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GBI 요격미사일. (우) SM-3-4.
(좌) GBI 요격미사일. (우) SM-3-4.

지난 2월 9일 일본 방위성은 2월 초 미국과 공동으로 시험발사에 성공한 신형 요격미사일 SM-3 블록2A의 발사 장면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SM-3 블록2A는 지난 2월 3일 하와이 앞바다의 미군 이지스함에서 발사돼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상정한 표적물을 추적해 요격하는 데 성공했다.

‘SM-3 블록2A’는 미·일이 북한 탄도미사일 등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개발한 개량형 미사일이다. SM-3 미사일은 땅 위에서 발사되는 사드(THAAD)와 달리 이지스함에서 발사되는 미사일로 개발됐다. 최근엔 땅 위에도 이지스 시스템이 배치됨에 따라 지상에서도 발사될 수 있다. 계속 개량형이 개발돼 블록 1A·B, 블록 2A·B 등 여러 모델이 있다. 미사일 요격에 중요한 최대 요격고도는 사드(150㎞)보다 훨씬 높다. 블록 1A는 250㎞, 블록 1B는 500㎞, 블록 2A는 1000㎞ 안팎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사일이 낙하하는 종말 단계뿐 아니라 상승하는 단계와 대기권 밖을 비행하는 중간 단계에서도 요격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북한이 지난 2월 12일 고체로켓으로 추진되는 북극성 2형 신형미사일의 시험발사에 사실상 성공하고, 미 본토를 사정권에 두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예상됨에 따라 이를 요격하는 미국의 탄도미사일 방어(BMD) 체계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전후해 미 의회에서 미사일 방어체계 강화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집중적으로 터져나오고 있다. 미 공화당 톰 코튼 상원의원과 트렌트 프랭크스 하원의원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맞서 미사일 방어 능력을 대폭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미국 상원 외교위 동아태 소위원장인 코리 프랭크스 의원은 “이란이든 북한이든 깡패와 사이코패스들이 군사적 우위를 점하게 해서는 절대 안 된다”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100개의 지상 요격기(요격미사일)를 배치하고, (핵미사일 방어용) 빔(Beam)무기나 첨단 ‘킬 비클’(Kill Vehicle·미사일 요격체)과 같은 차세대 미사일 방어능력 개발을 가속화하길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의 BMD는 미사일 비행 모든 단계에 걸쳐 탐지, 추적, 요격을 위해 다양한 센서, 요격무기, 지휘통제 및 통신체계로 구성된다. 우리나라의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가 현재 단 한 번의 요격 기회를 갖는 하층 방어체계인 데 반해, 미국 BMD는 여러 단계의 요격 기회를 갖는 다층 방어체계로 돼 있다. 국방기술품질원의 이상용 선임연구원이 최근 ‘국방과학기술정보’에 기고한 미 BMD 동향 분석 논문에 따르면 북 미사일 발사 등을 탐지하는 ‘눈’은 우주기반(위성) 센서, 지상 및 해상기반 센서로 구성돼 있다. 적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시하는 위성으로는 DSP(Defense Support Program), SBIRS(Space-Based Infrared System), STSS(Space Track and Surveillance System) 등이 있다. DSP는 고도 3만6000㎞ 정지궤도에서 북한의 대포동2호 발사 등을 감시했던 조기경보위성이다. 미사일 발사 때 생기는 열을 감지해 미사일 발사를 알아낸다. SBIRS는 DSP의 임무를 이어받은 최신형 위성으로 단·중파 적외선 신호 탐지기능 등 첨단 장비를 갖췄다. 정지궤도 위성과 이보다 낮은 고도에서의 고타원 궤도 위성 등 총 5기를 운용 중이다. STSS는 저궤도 위성으로 탄도미사일 상승 및 중간 단계를 추적·감시하며 요격미사일에 유도정보를 제공한다.

미국은 바다와 땅에서도 방대한 미사일 감시망을 가동하고 있다. 하와이에 배치돼 있다가 북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 서태평양으로 출동하는 해상배치 X밴드 레이더(SBX)가 대표적이다. 거대한 석유시추선에 실려 있는 이 레이더는 최대 4800㎞ 떨어져 있는 골프공 크기의 물체도 식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지스함에 장착돼 있는 SPY-1 레이더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중요한 ‘눈’이다. 항공기는 최대 1000㎞ 밖에서 탐지할 수 있지만 레이더에 작게 탐지되는 탄도미사일은 310㎞ 이상 떨어진 곳에서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패트리엇과 사드
패트리엇과 사드

지상배치 레이더로는 거대한 빌딩 형태인 ‘코브라 데인’(탐지거리 3200㎞ 이상), AN/FPS-132 UEWR(4000㎞ 이상),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의 레이더로 유명해진 AN/TPY-2(800~2000㎞) 등이 있다. 코브라 데인과 UEWR의 높이는 12층 건물과 비슷한 36m에 달한다.

이들 감시수단에 의해 탐지된 북한 등의 탄도미사일은 지상과 해상에 배치된 4종류의 요격무기에 의해 격추될 수 있다. 지상에선 미사일 중간 단계에 해당하는 1000㎞ 이상의 고도에서 요격하는 GBI가 가장 높은 고도에서 미사일을 떨어뜨릴 수 있는 무기다. 그 뒤 미사일이 낙하하는 종말 단계에선 사드가 최대 150㎞에서 요격하는 상층방어, 패트리엇 PAC-3 미사일이 15~22㎞ 고도에서 요격하는 하층방어를 각각 담당한다. GBI는 적 미사일과 충돌해 파괴하는 요격체(킬 비클)인 EKV와 이를 우주공간 요격지점까지 운반하는 다단계 고체연료 로켓으로 구성돼 있다. 현재 알래스카에 26기,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기지에 4기 등이 배치돼 있으며 배치 수량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은 이런 기존 무기들보다 진화한 차세대 미사일 방어무기도 개발 중이다. 지향성 에너지 무기(DEW)로 불리는 고출력 레이저와 극초단파 무기 등이 대표적이다. 고출력 레이저 무기는 화학연료, 전기 등을 사용해 만든 빔을 적 미사일에 직접 쏴 파괴한다. 극초단파 무기는 넓은 각도의 극초단파 펄스(pulse)를 쏜다. 미 함정에 배치된 LaWS는 실전배치 단계에 접어들기 시작한 레이저 무기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소형 고속보트와 무인기 등을 격추할 수 있을 뿐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능력은 없다.

레일건과 초고속 화포도 차세대 미사일 방어무기로 주목을 받고 있다. 전자기장을 활용하는 레일건은 음속의 7배 이상 초고속으로 포탄을 쏠 수 있어 미사일 요격도 할 수 있다. 초고속 화포는 속도가 레일건의 절반 정도이지만 재래식 탄보다 2배 이상 빠르고 발사비용이 2만5000~5만달러로 기존 미사일 방어체계에 비해 싸다는 게 장점이다. 북 미사일 위협의 1차 당사자인 우리나라에서도 국방과학연구소 등이 레이저 무기와 레일건 등을 차세대 미사일 방어무기로 개발 중이다.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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