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치
[2448호] 2017.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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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취재] ‘차이나 플러스 원’을 넘어서라

중국의 ‘경제 보복’에 맞선 일본의 교훈

▲ 지난 3월 6일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일부가 한국에 도착했다고 주한미군사령부가 3월 7일 발표했다. 주한미군이 오산 미군기지에 도착한 사드를 수송기에서 오산 공군기지로 이동시키고 있다. photo 뉴시스
“한·중동맹은 양국 모두에 이익이다. 한·미동맹과 한·중동맹은 양립하기 어렵다지만, 역사적으로 고려와 조선도 두 강대국과 동시에 동맹관계를 맺는 ‘양단외교(兩端外交)’를 한 적이 있다. 미·중의 이익이 충돌할 때 한국은 중립을 취할 수 있다.”
   
   2014년 4월 한국을 찾은 옌쉐퉁(閻學通) 중국 칭화(淸華)대 당대국제관계연구원장이 한 말이다. 옌 원장은 시진핑 주석의 외교참모다. 그의 ‘한·중동맹론’이 무색하게 지금 한·중 간에는 사실상 무역 전쟁이 시작됐다.
   
   중국발(發) ‘반한(反韓) 미사일’을 막아낼 ‘사드’는 무엇일까. 일본의 예를 참고해 보자. 2010년과 2012년 중국에 반일(反日) 열풍이 불었다. 댜오위다오, 일본 측 명칭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1·2차 영토 분쟁이었다. “일본의 도발을 용납하지 않겠다!” 일본산 제품 불매 운동이 중국에서 벌어졌다. 2012년 당시 베이징에 머무르고 있었던 요네무라 고이치 마이니치신문 서울지국장은 단골 호텔에 갔다가 “방은 있지만 일본인에게는 방을 줄 수 없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중국의 반일 역사는 한두 해에 그쳤던 문제가 아니다. 2005년에도 대대적인 반일 시위가 벌어졌었다. 일본 정부의 교과서 왜곡부터 일본 기업의 동중국해 천연가스 탐사 소식까지 잇따른 뉴스에 중국이 들썩였다.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이 일본 재계에 회자된 것이 2005년 반일 시위를 겪을 즈음이었다.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은 중국 이외의 나라, 주로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 투자를 늘려 달걀을 나눠 담는 투자 전략이다. 한국의 코트라(KOTRA) 격인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는 2007년 낸 보고서에서 이렇게 제안했다. “중국에서의 비즈니스 리스크가 갈수록 커지고 인건비가 상승 중이다. 이미 중국 이외의 다른 한 나라에 생산기지를 추가로 설치하는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을 채택한 기업들은 앞으로 중국보다는 다른 나라, 즉 ‘플러스 원’에 치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보고서 이후 일본 의류기업인 유니클로는 실제로 베트남과 캄보디아에 공장을 지어 중국 의존율을 낮췄다.
   
   일본은 차이나 플러스 원 같은 단기 전략을 구사하는 한편 긴 호흡으로도 중국을 공부했다. 중국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한국은 일본을 배워야 한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의 말이다. “일본은 상당히 깊이 있게 중국을 이해한다. 중국에도 일본통이 많다. 서로 미워한다고 하지만 서로에 대해 많이 안다. 중국 지도부가 어떤 움직임을 보이면 일본은 바로 알아듣는다. 한국 정부는 중국 지도부의 경고를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했다. 한국은 중국을 잘 안다고 하지만 수박 겉핥기다. 지식이 얕다. 정부의 대중정책도 역사가 일천한 데다 계속 바뀐다.”
   
   중국 내 한국 기업인 A씨도 같은 얘기를 했다. “일본과 중국 사이에는 정부와 민간을 가리지 않고 핫라인이 많다. 한국은 없다고 보면 된다. 중국을 모르면서 아는 척할 뿐만 아니라 무시한다. 이게 바로 코리안 리스크다.” 요네무라 지국장은 “자민당이 중국과 파이프라인을 많이 갖고 있다. 특히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이 중국과 연결망이 많다. 핫라인을 통해 그렇게 노력했는데도 일·중 관계 회복에 2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일본의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을 사드 보복 해법으로 삼을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그럴듯하지만 사드 사태의 해법으로 들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한다. 박 교수의 말이다. “차이나 플러스 원은 사실 한국에서도 계속 해왔던 얘기다. 장기적으로 투자처를 다원화해야 한다는 얘기 아닌가. 어차피 대중국 투자 중 제조업 부문은 이미 투자가 감소하는 추세다. 인건비 증가라는 요인도 있지만, 중국의 자체 기술 경쟁력이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8대 주력 산업 중 남은 건 디스플레이, 반도체밖에 없다.”
   
   최필수 세종대 국제학부 교수는 “일본과 우리는 무역 구조가 다르다”고 말했다. “일본은 대외무역 의존도가 30%도 안 된다. 우리는 국민총소득(GNI) 대비 90%에 육박한다. 여파가 다를 수밖에 없다. 일본이야 투자를 다원화하면 되지만 한국은 중국 수출이 막히는 게 문제다.”
   
   
▲ 웨이보 등 중국 SNS망에 떠돌고 있는 신동빈 롯데 회장의 인터뷰. 중국인을 비하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가짜 뉴스다. photo 웨이보 캡처

   ‘사드 보복’ 중국의 속내는?
   
   우리 나름의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중국의 사드 보복 현주소를 아는 게 중요하다. 단계적으로 강도를 높여가는 중국의 보복이 어디가 종착지이고, 현재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인민일보의 자매지 ‘인민화보’의 장중이 발행인에게 물었다. 신화통신 초대 서울지국장이었던 장 발행인은 개인 의견이라는 전제로 이렇게 말했다. “중국 일반 대중은 한마디로 ‘배신감’에 휩싸여 있다고 보면 된다. 박근혜 정권 출범 후 양국 관계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수교 이래 최고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대중은 사드를 받아들이기로 한 이상 한국이 중국을 등지고 미국 편으로 돌아섰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2013년 6월 박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한 이후 한·중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박 대통령의 방중은 중국 내에서도 큰 화제였다. 중·한 경제협력포럼에서 ‘먼저 친구가 되어 신뢰를 쌓은 뒤 장사를 한다(先做朋友後做生意)’라는 중국 속담을 인용해 연설을 한 사실과 중국어로 한 연설 내용이 방·중 기간 내내 연일 중국 언론 1면을 장식했다. 박승찬 용인대 교수도 “당시 중국 지방공무원이 한국 측 인사를 만나면 ‘지금 추진하면 어떤 프로젝트라도 성사된다’고 말하곤 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이런 밀월 분위기는 지금 정반대로 돌변한 게 사실이다. 한국 모 기업의 베이징지사를 이끌고 있는 B씨는 지금 베이징 현지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얼마 전 전인대 대표들과 식사를 했다. 이 자리에서도 느꼈지만, 문제는 중국 지도부의 감정이 상했다는 거다. 시진핑 주석이 배신감을 느낀 거다. 이들은 이번 일로 중국 지도부의 체면이 깎였다고 생각한다.”
   
   중국 현지 사정에 밝은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중국과 일본, 필리핀 사이의 영토 분쟁과 이번 사드 문제를 단순 비교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시진핑 주석은 3차례 이상 사드 문제를 직접 언급했다. 2014년 7월 방한 때, 2016년 6월 다보스포럼에서 황교안 국무총리와의 회담 때, 2016년 9월 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때 직접 사드를 입에 올렸다. 최고지도자의 반복적인 언급, 이것은 일종의 ‘시그널’이자 경고였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박승찬 교수는 중국의 보복을 4단계로 설명한다. 1단계는 한·중 간에 미리 잡혀 있던 일정이 취소되는 단계다. 최필수 교수도 “지난해 중순부터 정부·지자체·공공기관에서 중국과의 교류 행사가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지난해 여름 중국에서 개최될 학술 교류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는데, 중국 측이 ‘최근 동북아 정세’를 이유로 취소했다”고 말했다.
   
   2단계는 SNS에 루머가 퍼지는 단계다. 현재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나 인터넷 게시판에는 사드와 한국 기업에 관한 가짜 뉴스가 판치고 있다. 단적인 예가 롯데 신동빈 회장 인터뷰다. ‘환구신문안’이라는 언론과 한 인터뷰라며 “신 회장이 ‘중국인은 모리배이며 줏대도 없고 혈기도 없다’ ‘중국인은 가난하니까 가격만 낮추면 다시 물건을 산다’고 말했다”고 적어놨다. 환구신문안은 아예 존재하지 않는 매체다. 하지만 가짜 뉴스는 빠르게 퍼졌다.
   
   중국의 전임 무관이 “한국에 군사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뉴스도 웨이보에 돌았다. 이 또한 가짜 뉴스였다. 사드 자체에 대한 루머성 게시물도 돌고 있다. 목욕하는 사람의 뒷모습을 미국과 한국이 들여다보는 식의 사진을 만들어 “사드가 배치되면 미국이 중국인이 목욕하는 모습도 들여다볼 수 있다”고 선동하는 게시글이다. 중국인들 사이에는 “지금 한국에 가면 길에서 맞을 수도 있다”는 말도 돌고 있다고 한다.
   
   3단계는 비관세 장벽이 발동되는 단계다. 3만개 넘는 한국 기업이 중국과 홍콩에서 기업 활동 중이다. 크고 작은 사고가 없을 수 없다. 관계가 좋을 때는 적당히 넘어가는 문제를 갑자기 엄격하게 단속하는 식이다. 이른바 ‘비정상의 정상화’다. 사소한 예지만 이런 식이다. 원래 화장품을 중국으로 수출할 때 용기에 중국어 표기가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표기가 없어도 봐줬지만 갑자기 통관에서 단속을 시작할 수 있다. 롯데의 중국 사업을 가로막은 것도 비관세 장벽이다. 3월 8일 기준 중국 당국은 중국 내 롯데마트 지점 55곳에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전체 롯데마트 점포(99개) 중 3분의 8이 문을 닫은 셈이다. 영업정지 처분의 사유는 소방법·시설법 위반이다.
   
   중국의 4단계 보복은 한마디로 ‘명백한 보복’이다. 문제가 되는 물품들을 전면 수입 금지하는 식이다. 총만 안 들었지 사실상 전면전이다. 과거 일본에 대한 보복처럼 희토류 수출 금지 등 특정 품목을 찍어서 무역 대상에서 아예 제외하는 식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중국의 사드 보복은 3단계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4단계까지 갈 수 있을까. 최필수 교수는 이렇게 전망했다. “중국의 대응 추이를 보니 디스플레이나 반도체 등 한국의 주력산업도 손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이 대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런 제품을 한국에서 수입하는 게 아니다. 가성비가 좋을 뿐이다. 사실상 언제든 중국 제품으로 대체 가능하다는 게 문제다.”
   
   
▲ 롯데가 지난 3월 6일 공개한 발표문. ‘신 회장 인터뷰 기사는 가짜’라는 내용이다.

   호들갑은 금물
   
   이런 상황에서 우리만의 돌파구는 있을까. 냉철한 상황 직시가 우선이다. 호들갑은 금물이다. ‘명동이 텅텅 비었다’ ‘한산한 면세점’ 등 일부 언론들은 자극적인 문구로 사드 여파로 인한 중국인 관광객 감소를 보도했다. 이런 기사는 사실일까. 관광통계를 보면 2월 기준으로 중국인 관광객은 전년대비 8%포인트 증가했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이 지난해 2월과 비교했을 때 올해 2월 오히려 8%포인트가 늘었다는 말이다. ‘명동 텅텅’과는 거리가 있는 수치다.
   
   지난해 1년 동안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807만명이다. 전년대비 34.8% 늘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전략시장과의 왕기영 서기관은 “착시현상이 있을 수 있다. 명동에 사람이 없다고 관광객이 안 오는 건 아니다. 초창기엔 중국인 관광객이 단체로 명동을 찾았다면 이제는 개별관광이 늘어나면서 서울 전역과 제주도로 흩어진다”고 말했다.
   
   물론 3월 15일 이후에는 다른 얘기가 될 수 있다. 3월 15일은 중국 측이 정한 소위 ‘한국 관광 중단 시점’이다. 일본·태국·대만의 사례를 보면 여파가 없을 수 없다. 2012년 당시 일본은 관광업계가 받을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수단을 활용했다. 일부 동남아국가와 비자면제 협정을 맺고, 이슬람권 관광객을 위해 할랄인증을 장려했다. 그럼에도 일본 관광업계가 이전의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는 1년 이상이 걸렸다. 대만은 중국의 관광 금지 조치 충격에서 아직도 회복 중이다. 왕 서기관은 “시장 다변화엔 시간이 걸린다. 문제는 한국 언론과 사회가 1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줄 것인가다”라고 토로했다. 주중 한국영사관은 3월 3일부터 한국을 찾으려는 중국인 개인의 비자발급 업무를 시작하는 등의 방법으로 중국의 조치에 대응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당분간은 더 강한 보복을 예상하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박승찬 교수는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들은 조속한 시간 내에 이른바 ‘준법 제재’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내 한국 기업의 대표적 취약점이 세금이다. 한국 모 기업 베이징지사장인 B씨는 “다음 타깃은 삼성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방식이다. 어느 중국학자가 언론에 ‘다국적 기업의 납세 실적을 살펴보자’며 통계를 제시한다. 통계는 조건을 변형하기 나름이다. 삼성의 납세 실적이 낮다는 내용이 거듭해 보도되면 자연히 불매운동이 일어나지 않겠나.”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해법은 ‘제대로 된 중국 이해’다. 장중이 발행인은 “중국의 3가지 대내외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첫째, 사드가 중국의 안보이익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이다. 영토분쟁과는 성격이 다르다. 중국 입장에선 타협이 힘든 문제다. 둘째, 중국은 나쁜 선례를 남기고 싶어하지 않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중·대북 정책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 통상 미국에 새로운 대통령이 등장하면 2년가량은 중·미 관계가 냉랭했다. 게다가 트럼프, 아베, 푸틴, 심지어 필리핀의 두테르테까지 강성 지도자들이 집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약한 모습을 보일 이유가 없다. 셋째, 중국 내부적으로 민족주의·국수주의가 팽배하다. 내부 여론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중국의 여론 주도층 사이엔 사드 사태를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와 유사한 상황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한다. 당시 구소련은 쿠바에 방어용기지를 설치한다며 실제로는 탄도미사일 기지를 짓다가 미국에 들켰다. 미국은 ‘검역’을 빙자한 해안 봉쇄로 쿠바를 응징했다. 위기가 해결된 후에도 관계를 정상화하지 않았다. 53년간 단교 상태였다.
   
   앞서 인용한 A씨는 “중국식 가치관인 ‘합정합리합법(合情合理合法)’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가치관을 한 글자로 축약하면 ‘갚을 보(報)’다. 은혜도 복수도 확실하게 갚는다는 얘기다. 중국인에겐 정이 가장 우선이다. 그 다음에 합리적인지, 법에 어긋나지 않는지 따진다. 사드 문제는 체면의 문제다. 시 주석의 체면이 상한 거다. WTO 제소는 단번에 ‘법(法)’으로 가는 것 아닌가. 중국으로서는 ‘끝까지 해보자’는 걸로 받아들인다. 현재 할 수 있는 최악의 내수용 해법이다.”
   
   장중이 발행인은 이런 말도 했다. “굳이 이번 사태의 의미를 찾자면, 사드 문제 때문에 양국이 한·중 관계의 본질을 냉정히 인식하게 됐다는 점이다. 중국은 한·미 관계가 한국에 어떤 의미인지 실감하게 됐다. 한국도 중국의 정치 시스템이나 제도를 제대로 인식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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