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차기주자 지지율 1, 2, 3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왼쪽부터).
민주당 차기주자 지지율 1, 2, 3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다. 경선 선거인단 신청자 숫자가 당 지도부의 예측을 훨씬 뛰어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 소속의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가 1, 2위를 달리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1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확고한 지지층을 유지하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문 전 대표의 경선 승리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예측이 많다. 하지만 경선 선거인단 규모와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과가 나온 이후 여론의 움직임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선거인단 250만명 넘나?

민주당 지도부는 당초 경선 선거인단 숫자를 200만명 안팎으로 잡았다. 예산도 200만명 수준에 맞춰서 집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문 전 대표와 안 지사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이 시장 지지율도 다시 올라가면서 경선 선거인단 참여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선거인단을 모집하기 시작한 지 13일 만인 지난 2월 27일 100만명을 돌파했다. 당내에서는 이런 추세라면 200만명은 물론이고 250만명을 넘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전 대표, 안 지사, 이 시장 모두 경선 선거인단 숫자가 예상보다 빠른 추세로 늘어나고 있는 것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문 전 대표 캠프 관계자는 “민주당 경선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높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에 반갑다”며 “경선에서 이기면 대선 본선 승리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러나 경선 선거인단 숫자가 200만명을 넘어가면 안 지사에게 유리한 구도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 실질적으로 당을 장악하고 있는 문 전 대표 측의 조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중도·보수층 유권자들이 대거 경선에 참여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2년 대선 국민참여경선에는 108만명이 참여했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사실 문 전 대표가 방대한 조직을 갖고 있다고 해도 경선 선거인단 숫자가 200만명을 넘어가게 되면 보편적인 국민의 지지성향이 당 경선에도 거의 그대로 영향을 미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민주당 경선이 실질적인 대선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무당파’는 물론 다른 정당 지지층 일부도 경선에 참여하게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선의(善意)’ 발언 논란으로 안 지사의 지지율이 20% 안팎에 묶여 정체 상태에 있어 경선 선거인단 숫자가 늘어나도 이변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문 전 대표와 안 지사의 지지율 차이가 좁혀져야 중도·보수층이 민주당 경선에 적극 참여할 유인이 생기는데, 현재의 지지율 격차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안 지사 캠프 측 관계자는 “언론에 보도되는 여론조사 결과보다 실제로 밑바닥 민심이 어떤지를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며 “아직 갈 길이 멀기는 하지만 안 지사를 찍기 위해 조용히 경선 선거인단에 등록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했다.

세 명의 후보 가운데 가장 선명한 발언을 거듭하고 있는 이 시장의 경우에도 경선 선거인단 숫자가 늘어나야 ‘뒤집기’를 기대할 수 있다. 야권 핵심 지지층 상당수는 문 전 대표보다 이 시장에 더 큰 관심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이 최대한 많이 민주당 경선에 참여해야 이 시장에게 추동력이 생길 수 있다. 이 시장 캠프 측 관계자는 “진보 성향 유권자들은 물론 중도 성향 유권자들도 이 시장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며 “정치적 구호는 다소 강경할지 모르지만 구체적 정책들은 합리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탄핵 심판 후 여론 어떻게?

민주당은 헌재의 박 대통령 탄핵 판결 이후 약 일주일간 경선 선거인단 모집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서는 각 캠프별로 약간의 신경전이 있다. 문 전 대표 측에 비해 안 지사와 이 시장 측에서 모집 기간을 더 늘렸으면 하는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당초 잠정 결정한 대로 일주일 안팎의 기간이면 충분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헌재가 박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할지 기각할지는 예단할 수 없다. 하지만 기각할 경우 조기 대선이 무산되기 때문에, 각 후보 캠프들은 인용될 경우에 대비한 준비를 지속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어느 캠프에서도 탄핵안이 인용될 경우, 민심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쉽게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을 비롯한 현재 여권에 대한 심판 여론이 더 강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정반대의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내 일각에서는 문 전 대표와 이 시장에 비해 대연정 주장 등을 통해 서로 다른 진영 간 통합을 강조해온 안 지사에게 중도·보수 진영의 기대가 쏠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문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박 대통령 탄핵안이 인용돼도 ‘적폐청산’과 ‘국가대청소’ 등을 계속 주장하면서 선명성을 살려나가야 한다”며 “결국 국민이 원하는 것은 구태와 악습에서 벗어난 새로운 세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안 지사와 가까운 한 의원은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박 대통령 탄핵안이 인용되면 좌우 진영 간 대립이 더 거칠어질 것 같아 우려스럽다”며 “그런 상황에서는 협치와 대화를 강조하는 안 지사의 주장이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 시장과 가까운 한 의원은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이 시장이 일찌감치 주장했던 것으로 만약 인용될 경우 헌재가 국민과 이 시장 주장의 정당성을 인정해주는 셈”이라며 “다만 이 시장은 탄핵안이 인용되면 향후 국가의 미래를 어떻게 새로 설계할 것인지에 중점을 두고 국민을 만나야 할 것”이라고 했다.

1차 격전지 호남의 선택은?

민주당은 전국을 4개 권역으로 나눠 순회 경선을 연다. 첫 번째 권역이 호남이다. 최근 세 후보 캠프는 호남에 핵심 인사들을 내려보내 조직 관리에 여념이 없다. 후보들의 방문 빈도 또한 호남이 가장 높다. 야권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호남 민심이 세 후보 중 어느 쪽에 힘을 실어주느냐에 따라 경선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문 전 대표, 안 지사, 이 시장 모두 호남과 직접적인 지역적 연고를 갖고 있지는 않다. 한때 호남 지역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던 문 전 대표가 현재는 40% 안팎의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안 지사 또한 20%가 넘는 수치로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선의’ 발언 논란 이후 하락하는 추세다. 이 시장도 10%를 상회하는 지지율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경선이 시작되기 전까지 여러 차례 정치적 변동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 이런 지지율은 뒤바뀔 수 있다.

첫 경선지인 호남에서 문 전 대표가 큰 격차로 안 지사와 이 시장을 따돌릴 경우, 다른 권역에서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하지만 호남에서 문 전 대표가 패배하거나, 근소한 격차로 승리할 경우 이변 가능성이 생긴다. 특히 안 지사가 문 전 대표와 호남에서 호각지세를 형성할 경우, 다음 경선지인 충청에서 흐름이 바뀔 수도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호남에서도 문 전 대표가 여유로운 1위를 지키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안 지사나 이 시장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일단 호남 민심을 가져오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최승현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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