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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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선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지난 3월 20일은 의미 있는 날이었다. 이날 발표된 리얼미터의 차기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그는 자신의 기존 지지율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날 홍 지사의 주간 지지율은 전주보다 6.2%포인트 오른 9.8%로, 2014년 11월 4주 차에 기록했던 자신의 최고치인 7.6%를 넘어섰다.

이날 기록한 9.8%의 지지율은 문재인(36.6%), 안희정(15.6%), 안철수(12.0%), 이재명(10.8%)에 이어 5위였다. 가장 뒤늦게 대선 출마선언을 한 후보라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상승세다. 2014년 11월에 그는 도지사로서 문제 삼았던 무상급식 정책이 전국적 이슈가 되면서 여권에서 김무성(13.0%), 김문수(8.3%)에 이어 3위의 지지율을 기록했었다. 당시 야권의 지지율 1위는 박원순 서울시장(19.7%)이었고, 현재 대세론을 이어가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가 2위(16.3%)였다. 그로부터 2년4개월. 대통령 탄핵이라는 정치적 격변 끝에 2017 조기 대선을 40여일 앞둔 지금, 홍준표 지사는 보수 후보 1위로 떴다.

“곧 문재인과의 양강 구도로 간다”

지난 3월 18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공식 출마선언을 한 그의 지지율은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조짐이다. 지지율이 막 불붙기 시작한 데다 앞으로 보수 진영에서 이렇다 할 새로운 후보가 나올 가능성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2~3%대에 머물던 그의 지지율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불출마 선언 이후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그의 3월 2주 차 지지율은 전주에 비해 무려 3배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대구 경북과 60대 이상, 자유한국당 지지층, 보수층에서 동시에 그의 지지율을 밀어올렸다. 주간이 아닌 일간 조사에서는 3월 17일 12.5%로 이틀 연속 최고치를 기록하며 안철수 전 대표와 이재명 시장을 제치고 이미 3위로 뛰어올랐다. 3월 21일 조원씨앤아이 조사에서 10.1%로 이재명 시장(9.8%)을 제치고 4위를 기록했다. 경선 캠프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전망했다. “15%까지는 홍 지사의 지지율이 무난하게 갈 것으로 본다. 20%가 넘으면 보수층이 진짜 해볼 만한 게임이라고 생각해서 더욱 탄탄한 지지를 보낼 것이다. 그때부터 문재인, 안철수를 상대로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될 것이다.”

홍 지사도 지난 3월 1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리얼미터 대선 여론조사에서 18일 공식 출마선언 하루 전인 17일 여론조사를 보니 12.5% 지지율로 문재인, 안희정에 이어 3위로 의미 있는 지지율을 이제 갖게 되었다. 곧 기울어진 운동장이 평평해지면서 문재인 후보와 바로 양강으로 갈 것으로 본다”고 했다.

홍준표 캠프에서는 가까운 시일 안에 홍 지사의 지지율이 2~3위권에 안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보수층을 복원해내기 위해서는 보수 유권자들에게도 희망이 있다는 시그널을 조속히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2012 대선 때 1987년 직선제 대통령선거 도입 이후 첫 과반, 최고 득표율(51.6%)의 대통령을 만들어냈던 보수 유권자들은 여론조사상 거의 증발되다시피한 것이 사실이다. 문재인·안희정·이재명 등 더불어민주당 빅3 주자의 지지율을 합하면 60%에 이르고,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두 보수정당의 지지율을 합해 봐야 민주당 지지율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여론조사상 스스로 진보 성향이라고 답한 유권자 비율(36.9%)도 보수 성향이라는 답(26.3%)을 뛰어넘었다.(한국갤럽 3월 14~15일 조사) 두 보수 정당 지지율의 합이 16%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보수 정당이 안 그래도 쪼그라든 보수층조차 다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증발된 보수층을 다시 결집시켜 투표장으로 불러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 홍 지사의 생각이라고 한다.

보수 결집을 위한 전략적 도발

그가 막말 논란을 빚으면서도 독설을 쏟아내는 것 역시 보수층 결집을 위한 전략적 도발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3월 18일 서문시장에서 열린 대선 출정식에서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사건과 관련, “(대법원에서) 내가 유죄가 된다면 노무현 대통령처럼 자살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폭탄 발언을 했다. 앞서 문재인 전 대표와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해서는 “지금 민주당 1등 하는 후보는 자기 대장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이라고 싸잡아 비판한 적도 있다. 진보 진영에서 “추악한 입으로 고인을 모욕하지 말라”고 거세게 반발했지만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뇌물을 받은 것은 팩트”라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그의 ‘자살 운운’한 발언은 절대 실언(失言)이 아니라는 것이 측근들의 말이다. 출마 선언을 하는 날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과정에서도 비슷한 말을 세 번씩 되풀이했다는 것이다. ‘홍트럼프’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그가 직설적인 거친 말로 열성 지지자들을 불러모은 트럼프의 화법을 흉내 내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그는 “소통과 경청만 하다 세월 보내는 정권은 국민들이 원치 않는다. 스트롱맨이 필요하다”며 트럼프와 같은 강한 리더의 이미지도 강조하고 있다. 그의 이런 전략에 대해 정치평론가들은 “막말, 스트롱맨 이미지가 일반 유권자들에게는 부정적으로 비칠 수 있지만 초반 보수층을 결집하는 데는 유효한 전략”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일단 보수층을 끌어모아 자기 편으로 만드는 게 필요하기 때문에 진보 진영을 두들기면서 보수층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홍 지사와 주변 참모들은 오는 3월 31일로 예정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그가 무난히 후보가 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경선후보 9명 중 상위 6명을 추린 지난 3월 18일의 1차 컷오프 때 그는 과반에 육박하는 46%를 득표하며 다른 주자들과 30% 안팎의 격차를 벌린 것으로 알려졌다. 3월 20일 2차 컷오프 때도 독주(獨走) 양상을 보였다고 한다. 자유한국당은 1·2차 컷오프의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당 관계자들은 “홍 지사가 2차 컷오프 때는 1차 때보다 2위와의 격차를 더 벌렸다”며 “선두 후보에게 표가 쏠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자유한국당은 1·2차 예비경선의 경우 책임당원 70%, 일반 30% 여론조사 방식으로 치르고, 본 경선은 책임당원 현장투표 50%, 일반 여론조사 50%를 합산해 결과를 낸다.

홍 지사 본인도 경선보다는 본선 전략에 더 주력하는 모양새다. 그는 경선 토론 때 김진태 의원 등 자신을 추격하는 경쟁자들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는 대신 문재인 후보 등 잠재적인 본선 상대를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자신이 ‘걔’라고 지칭했던 김진태 의원을 향해서는 3월 20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국민 대다수가 탄핵을 하자고 하는데도 탄핵에 맞선 용기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범친박계를 향해 일종의 포용력을 보인 셈이다. 그는 현재 ‘우파 정당 무계파론’을 펴고 있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가 소멸되면서 친박이라는 계파도 사라졌고, 우파 정당에 더 이상 계파는 없다는 논리다. 친노(親盧)처럼 이념으로 뭉친 집단이 없는 한 더 이상의 계파 논쟁은 무의미하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태도는 자신이 ‘양박(양아치 친박)’이라고 비판한 극소수 친박을 제외하면 자유한국당의 주류를 이루는 범친박계를 끌어안고 가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한 참모 역시 “홍 지사는 자유한국당 내부의 경쟁자들을 다 끌어안지 못할 경우 본선에 나서더라도 제대로 싸울 동력을 갖지 못한다고 본다. 일단 내부를 단단하게 결속하는 게 가장 중요한 본선 전략”이라고 했다.

그는 바른정당과의 후보 단일화도 ‘필수’라고 보고 있다. 현재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가 경쟁하고 있는 바른정당 후보 경선에서 누가 후보가 되더라도 자유한국당 후보와의 단일화가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한 측근은 이렇게 말했다. “홍 지사는 바른정당과는 반드시 같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후보 단일화 방식도 여론조사든 뭐든 그쪽이 원하는 대로 다 들어준다는 입장이다. 한 뿌리 정당들끼리 밀고 당기는 일은 안 한다는 것이다.” 홍 지사 스스로도 바른정당에 대해서는 “이혼한 게 아니라 별거 중”이라며 우파 통합을 강조해왔다. 실제 그는 지난 3월 22일 바른정당의 대주주인 김무성 의원과 단독 회동을 해 후보단일화와 선거공조 등을 논의했다. 현재 후보 토론 후 국민정책평가단 전화면접투표 방식으로 전국 순회 경선을 벌이고 있는 바른정당은 3월28일 후보자 선출대회에서 당원 선거인투표 결과(30%)와 일반국민 여론조사 결과(30%)를 더해 최종 후보를 선출할 예정이다.

홍 지사는 정치 이력만 보면 사실 바른정당과 척을 질 이유가 없다. 그 스스로 친박, 친이도 아닌 무계파로 홀로서기를 해왔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친이계는 동업자일 뿐”이라고 강조해왔지만 이명박 대통령과의 친분 때문에 오히려 친박들의 경계 대상이 됐었다. 그는 이번 대선 출마 결심을 굳힌 후 경남 정무부지사 출신의 윤한홍 의원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바른정당 의원들과도 꾸준히 접촉해왔다고 한다. 그는 지난 2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바른정당에서도 러브콜이 많이 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윤한홍 의원(창원시 마산회원구)은 홍 지사의 핵심 측근으로 ‘홍준표 사단’ 가운데 지난 총선에서 살아남은 거의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이번 대선 구도를 일단 4파전으로 상정하고 있다. 바른정당과의 단일화를 거친 자유한국당 후보와 민주당 후보, 그리고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를 본선 경쟁자로 여기고 있다. 한 캠프 관계자는 “국민의당에서는 안철수 전 대표가 후보로 유력한데 문재인 전 대표와의 악화된 감정 때문에 이번에는 끝까지 완주할 것으로 본다. 정의당도 2018년 지방선거 때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2012년과 같은 야권단일화를 거부하고 끝까지 대선을 뛸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홍 지사 스스로도 지난 3월 18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우파 대결집으로 이번 대선을 좌파 2명, 중도 1명, 우파 1명의 구도로 국민들로부터 심판을 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시선은 1987년 대선에 가 있다

홍 지사는 만약 이런 4파전으로 대선이 치러진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측근들에 따르면, 그는 사석에서 이른바 1노(盧) 3김(金)의 경쟁으로 치러진 1987년 대선을 자주 언급한다고 한다. 당시 민주화 열풍 속에 국민들은 야당 대통령의 탄생을 기대했지만 3김의 분열 때문에 결국 여당 대통령이 당선되고 말았다. 당시 선거 결과 노태우 민정당 후보가 36.6%로 당선됐고 김영삼(28%), 김대중(27.1%), 김종필(8.1%) 순으로 득표율을 기록했었다. 이번에도 보수 표만 결집하면 4파전 구도에서는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특히 홍준표 캠프에서는 홍 지사가 PK(경남 창녕) 출신이라는 점도 승산을 높이는 요인으로 거론하고 있다. 한 측근의 말이다. “결국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표밭은 PK다. 역대 대선을 보면 보수 후보가 PK에서 표를 얼마나 가져가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렸다. 지금 PK는 문재인, 안철수의 표밭이다. 특히 문재인 후보에게 30% 안팎의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 텃밭을 깨는 보수 후보가 나와야 한다.”

하지만 그의 이런 전략이 먹힐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그가 ‘보수 단일 후보’가 될 수는 있겠지만 ‘승리하는 보수 후보’가 되기에는 확장력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4파전이라도 40% 안팎의 지지를 얻어야 승리가 담보되는데 현재의 강성 이미지에 갇혀서는 이 정도로 지지율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3월 14일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그에 대해 ‘호감이 가지 않는다’고 답한 비호감층은 무려 81%였다. 안철수·심상정 57%, 이재명 53%, 문재인 50%, 안희정 37%보다 월등히 많았다. 또 그가 반기문·황교안 카드가 사장되면서 실망감이 겹쳐 사이즈가 줄어든 보수층을 복원해내고 정권교체라는 상대방의 프레임을 넘어서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 지사는 평소 “정치에서는 적도 포용할 줄 알아야 하는 순간이 온다”는 말을 해왔다.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그가 틀에 갇힌 강성은 아니라고 말한다. 언뜻 보기에는 강성이지만 유연한 실용주의자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가 보수 단일 후보의 자리를 낚아채는 순간, 외연 확장을 위해 변신을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승자가 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지만 그로 인해 조기 대선판이 더 요동칠 수밖에 없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조사의뢰기관:MBN,매일경제

조사기관:리얼미터

조사기간:3월15~17일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조사의뢰기관:인터넷언론 쿠키뉴스

조사기관:조원씨앤아이

조사기간:3월 18~20일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조사의뢰기관:한국갤럽 자체조사

조사기관:한국갤럽조사연구소

조사기간:3월 14~16일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장열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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