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20대 총선을 앞두고 회송된 재외선거 우편물. ⓒphoto 박상훈 조선일보 기자
지난해 4월 20대 총선을 앞두고 회송된 재외선거 우편물. ⓒphoto 박상훈 조선일보 기자

19대 대통령 선거일인 5월 9일에 앞서 치러질 재외국민 선거가 이번 조기대선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오는 4월 25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되는 재외국민 선거에 참가하겠다고 신청한 유권자가 역대 최다(最多)를 기록하면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3월 31일 “19대 대선의 재외선거인 신고·신청자 수가 역대 최다인 29만7919명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국외부재자 24만4499명, 재외선거인 5만3420명 등 총 29만7919명이다. 이는 2012년 제18대 대선의 22만2389명보다 33.9%포인트, 지난해 20대 총선의 15만4217명에 비해 무려 93.1%포인트가 증가한 수치다.<표 참조> 이에 따라 각 정당과 후보자 캠프에서도 현지 동포사회를 비롯해 기업주재원, 파병부대원, 유학생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재외국민 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중국의 유권자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가 대선의 주요 이슈이자 한·중 간 현안으로 떠오른 상태여서 선거 열기가 뜨겁다. 중국의 경우 예상 선거인 수 29만여명 중에서 실제 재외선거에 참가하겠다고 등록한 선거인 수는 4만3977명. 신청률은 14.88%에 달한다. 이는 예상 선거인 수 65만9292명 중 6만9495명이 선거인으로 신청한 미국의 신청률 10.54%, 40만361명 중 3만8625명이 재외선거를 신청한 일본의 신청률 9.65%를 훨씬 웃도는 열기다.

실제 이 같은 수치가 시사하는 의미는 작지 않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4월 치러진 20대 총선 때 중국의 선거인 수는 2만2237명에 불과했다. 미국(3만7791명)은 물론 일본(2만7581명)보다도 적었다. 2012년 12월 치러진 18대 대통령 선거 때 역시 마찬가지다. 18대 대통령 선거 때 역시 중국 지역의 재외선거 신청인은 3만5674명으로, 미국(5만1794명)은 물론 일본(3만7342명)보다도 적은 규모였다. 이는 재중 교민사회가 대부분 중국 국적(시민권)을 이미 취득해 한국 선거권이 없는 조선족 동포 위주로 짜였기 때문이다. 결국 역대 세 차례의 재외선거와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중국 교민사회의 투표 참여 열기가 뜨거워진 데는 사드 사태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사드 도입 후 중국의 보복으로 직접 피해를 본 재중 교민들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관심이다.

역대 재외선거 줄곧 야당 강세

이번 재외선거에 야권이 거는 기대도 여느 때보다 높다. 지난해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을 제치고 제1당 자리를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재외선거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었다. 지난해 20대 총선 재외선거 정당투표 결과를 놓고 보면 더불어민주당은 전체 투표 6만3777표 가운데 2만3936표를 얻었다. 37.8%에 달하는 득표율로 새누리당(자유한국당의 전신)이 얻은 27.1%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당시 전체 정당투표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제친 국민의당은 재외선거 정당투표에서는 13.4%의 득표율을 얻는 데 그쳤다. 이는 재외선거에서 정의당이 얻은 정당 득표율 16.7%보다도 낮은 수치다. 재외선거의 경우 선명 야당이 강세를 보인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는 18대 대통령 선거 때도 마찬가지였다. 18대 대선 때 전체 투표 1위로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은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였다. 하지만 당시 본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재외선거에서는 정작 문재인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 후보가 박근혜 후보보다 표를 많이 얻었다. 당시 재외선거인단으로 등록한 22만2389명 가운데 15만8196명이 실제로 표를 행사했는데, 문재인 후보는 이 중 8만9192표를 얻어 56.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박근혜 후보는 6만7319표를 얻어 42.8%의 득표율을 얻는 데 그쳤다.

당시 재외선거에서는 무효표도 905표나 나왔다. 이 중 상당수는 통합진보당(해산됨) 이정희 후보에게 던진 표로 추산된다. 당시 이정희 후보는 재외선거가 이미 종료된 시점인 2012년 12월 16일 “박근혜 당선을 막는다”는 명목으로 대선후보를 중도사퇴하며 재외투표를 무효표로 만들었다.

이 밖에 사상 처음으로 재외선거를 실시한 2012년 4월 19대 국회의원 선거 역시 재외선거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은 전체 정당별 득표의 40.4%를 얻는 데 그쳤다. 당시 제1야당인 민주통합당은 35.2%를 획득했고 통합진보당이 14.5%, 진보신당이 2.3%를 얻었다.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등 야권의 전체 득표율을 합하면 무려 52%에 달한다. 보수정당인 새누리당의 득표율(40.4%)에 자유선진당(1.6%)을 더해도 10%포인트를 웃도는 수치다. 이 역시 재외선거의 전통적인 야당 강세 성향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5·9대선 역시 5년 전인 18대 대선과 비슷한 투표율을 기록한다고 봤을 때, 지금까지 치러진 세 차례의 재외선거에서 모두 본선거보다 좋은 결과를 얻었던 야권의 민주당 문재인 후보나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또 한 번 기대를 가져볼 만하다.

물론 재외선거 제도의 특성상 국가별로 재외국민의 정확한 표심을 확인할 방법은 없다. 각 국가의 대사관과 영사관에 마련된 재외선거 투표소에서 투표를 진행한 뒤 이를 봉인해 외교행낭편으로 국내로 들여와 각 선거구별로 보내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 대변인실의 한 관계자는 “부재자 관외 사전투표와 같이 우편봉투에 담긴 채 해당 구·시·군 선관위로 발송 후 한꺼번에 개봉하고 집계하는 구조라서 국가별 표심을 확인할 방법은 없다”고 설명했다. 중앙선관위가 밝힌 일정에 따르면 4월 30일 재외선거 투표가 끝나면 5월 1일부터 9일까지 국내로 들여와 9일 개표하게 된다. 외교행낭이 어떤 결과를 담아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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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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