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치
[2444호] 2017.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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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 큰 인터뷰]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민주당 이탈 빅뱅 땐 내 리더십이 빛 발할 것”

정장열  부장대우 jrchung@chosun.com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차장대우
지난 2월 6일 서울 마포 불교방송빌딩 캠프사무실에서 만난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은 “곧 다가올 정치 빅뱅”을 강조했다. 대통령 탄핵이 결정되면 그때부터 대통령 선거일까지 60일간 전광석화와 같은 정치적 변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는 “지금의 100일은 과거 정치사의 10년을 압축해 놓은 것이 될 수 있다”며 “반기문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이 불과 1주일 전 얘기지만 그 사나흘 전만 해도 누가 그런 예상을 했느냐”고 했다. 지금은 차기주자로서 지지율이 낮지만 본격적인 대선 국면이 전개되면 자신의 공간이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읽혔다. 그는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통해 빅뱅에 대비하고 있는 듯했다. 그는 인터뷰 다음날 국민의당과의 ‘조건 없는 통합’을 선언했다. 그로서는 세 번째 대권 도전을 위한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 국민의당과의 통합은 경선 참여를 전제로 한 것인가. “물론이다.”
   
   - 경선룰이 중요할 텐데. “그건 의논들을 해봐야 한다. 나는 경선의 기술적인 부분은 잘 모른다. 물론 과거에 경선룰이 자주 문제가 되긴 했지만.”
   
   
   가장 후회하는 결정은 경선 모바일 투표
   
   그는 경선룰과 관련해 자신의 쓰라린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기자가 “오랫동안 정치를 했는데 제일 후회되는 결정이 뭐냐”는 질문을 던지자 손 의장은 2012년 대선 직전 자신이 이끌던 민주당이 범야권 세력인 ‘혁신과 통합’과 합칠 때의 경험을 얘기했다. “당시 ‘혁신과 통합’ 측에서 ‘다른 건 다 가져가도 좋다. 국민경선 하나만 하자’고 해서 받아들였는데 거기에 함정이 있었다. 그들이 꺼내든 국민경선에 모바일 투표라는 게 들어 있었는데 그게 뭔지 잘 몰랐다.”
   
   그는 당시 친노(親盧) 세력에 문을 열어준 후 치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모바일 투표라는 함정에 빠져 승리를 놓쳤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고, 이것을 가장 뼈아픈 후회로 여겼다.
   
   - 국민의당과 통합 후 경선룰을 정할 때도 모바일 투표는 안 하겠다는 건가. “모바일 투표는 중앙선관위에서도 지원해줄 수 없다고 했고, 이런 걸 하는 나라도 없다.”
   
   손 의장의 측근들은 그가 잘 표현하지는 않지만 경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다고 했다. 국민의당도 완전국민경선제를 실시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럴 경우 손학규와 안철수 간의 대결이 될 가능성이 크고, 결국은 안정·개혁·통합의 리더십에서 앞서는 손 의장이 승리할 것으로 본다. 이 과정에서 현실적으로는 국민의당 호남 의원들이 ‘키맨’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국민의당에서는 안철수·천정배 전 대표가 경선 참가 의사를 밝히고 있고, 정운찬 전 총리도 경선 참여를 전제로 합류가 점쳐지고 있다. 손 의장은 경쟁상대들에 대해 “안철수 전 대표는 내가 강진에 있을 때도 찾아왔었고 어쨌든 총선에서 제3당을 일궈낸 것은 인정해야 하지 않느냐”고 했고 정운찬 전 총리에 대해서는 “경기고와 서울대 1년 후배로 친하다”고 했다.
   
   - 반기문 전 총장의 불출마 결정이 대선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보나. “이번 대선 구도는 문재인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더불어민주당과 개혁세력 간의 대결이 될 것이다. 새누리당은 후보를 내든 내지 않든 별 상관이 없다. 결국 정권교체는 될 것인데 어떤 정권교체냐가 중요해진다. 문재인 전 대표는 정권교체가 필요하다면서도 자기 쪽으로 모든 것을 몰려고 한다. 기득권과 패권을 이어가기 위해 헌법개정은 필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요컨대 이번 대선은 기득권, 패권세력이 주도하는 정권교체냐, 아니면 서민이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자는 개혁세력의 정권교체냐의 대결이 될 것이다. 이 대결은 팽팽할 것이라고 본다.”
   
   - 문재인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은 개혁세력이 아니라는 말인가. “기왕에 보여준 정치행태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본다. 기득권을 유지하고 패권을 행사하는 세력이다.”
   
   - 무엇이 패권인가. “개헌 문제 하나만 봐도 그렇다. 국민의 70%가 개헌에 찬성하는데 문재인 전 대표는 ‘사람이 문제지 제도는 문제가 아니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다가 아닌 것 같으니까 ‘나도 헌법개정론자지만 헌법 개정보다는 정치 개혁이 먼저’라고 말을 바꿨다. 이렇게 오락가락해서는 나라 운영도 힘들다.”
   
   그는 “민주당에도 원래 개헌론자가 3분의 2가 넘었고 특위가 구성돼 있지만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다. 최고지도부가,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가 반대하니까 논의가 안 되고 있다. 이것이 패권 아니냐”고 했다.
   
   
   대세론과 함께 의구심도 커간다
   
   - 그래도 지금 지지율은 문재인 전 대표가 가장 앞서고 있는데. “지금은 문재인 대세론이 판을 치고 있고 이것이 조금 더 진행될 수도 있다. 하지만 알아야 할 것은 문재인 대세론과 함께 ‘문재인으로 나라가 안정되겠어?’ 하는 의구심이 똑같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의 여론지도층이나 식자층은 말할 것도 없고 호남에서도 ‘문재인으로 되겠느냐’는 의구심이 커가고 있다. 이러한 의구심이 커가면서 개혁세력이 힘을 얻을 때 정치권의 빅뱅이 있을 것이다.”
   
   - 빅뱅은 민주당에서 의원들이 이탈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인가. “이탈하는 의원들이 나올 수 있고 별도 세력이 구축돼 우리와 같이할 수도 있다. 민주당의 변화가 빅뱅의 핵심적 요소가 될 것이다.”
   
   - 만약 문재인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도와줄 생각이 있나. “국민의 한 사람으로는 돕겠는데, 문재인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된다면 지금 나라의 엄중함, 정치권의 세력 판도 이런 걸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정치를 어떻게 할지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 안희정 충남지사가 주장하는 대연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문재인 전 대표가 말하는 야권연대와 공동정부든, 안희정 지사가 주장하는 대연정이든 그쪽 주장은 대선구도가 짜여지지 않았는데도 우리가 집권하니까 우리 아래로 들어오라는 말밖에는 안 된다. 그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 바른정당은 연대 대상인가. “바른정당은 박근혜 정부의 탄생과 운영에 대해서 상당한 책임을 지고 있는 만큼 좀더 철저한 반성이 필요하다. 앞으로 어떻게 개혁을 해나가겠다는 입장 천명이 제대로 있어야 한다고 본다.”
   
   그는 “이번 주말에 보니까 새누리당의 지도부 일부가 태극기 부대에 같이 참여해서 연설도 하고 그러던데 대통령 탄핵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갖고는 절대 같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스스로 개혁세력임을 강조하는데 어떤 개혁이 필요하다고 보나. “광장의 촛불민심을 대표하는 구호가 ‘이게 나라냐’인데 거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본다. 하나는 박근혜 정권의 적폐와 대통령 특권을 배제한다는 의미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끌어내려야 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나라의 틀을 이번에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촛불집회에 나가서 ‘내가 나를 대표한다’는 구호를 재미있게 봤다. 국회의원도, 대통령도 아닌 오직 내가 나를 대표한다는 의미인데 이게 바로 국민주권 시대를 의미한다. 이것이 개혁의 1차 조건이다. 이런 시민의 자각과 개혁세력이 힘을 모아 내가 전부터 얘기한 ‘저녁이 있는 삶’을 만들어야 한다. 모두 잘살고, 일자리가 풍부하고, 특권과 비리가 없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 개혁의 핵심이 개헌인가. “나는 지금의 6공화국은 수명을 다했다고 보고 7공화국을 열자는 주장을 펴왔다. 제왕적 대통령과 비선실세들의 국정농단을 보면서 대통령의 특권을 다 끌어내리고 없애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지금 우리 앞에 펼쳐진 다당제 현실도 제대로 수용할 수 있는 권력구조가 되어야 한다. 진정한 연립정권과 공동정부의 구상이 필요하다.”
   
   - 그것을 위한 바람직한 권력구조가 뭐라고 보나. “나는 독일식 책임총리를 둔 의원내각제를 지지한다. 단순한 의원내각제가 아니라 독일식이라는 게 중요하다. 독일에서는 총리가 불신임을 당해 선거를 치를 때에는 각 당에서 총리 후보를 미리 선출한 후 이 총리 후보가 선거를 지휘한다. 총리 후보를 보고 국민들이 표를 던지는 것으로 대통령을 뽑는 것과 흡사하다. 이러한 건설적 불신임제 때문에 함부로 불신임을 못 하니까 정치적 안정을 기할 수 있다. 독일의 경우 지난 70년간 총리가 8명밖에 바뀌지 않았다. 또 하나 독일식 권력구조에서 중요한 건 정당명부식 권역별 비례대표제다. 이를 통해 지역별 차별을 극소화하고 있다. 우리처럼 지역 간 대결이 극심한 나라에서는 꼭 필요한 제도다.”
   
   - 하지만 지금 여론조사에서 의원내각제는 국민들의 지지도가 가장 낮다. “그게 우리의 어려움인데, 권력구조를 제대로 이해하고 경험한 사람들이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당장 개헌이 안 되면 대통령 특권부터 없애고 공동정부를 가능케 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그는 “1987년 민주화로 지금의 헌법이 만들어졌지만 대통령에 관해서는 1963년 박정희 정권 때 만들어진 권한이 그대로 이어져 왔다”고 지적했다. “우리처럼 대통령이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감사원장을 다 임명하고 예산권도 갖고 있는 나라는 없다. 국회에서 예산을 심의한다고 하지만 400조원 예산 중 8000억원밖에는 줄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인사권도 국회에 국무총리 임명 동의권은 있지만 해임권은 없고 각료 청문회도 법적 구속력은 없지 않나.”
   
   - 많은 전문가들이 내각제를 하기 위해서는 정당의 수준이 높아야 한다고 지적하는데 우리는 정당이 선거 때마다 이합집산을 하고 이름도 수시로 바뀐다. “그럼 대통령은 제대로 뽑나. 박근혜 같은 사람을 대통령으로 뽑지 않았나. 미국도 지금 마찬가지지만 대통령제는 인기와 이미지 이런 것들로 최고지도자를 뽑을 위험성이 있다. 국회의원들은 그렇게 뽑더라도 숫자가 300명이나 되니까 서로 견제라도 한다. 대통령제는 모든 권한을 가지는 한 사람을 잘못 뽑을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다.”
   
   - 개헌, 특히 내각제 개헌은 다선 의원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방편이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많다. “내각제가 그럴 위험성이 있지만 다선 의원들도 숫자가 꽤 많기 때문에 한 사람이 함부로 하지 못한다. 지금 의회에 대한 불신이 극대화돼 있는 게 사실이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우리 의회도 꾸준히 발전해왔다. 내가 1992년 14대 국회에 들어갈 때만 해도 의원입법 같은 것은 생각도 못 하던 때였다. 정부가 입법안을 만들면서 의원들 이름을 올려주는 정도였다. 의원들 개개인이 여는 정책 세미나는 상상도 못했다. 그런데 요즘 의원들은 과거와 비교하면 진짜 열심히들 한다. 문제는 그런 의원들의 개별적인 활동이 정치 구조를 바꾸는 데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철저하게 대통령에 의해, 각 당의 대통령 후보에 의해 사당화되는 게 현실이다.”
   
   - 7공화국이 단순한 권력구조 개편만으로는 담보되는 게 아닐 텐데, 7공화국의 핵심 내용이 뭔가. “첫째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다. 이번 최순실 사건을 보면서 정유라가 없었어도 젊은이들이 저렇게 광장에 많이 쏟아져나왔을까 생각했다. 대학 입학도 엉터리고 학점도 교수가 따주고 고등학교까지 제대로 안 다녔다니 이런 불공정한 사회가 어디 있나. 두 번째는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청년실업 문제에 대해 어떤 대책이 있는지 막막한 게 현실이다.”
   
   
▲ 지난해 12월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탄핵 이후 한국 사회의 과제와 전망’을 주제로 한 보수와 진보 합동토론회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오른쪽)와 손을 맞잡은 손학규 의장. photo 조선일보

   나의 일자리 창출 경험
   
   - 모든 차기주자들이 일자리를 강조하는데 방법론은 모호하다는 비판이 많다. “내가 2002년부터 4년간 경기지사를 할 때 전국에서 100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졌는데 그중 74만개가 경기도에서 나왔다. 당시 서울의 경제성장률이 2.8%였는데 경기도는 7.5%였다. 지금 어떤 차기주자가 대통령이 되면 공공일자리 81만개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그건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세금을 쓰자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더 많은 공시생을 만들자? 그건 말이 안 된다. 지도자라면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어야 한다.”
   
   그는 경기지사 시절 일자리 창출 경험을 얘기하면서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사실 그는 각종 조사에서 ‘가장 일을 잘한 경기지사’로 꼽히곤 한다. 정치부 기자들만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그가 항상 대통령감으로 수위를 기록하는 것도 그의 과거 실적이 바탕이 된 게 사실이다. 그는 일자리를 만들어내려면 지도자가 거기에 올인하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파주와 판교를 보면 손학규가 보인다’는 말이 있다. 경기지사 시절 파주에는 LCD단지를 만들었고, 판교에는 건설부와 4년간 싸워서 결국 허허벌판에 테크노밸리를 만들어냈다. LCD단지를 만들 때 파주 인구가 17만명이었는데 지금은 42만명이다. 66만1000㎡(20만평) 규모의 판교 테크노밸리에는 현재 입주기업만 1100개가 넘는다. 이런 게 바로 일자리 창출이다. 내가 경기지사 할 때 도지사 사무실에 일자리 현황판을 걸어놓았고 의왕~과천 고속도로 앞에도 전자 일자리 현황판을 붙여놓았다. 당시 모든 투자 결정을 할 때 ‘1000평(3300㎡) 부지에 100억원을 투자하면 일자리가 50개 생긴다’는 식으로 고용역량평가를 반드시 거치게 했다.”
   
   - 기업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와 같은 조치들이 필요할 것 같은데 민주당 김종인 의원이 주장하는 이른바 ‘경제민주화’는 상충되지 않나.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중요한 건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이다. 우리 대기업들은 중소기업이 기술 만들어 납품하면 ‘기술 설계서를 갖고 오라’는 주문부터 한다. 그걸 봐야 AS를 할 수 있다는 명분인데 그래 놓고는 별도 부서 만들어 설계도와 기술을 베낀 후 중소기업을 죽여버린다. 이런 걸 법으로 막아야 한다. 재벌개혁은 중소기업 일감 가로채기를 막는 것과 전체 지분의 불과 1~2%로 그룹을 지배하는 구조를 개편하고 순환출자를 막는 게 과제다. 그런데 이를 위한 상법개정안은 벌써 국회에 올라가 있다. 민주당은 말로는 ‘개헌보다는 개혁이 먼저’라고 하면서 이런 진짜 개혁은 하지 않고 있다. 이 사람들이 대기업과 유착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고 본다.”
   
   그는 이 대목에서 “노무현 정권 때 ‘삼성 X파일’ 수사를 막은 사람이 누구냐”며 다시 문재인 전 대표를 공격했다. “일차적으로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겠지만 노무현 정권에서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을 한 문재인 전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 ‘나는 몰랐다’는 식으로만 얘기하면 자신이 행정경험이 있다는 얘기를 어떻게 할 수 있나. 나는 (민주당과 대기업 간의) 그런 구체적인 연결고리가 있기 때문에 상법개정 개혁안이 추진되고 있지 못하다고 본다.”
   
   - 사드(THAAD) 문제가 지금 현안인데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풀 생각인가. “이 정부는 대선 전까지 사드 배치를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만들려는 듯한데 나는 국민적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본다. 북한이 핵무기로 우리를 공격할 때 사드가 아무런 제어장치가 못 된다는 주장이 여전하고, 중국이 사드를 트집 잡아 경제 보복을 가해오지 않나. 상황이 이런데 사드 배치 문제를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 한번 해봤나. 북핵 해결의 관건은 중국이고 미국 대통령도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는데 사드로 중국을 배제해 버리면 북한에 핵을 그냥 발전시키라는 모순된 얘기밖에는 안 되는 것 아닌가.”
   
   손 의장은 영국 옥스퍼드대 박사 출신으로 정치 입문 전 서강대에서 정치외교학 교수로 재직했다. 그는 사드 문제와 관련해서도 독일식 해결 모델을 소개하기도 했다. “1970년대 초 소련이 서구 유럽을 겨냥한 SS20 미사일을 설치하려고 한 적이 있다. 당시 미국은 여기에 맞서 퍼싱2 미사일을 배치하려고 했다. 그 한가운데 있던 게 독일이었는데, 당시 겐셔 외무장관이 미국과 소련을 오가면서 ‘제로옵션’을 만들어냈다. 서로 사정거리 5500㎞ 안에는 아무것도 두지 않는다는 합의안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러한 협상 경험이 나중에 통독의 중요한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강진 집의 거미줄에서 배운 것
   
   손학규 의장은 1970년대 유신 시절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간사를 지내는 등 인권운동가로 일하다 기독교계의 장학금을 받아 유학을 떠났다. 이후 재야 민주화 운동에 앞장서던 교수로 활동하다가 1992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손에 이끌려 정계에 입문했다. 그의 정치 성장사에는 지워지지 않는 낙인이 있다. 세 번의 국회의원과 장관·도지사까지 만들어준 당을 저버린 전력이다. 스스로는 “개혁주의자인 내가 도저히 견디지 못해 탈당했다”고 하지만 보수 진영에서는 그가 2007년 한나라당을 탈당한 순간 ‘배신자’라고 낙인찍었다. 야당에서도 그는 대권의 뜻을 쉽게 이루지 못했다. 2007년과 2012년 대선 경선에서는 정동영과 문재인의 벽에 막혀 본선에도 나가 보지 못했다. 거기다가 이제는 정계은퇴를 번복했다는 부담까지 안게 됐다. 그에게 아픈 질문을 던져봤다.
   
   - 손 의장을 두고 자질은 훌륭하지만 매번 타이밍을 놓치는 실기(失機)의 정치인이라는 평가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타이밍이라는 건 그때그때 보기 나름인데 나는 뭐가 되느냐보다는 무엇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나라가 가야 할 옳은 길을 찾아왔다고 생각한다.”
   
   - 지난 총선 때 왜 민주당 후보를 지원하지 않았나. 그때 발벗고 나섰으면 대권 도전 길이 쉽게 열릴 수 있었다는 지적도 많다. “그때는 2014년 재보궐선거에서 낙선한 뒤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정치를 떠나 있을 때 아닌가. 그런 사람이 선거 지원에 나서면 선거를 활용해 개인적 욕심을 차리는 것으로밖에 비쳐지지 않는다. 그건 손학규가 할 정치가 아니다. 지난 총선 때는 야당이 통합돼 있지도 않았다.”
   
   - 그런데 지금은 왜 정치를 재개했나. “상황이 달라졌다. 주변에서 권유도 많았지만 내가 강진 만덕산에서 내려올 때는 진짜 ‘나라를 구하겠다’는 심정이었다. 나라가 무너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내게는 무척 충격적인 뉴스가 있었다. 부도 위기를 겪는 한진해운의 배들이 외국 항구에 입항도 못하고 바다에 그냥 떠 있다는 소식이었다. 촛불광장에서 나온 구호대로 ‘이게 나라냐’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머물던 강진과 가까운 목포 대불단지에서 조선업이 무너져내리는 것도 봤다.”
   
   - 스스로 생각하는 이념의 좌표가 뭔가. “나는 보수와 진보라는 잣대가 인위적이고 상대적이라고 본다. 굳이 좌표를 말하자면 나는 개혁과 통합이다. 민자당, 한나라당에서 정치를 할 때는 개혁전사로 활동했고 민주당에 와서 두 번 대표를 하면서는 다 야권 통합을 이뤄냈다. 특히 앞으로의 지도자는 통합의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4대 개혁을 주장했지만 결국 한 발짝도 못 나간 것 아닌가. 자기의 능력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헌법적인 권한만 행사하면서 타협과 조정을 등한시한 결과다. 나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할 때 3년간 끌어오던 한약분쟁을 타결해낸 경험이 있다. 대통령도 풀지 못한 과제였는데 양의와 한의 양쪽을 오가면서 결국 타협안을 만들어냈다. 통합은 물리적, 강제적으로 하는 게 아니다. 나의 통합의 리더십이 이번 대선 국면에서 결국 빛을 발할 것이라고 믿는다.”
   
   - 이번에도 뜻을 이루지 못하면 다시 정치를 그만둘 생각인가. “그런 얘기는 하지 말자.”
   
   그는 강진 생활에서 ‘나의 목민심서, 강진일기’라는 책을 썼다. 그에게 강진 생활에서 무엇을 배웠느냐고 묻자 느닷없이 거미 얘기를 꺼냈다. “강진 집에서 거미가 줄 치는 걸 두 시간가량 지켜본 일이 있는데 놀라웠다. 나무 하나 없는 빈 공간에도 거미는 놀라운 움직임으로 줄을 친다. 그런 것과 비교하면 인간의 지능은 아무것도 아닐지 모른다.”
   
   그는 거미를 통해 “자연의 순리를 거역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를 하고 있었지만 기자에게는 “거미줄을 쳐놓고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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