 미국과 대등한 대국으로 규정 짓는 어떤 표현도 하지 않았다. 왕이는 “소위 중국이 장차 미국의 주요 적수가 된다거나 심지어 미국을 대체할 것이라는 억측은 거짓 명제이다”라면서 “중국은 미래에 긴 시간 동안 계속해서 자신의 발전에 매진할 것이고, 어떠한 국가에 도전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과 미국의 이익은 깊이 교감하고(深度交融), 상호의존(相互依存)하며, 협력하면 이익이 되고(合即雙赢), 갈등하면 서로 손해가 된다(鬪即雙輸). 중국이 향후 크게 발전한다고 해서 중국이 또 다른 미국이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을 철저하게 미국의 뒤를 따라가는 2위 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와 달리 올 연초 구시 잡지 기고문에서 왕이는 중국을 ‘대국(大國)’으로, 그리고 중국의 외교를 ‘대국외교’로 규정했다. 그는 글 첫머리에서 2016년의 국제정세를 보호주의, 포퓰리즘, 배외(排外)주의 등 ‘역(逆)세계화’ 사조가 대두한 해로 평가하고, “이런 가운데서도 중국은 국제적 혼란 속에서 국제적 영향력과 제도적 권리를 높이고, ‘중국 특색의 대국외교(中國特色大國外交)’에서 웅장하고 화려한 새로운 페이지를 열었다”고 평가했다. 중국이 ‘대국’이란 표현을 공식적으로 사용한 것은 시진핑 1기 정부(2012년 말~2017년 말) 초기부터지만, 2017년 1월 1일 미·중 관계를 논하는 기고문 맨앞에 이를 적시함으로써 시진핑 2기 정부(2017년 말~2022년 말)에서 본격적으로 ‘대국외교’를 전개할 것임을 예고했다. 중국이 말하는 ‘대국외교’란 미국이 정한 국제질서와 규칙을 따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중·미(中美)가 대등한 입장에서 양측이 모두 받아들일 수 있는 국제질서와 규칙을 새롭게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왕이가 구시 기고문에서 “중국은 세계 경제성장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하는 등 국제사회의 중대한 문제에서 중국의 이념을 설명하고, 중국의 해결방안(chinese solution)을 제시하며, 중국의 행동을 채택함으로써, 국제질서 속에서 중국의 발언권과 국제규칙 제정권을 강화했다”고 밝힌 것이 ‘대국외교’의 핵심이다. 중국은 2차대전 이후 미국이 구축한 국제질서를 서서히 변화시켜 중국에 유리한 국제질서를 만들어나가려 한다.

중국이 미국을 능가하고 국제질서의 ‘새로운 제정자’로 부상하려는 이유는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이란 중국인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영향력을 벗어나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것만이 19세기 말 아편전쟁으로 시작된 치욕의 역사를 극복하는 길이라고 믿는다. 이에 따라 21세기 시진핑의 중국과 트럼프의 미국은 필연적으로 전략적 대결을 펼칠 수밖에 없다. 중국은 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일대일로(一帶一路)와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를 추진 중이다. 일대일로는 중국 중심의 유라시아 경제벨트를 건설하자는 것이고, AIIB는 이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금을 공급하기 위한 국제금융기구이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아시아-유럽-아프리카를 잇는 거대한 경제-물류-에너지 벨트가 형성되고 그 중심에 중국이 서게 된다. 이 벨트 속에 미국은 없다. 즉 중국은 군사력이 아닌 경제력으로, 급진적이 아닌 점진적인 방법으로, 국제사회의 패권을 장악하려 한다. 일종의 지구촌 ‘화평연변(和平演變·비폭력적 수단으로 변화를 일으켜 기존 질서를 와해시키는 전략)’이다.

중국의 이중적 행태의 실체

흥미로운 점은 중국이 실질적으로는 ‘미국적 질서의 파괴’와 ‘중국 중심의 질서 창조’를 향해 가면서도, 입으로는 여전히 ‘기존 경제질서의 유지’를 부르짖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월 17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시진핑 주석이 행한 연설이 이를 잘 보여준다. 시 주석은 “국제사회는 부작용 때문에 세계화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개방을 통해 자유무역과 투자를 촉진해야 하며, 보호무역주의를 반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정부의 보호주의와 무역규제 정책에 반대하면서, 지금까지의 무역질서를 유지하자고 주장했다. 시 주석의 연설은 곧 ‘언행불일치’란 비판을 받았다. 바이두(百度), 알리바바, 위챗(微信) 같은 자국 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외국 업체의 중국 진출을 봉쇄하는 중국 정부가 ‘자유무역’을 외칠 자격이 있느냐는 지적이다. 또한 미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군사위원장)은 “시진핑이 다보스에서 자유무역을 강조했지만 이 공산주의자 지도자는 사드 문제로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이 말로는 ‘자유무역’을 외치면서 거친 손으로 한국 경제의 목을 조이고, 또 입으로는 ‘기존 무역질서를 유지하자’면서 실제로는 ‘미국 중심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모순된 행태를 보이는 것은, 실은 철저한 국익 실현을 위한 ‘외교 손자병법’이다. 상대(미국)의 힘(군사력과 경제력)이 강할 때는 싸우지 않고 상대를 안심시키는(‘자유무역’과 ‘평화협력’) 전술이다. 왕이가 “2017년 중·미 관계에서 ‘새로운 복잡하고 불확정적인 요소’에 직면해 있지만, 평화스럽게 이 과도기를 넘기고 새로운 합작의 전도를 개척할 것”이라며 “양국이 피차의 핵심이익과 중대 관심사를 존중한다면 안정적인 합작과 상호 윈윈이 가능하다”고 말한 것도 이런 차원이다. 미국이 중국의 핵심이익(대만 문제, 티베트 문제, 남중국해 문제 등)을 건드리지만 않는다면, 미국적 질서 속에서 아직 얻어낼 것이 있다는 얘기다. 그런 한편 중국은 나의 강점(경제력)으로 상대(한·미동맹)의 가장 약한 부분인 한국(경제)을 압박해 동맹을 약화시키는(사드배치 철회 압박) 전술도 동시에 구사한다. 현재의 상황을 고정된 것으로 보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 중심으로 바꿔나가면서 유리한 국면으로 전환하는 전략적 감각을 보여준다. 한국은 이런 중국의 전략을 읽지 못하고 “중국과 오해를 풀고 관계를 돈독히 하면 문제가 풀릴 것”이란 착각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다. 중국은 미국과 두는 큰 바둑판 위에서 한반도의 수(手-한·미동맹 약화)를 두는데, 한국 민주당 의원들은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측을 설득하려는 헛수고를 했다.

美 ‘신자유주의’ 최대 수혜자는 중국

시진핑 주석이 세계화와 자유무역의 수호자인 것처럼 행세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이 냉전 이후 만들어낸 자유무역질서, 특히 신자유주의 경제 논리의 최대 수혜자이기 때문이다. 즉 중국은 아직도 현행 무역질서 속에서 이익을 얻을 게 남아 있다고 본다. 반면 미국은 이 경제질서의 창조자이면서도 최대 피해자가 되고 말았다. 사상 최대의 쌍둥이 적자(무역적자와 재정적자)는 미국 정치계와 지식계의 명백한 전략적 오판에서 나왔기에 미국의 자업자득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이 냉전 붕괴 이후 ‘세계화’ 논리 위에서 WTO(세계무역기구)를 앞세워 경제국경 철폐와 자유무역질서 구축에 나선 것은 자신들의 막강한 경제력과 기술력, 금융시스템으로 경제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미국이 2001년 중국의 WTO 가입을 허용한 것도 이러한 자신감 위에서 ‘중국이 시장경제 국가가 되면 미국적 경제질서로 편입될 뿐만 아니라, 정치체제도 자유민주주의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기대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갔다. 중국은 공산당 일당독재 정치체제를 유지하며 ‘개발독재’ 발전전략을 채택, 값싼 제품으로 교역장벽이 사라진 세계시장을 휩쓸기 시작했다. 미국의 모든 상점은 중국산 제품으로 뒤덮였다. 미국에서 오래전 중국산 없이 살아보는 ‘차이나 프리’ 실험까지 등장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워싱턴 컨센서스’가 중국을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베이징 컨센서스’가 동남아와 아프리카에 먹혀드는 상황이 벌어졌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과 정부는 중국 상품의 공세에 대해 자국 시장을 활짝 열어주면서, 미국 기업이 중국 시장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사태는 해결하지 못했다. 미국 기업 이베이가 중국 정부의 온갖 규제와 방해로 실패하여 알리바바에 1위 자리를 내주었고, 구글이 중국 정부의 정보통제 압박을 넘지 못하고 이를 모방한 바이두가 시장을 장악할 때도 미국 정부는 무기력하기만 했다. 반대로 중국산 값싼 생필품은 미국의 공장 문을 닫게 만들고 수많은 미국 중산층을 실업자로 만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운동 기간 중국을 ‘사상 최대의 일자리 도둑’으로 규정하며 분통을 터뜨린 것은 바로 이런 사태를 지적한 것이다. 미국이 초기에 중국의 ‘횡포’와 ‘반칙’을 바로잡지 못하면서, 이제 세계 모든 기업은 중국 시장에서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보며 비위 맞추는 데 급급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이 만들었지만 미국 경제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는 신자유주의와 자유무역체제를 폐기하고 보호무역으로 돌아서려 한다. 중국이 제멋대로 하는 국제경제질서의 ‘판’을 흔들겠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현상변경’ 전략이다.

시진핑 2기의 외교 목표

국제관계에서 중국이 말하는 ‘평화’는 당사국 모두의 지속적인 평화가 아니라, 중국이 불리한 시기에 상대로부터 공격당하지 않으려는 명분용인 경향이 있다. 또 ‘협력’이란 양자가 모두 이익을 보는 지속적 호혜관계가 아니라, 중국이 상대로부터 얻어낼 것이 있을 동안만의 좋은 관계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한국 기업이 중국 기업과 협력관계를 맺지만, 한국 기업의 투자가 끝나거나 한국 기술이 중국 파트너사에 넘어가고 나면 헌신짝처럼 버려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점에서 중국의 레토릭(말)은 그것이 어떤 속셈에서 나왔고 행동에서는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늘 살피지 않으면 안 된다. 왕이가 구시 기고문에서 제시한 2017년 중국의 외교 3대 방향도 그런 각도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 가지 외교 방향 중 첫째는 미국-러시아-유럽4대국과의 ‘대국관계’를 안정적으로 유지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중 관계의 과도기를 평화롭게 넘기려 한다. 러시아와는 전방위적으로 고도의 전략적 협력을 추진해나가겠다고 했다. 중·러 정상은 지난해 5차례나 만났다. 둘째는 주변국 외교이다. 중국은 아세안과의 우호적 협력을 강화하고, 대화와 담판으로 남중국해 문제를 해결하며, 한반도 비핵화의 길을 적극 찾겠다(사드 반대도 포함)는 것이다. 셋째는 국제질서의 변혁 방향에서 중국의 역할을 키우겠다고 했다. 유엔과 아펙, 상하이협력기구 등을 중심으로 한 세계의 평화와 안전 업무에서 중국이 핵심적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상 시진핑 2기의 외교 목표 가운데 핵심은, 미국 트럼프 정부와의 충돌 가능성을 최대한 낮추고 ‘평화’ 관계의 틀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중국은 현 단계에서 미국과 충돌할 경우 잃을 것이 많다고 본다. 그래서 입으로는 ‘평화’와 ‘협력’을 외치면서, 행동으로는 항공모함과 장거리미사일, 스텔스기 등 군사력을 증강하며 때를 기다리고 있다. 중국은 또한 미국과의 전략적 대결에서 유리한 국제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러시아·유럽과의 관계를 강화하려 한다. 이들 국가를 거쳐가는 일대일로가 대표적인 프로젝트다. 아시아 주변국가에는 당근과 채찍을 모두 내밀며 미국 대신 중국 편에 설 것을 압박한다. 그것이 ‘친성혜용(親誠惠容)’의 외교다. 중국의 국가이익을 존중하고 고분고분한 이웃들과는 친하게 지내고 성의를 다하며 혜택을 주고 작은 이견도 포용하겠다는 것이다. 반대로 미국 편에 서서 중국의 국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국가에는 가차 없이 보복을 가한다. 센카쿠(댜오위다오) 문제 때 일본에 희토류 보복을 했고, 사드 문제로 한국에 경제·문화 보복을 가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중국 외교는 철저한 실리외교이자 힘의 외교이다.

미·중 충돌 가능성과 한반도의 미래

시진핑의 이중적이고 패권적인 외교가 실리주의자 트럼프와 조화를 이루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트럼프가 이미 흔들기 시작한 ‘하나의 중국’ 원칙, 대만 차이잉원 총통과 젊은 대만인들의 독립성향, 남중국해에서의 미·중(혹은 미·일·중) 군사 충돌 가능성, 북한의 핵 도발과 미국의 응징, 한국의 사드배치와 중국의 보복 등은 불(火)만 붙이면 폭발할 화약고들이다. 중국은 지금쯤 미국 트럼프 정부의 경제보복에서부터 무력충돌 가능성까지 다양한 시나리오를 모두 상정하고, 경제적 조치에서부터 무력대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보복카드를 치밀하게 검토할 것이다.

두 스트롱맨의 힘 겨루기는 언제든 돌발 사태로 번질 수 있다. 시진핑은, 과거 나토 전투기가 유고의 중국대사관을 공습했을 때처럼, 또 중국 전투기가 동중국해 상공에서 미 군용기와 충돌해 추락했을 때처럼, 미국에 저자세를 취해 사태를 수습할 생각이 전혀 없다.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復興)’을 위해 ‘대국의 길’을 가는 시진핑은 동아시아 해역과 상공에서는 미 군사력에 밀리지 않기 위해 강하게 반발할 것이다. 만약 시진핑이 트럼프에 굴복한다면, 장쩌민·보시라이 등 반대파가 기회를 노리는 국내 정치판에서도 시진핑 자신에게 큰 타격이 된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미·중의 사소한 갈등이 군사 대결로 비화할 가능성이 언제든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이 중국 상품의 관세를 인상하거나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 중국 역시 미국 상품 불매운동 등 보복에 나설 것이고, 이에 대응해 미국은 대만에 더 많은 군사무기를 팔 수 있다. 중국은 항공모함을 대만 해역에 파견해 무력시위에 나설 것이고, 이렇게 되면 미·중, 중·대만 간에 군사긴장이 급격히 고조될 수 있다.

북핵 문제 역시 미·중의 공조가 깨지고 불협화음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사안이다. 중국 고위 외교관의 발언을 유추해 보면, 중국은 내부적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사실상 불가능한 목표’로 규정한 것 같다. 이에 따라 중국은 비핵화보다는 북한 정권의 유지를 통한 대미 전략적 카드화에 훨씬 높은 비중을 두고 있다. 김정은이 만약 미국의 마지노선을 넘어 올해 안에 미국에 도달하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다시 벌인다면, 트럼프 정부는 즉각 북 미사일 격추와 북핵시설 폭격 등의 카드를 진지하게 검토할 것이고, 제 역할을 하지 않는 중국에 대해서는 ‘세컨더리 보이콧’ 같은 압박카드를 꺼낼 것이다. 이에 북한 김정은이 ‘서울 불바다’를 위협하고, 시진핑이 ‘한국 내 사드기지 공격’ 같은 강경카드를 들고나오면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전쟁위기로 치닫게 된다. 이런 점에서 한반도는 트럼프와 시진핑의 힘 겨루기가 벌어지는 첫 번째 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리더십의 공백기에 이런 사태가 벌어지면 한국의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사회혼란이 올 게 뻔하다. 대외적으로 한국 신정부와 군부가 미국과 함께 안보위기를 헤쳐나갈 의지와 역량을 보여주지 못하면, 북한과 중국의 한국 위협과 압박은 더욱 노골화되는 반면, 미국은 한·미동맹의 미래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될 것이다.

지해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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