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치
[2453호] 2017.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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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 뉴스] “오산공군기지는 오산에 없다”

행정구역은 경기도 평택시… 오산시 주민 개명 요구

▲ 미국 NBC 방송의 저녁뉴스 간판앵커 레스터 홀트가 경기도 평택의 오산공군기지 격납고 A-10 공격기 앞에서 방송을 진행 중이다. photo NBC
“북한의 1번 타깃(No.1 target of the North).”
   
   미국의 공중파 NBC 저녁뉴스의 간판앵커 레스터 홀트가 오산공군기지를 소개하면서 전한 말이다. 레스터 홀트는 지난 4월 3일(미국 현지시각) 주한(駐韓) 미 7공군 사령부가 있는 오산공군기지 내 격납고의 A-10 지상공격기 앞에서 저녁뉴스를 중계했다. 첩보정찰기 U-2기가 출격을 위해 오산공군기지 격납고를 빠져나가는 화면으로 시작하는 뉴스는 북한의 탄도미사일로부터 오산기지를 방어하는 패트리어트 미사일 포대가 늘어선 장면도 내보냈다. ‘오늘밤이라도 싸울 준비가 됐다(Ready to fight tonight)’란 7공군의 전투 구호처럼, 북한 미사일 사태로 한반도에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는 일촉즉발 상황이 생생하게 드러났다. NBC는 지난 4월 7일 “한반도에 전술핵(核)을 재배치할 경우 오산기지가 가장 유력하다”는 후속보도도 내보냈다.
   
   오산공군기지는 지난 3월 6일 새벽, 사드 포대를 실은 미군 C-17 수송기가 도착했을 때도 전 세계로 생중계됐다. 미국 텍사스주 포트블리스기지에서 사드 포대를 실은 수송기는 오산공군기지로 착륙했다. 사드 장비 위에 붙여진 화물 목적지에는 ‘OSAN AB(오산공군기지)’란 영문명이 잘 보였다. 격납고의 ‘웰컴 투 코리아’란 환영문구도 보였다. 오산공군기지는 지난 3월 17일 미국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방한했을 때도 언론에 노출됐다. 당시 일본에서 전용기를 타고 오산기지로 들어온 틸러슨 국무장관은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한·미연합사령관)과 함께 블랙호크 헬기로 갈아타고 DMZ(비무장지대)로 직행했다.
   
   ‘오산공군기지’의 거듭된 노출을 바라보는 경기도 오산 주민들은 불편하다. 한반도 일촉즉발의 대명사로 ‘오산’이 떠올랐지만, 정작 오산공군기지는 경기도 오산시가 아닌 평택시에 있기 때문이다. 오산공군기지의 행정구역상 주소는 평택시 신장동과 서탄면 적봉리 일대다. 하지만 서울이 아닌 지방에 있다 보니 정확한 행정구역을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다. 국내 주요 언론마저 ‘경기도 오산의 미 공군기지에…’라고 잘못 표기하는 일도 흔하다. 이는 2015년 5월 미국 본토의 한 미군 연구소가 살아 있는 탄저균을 담은 소포를 오산공군기지에 잘못 배달했을 때도 그랬다. 오산시에는 군사기지가 전무하다. 일부 오산 주민들은 “언론에 오산공군기지가 나올 때마다 집값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며 볼멘소리를 한다.
   
   그렇다면 경기도 평택에 있는 미군기지에 ‘오산기지’란 엉뚱한 이름이 붙은 까닭은 무엇일까. 평택시에 따르면, 오산공군기지가 조성된 곳은 한국전쟁 때인 1951년 2월 미8군과 중공군 사이에 ‘총검고지(180고지)전투’가 일어난 곳이다. 그해 11월 미군은 평택군 진위천 남쪽 들판인 서탄면 적봉리, 신야리 일대를 군기지로 조성한 뒤 ‘오산리(Osan-ni)기지’라고 명명했다. 오산기지가 속한 행정구역은 일제가 1938년 개편한 행정구역에 따라 평택군에 속했다. 하지만 당시 일제가 남긴 조선총독부 행정지도에 ‘오산’이란 글자가 크게 나와 있어 미 군정 지도 역시 ‘오산’이라고 표기했다고 한다. 또 지금은 오산기지와 가장 가까운 기차역이 송탄역이지만 당시만 해도 가장 가까운 기차역은 경부선 ‘오산역’이었다. 인천과 부산으로 들어온 미군 병력은 ‘오산역’에 내려 부대로 집결했고 미군 사이에서는 “오산 간다”는 말이 유행했다고 한다.
   
   
   아태지역 최대 미 공군기지
   
   제공권 장악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1952년 오산리 일대에 살던 주민들을 강제이주시키고 길이 2740m의 활주로를 깔아 공군기지로 전환했다. 원래 평택군 서탄면 적봉리에 있던 부대 정문을 송탄면 신장리(현 신장동) 쪽으로 옮겼다. 한국전 당시 P-51(F-51로 명칭 변경) 머스탱, F-86 세이버 전투기가 오산기지에서 출격했다. 그리고 한국전 휴전 협정을 체결한 지 3년 만인 1956년 9월 ‘오산리 AB’란 명칭을 ‘오산 AB(공군기지)’로 변경했다. 이후 1968년 ‘1·21청와대 습격사건’ ‘푸에블로호 납치사건’ 등을 거치며 병력이 대폭 증강되면서 호황기를 맞았다.
   
   이후 오산기지가 속한 송탄면이 송탄읍(1963년), 송탄시(1981년)로 거듭 승격했을 때도 오산공군기지란 말은 그대로 유지됐다. 1980년대 중반부터 송탄 일대에서 ‘오산기지’를 ‘송탄기지’로 바꾸자는 서명운동도 있었지만 미군의 반대로 무산됐다. 김영삼 정부 때인 1995년 도농(都農)통폐합 방침에 따라 평택시·평택군·송탄시 3개 행정구역이 ‘평택시’로 통폐합했을 때도 ‘오산기지’는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주한 미 공군의 항공작전상 ‘오산(OSAN)’이란 말이 ‘송탄’이나 ‘평택’보다 발음하기 쉽고 알아듣고 받아 적기 쉽다는 사실도 상당 부분 고려됐다고 한다.
   
   현재 오산공군기지는 다른 공군기지와 마찬가지로 미군과 한국군이 함께 주둔 중이다. 한국 공군 작전사령부도 오산공군기지 내에 있는데, 한국 공군 기지 작명법에 따라 ‘K-55’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오산공군기지의 주력은 뭐니뭐니 해도 미 공군이다. 미 태평양공군 예하 부대인 미 7공군 사령부가 있고 그 예하 ‘51전투비행단’ 등이 배치돼 있다. 오산기지는 필리핀 클라크공군기지에 주둔하던 미군이 1992년 철수한 이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최대 미 공군기지로 알려졌다. 원래 길이 2740m, 폭 45m의 동서 방향 활주로 1본을 갖췄는데 지난해 같은 길이의 활주로 1본이 추가되면서 더 커졌다.
   
   ‘에어포스원’(미 대통령 전용기) 등 대형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2014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에어포스원을 타고 내린 곳도 오산공군기지였다. 때문에 북한이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하는 곳도 ‘오산공군기지’다. 미군 정찰기인 U-2기가 뜨고 내리면서 휴전선 일대를 오가며 북한의 사정을 손바닥 훑듯이 감시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연봉과 학력이 높은 미 공군 조종사와 그 가족들이 많이 주둔하다 보니 미 육군 위주의 평택시 팽성읍 안정리 일대 ‘캠프 험프리스’(K-6) 기지촌보다 한층 더 고급스러운(?) 기지촌이 형성돼 있다. 1997년에는 관광진흥법상 ‘송탄관광특구’로 지정돼 ‘캠프 험프리스’에 주둔하는 주한 미 육군 소속 장교와 부사관도 주말에 여가를 보낼 때면 오산기지 앞까지 원정을 나가기도 한다. 평택시의 한 관계자는 “오산기지가 워낙 세계적으로 알려진 곳이라 이름 바꾸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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