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치
[2453호] 2017.04.17

디자인 전문가가 분석한 안철수·문재인·홍준표·유승민·심상정 선거포스터

이민형  차장대우· 시각디자인 박사 miroo@chosun.com 

▲ 19대 대통령선거 후보 포스터
지난 4월 16일, 제19대 대통령 선거 포스터가 공개되자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선거포스터가 온라인에서 큰 화제가 됐다. 두 팔을 번쩍 들어 승리의 ‘V자’를 그린 사진은 안 후보가 만든 V3백신을 연상케 했다. 또, 이 포스터를 거꾸로 돌려 보면 국민의당 로고가 연상된다는 평가도 받았다. 경쟁상대인 더불어민주당 측에서도 호평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디자인 전략을 책임지는 손혜원 의원은 “경쟁을 넘어 디자이너로서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안철수 후보의 벽보 디자인은 범상치 않았고 선수가 만들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 포스터는 가히 파격적이다. 안철수 후보가 줄곧 말하고 있는 변화와 혁신이라는 키워드는 포스터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소속 당의 상징색을 5명의 후보 중 가장 많은 비율로 사용했다. 10m 거리에서 5명의 후보 포스터를 보면 국민의당 상징색이 가장 눈에 잘 들어온다. ‘국민이 이긴다’는 슬로건도 6글자로 짧고 명료하다. 레이아웃 면에서는 숫자 3과 안철수 이름를 상단에 배치하고 안철수가 두 손으로 홍보한다는 인상을 준다.
   
   사진은 인물 사진을 쓴 다른 후보와 달리 상반신을 사용했고 그림자 처리로 입체감을 준다. 다른 후보의 포스터와 차별화를 노렸다고 할 수 있다. 포스터는 메시지를 잘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데 글자의 수가 늘어나면 가독성이 떨어진다. 안철수 후보는 숫자까지 포함해서 10글자로 5명 후보의 포스터 중에서 가장 짧다. 게슈탈트(Gestalt) 시지각 이론에 근거한 연상이 이루어지면서 다양한 해석을 유도하고 있어 선거 포스터의 혁신이라고 볼 수 있다. 상품 광고 포스터 중에 얼마전 촛불시위 장면을 활용해 관심을 끌었던 앱솔루트 광고가 게슈탈트 이론을 활용한 작품이다.
   
   문재인 후보 포스터는 전형적인 선거 포스터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2012년 대선 때 포스터와 다른 점은 시선은 정면을 향하고 배경은 흰색을 사용해서 인물 사진의 주목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그러나 정당 상징색인 파란색이 부족해 전체적으로 색의 아이덴티티는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기호 1번은 노란색이며, 후보 이름 뒤로 정당색을 배경으로 활용하다 보니 정작 상징색이 주는 메시지는 약하다. 슬로건은 ‘나라를 나라답게 든든한 대통령’으로 13글자이다. 레이아웃과 글자의 가독성 면에서는 무리가 없는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다.
   
   홍준표 후보 포스터의 레이아웃은 오래된 느낌을 전달하고 있다. 일단 세로쓰기 형식을 현재에는 거의 사용하고 있지 않다. 모든 책과 미디어는 가로쓰기로 전환된 지 20년이 되었는데 포스터에서 세로쓰기를 한다는 것은 글자의 가독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당 상징색을 표현하기 위해 넥타이 색과 기호 그리고 슬로건 글자에 색이 주는 이미지가 약하다. 슬로건은 ‘지키겠습니다 자유대한민국’과 ‘당당한 서민 대통령’인데 글자 수가 20자로 너무 많고 시각적으로 잘 읽히지 않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인물사진은 새롭다기보다는 익숙한 모습을 연출했다.
   
   유승민 후보 포스터의 레이아웃은 매우 일반적인 표현으로 이루어졌다. 왼쪽 맞춤으로 위에서부터 정당 심벌, 약력, 슬로건, 기호, 이름 순으로 나열되었다. 글자의 가독성에선 상단의 슬로건과 아래 슬로건이 서로 부딪치는 현상이 발생한다.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가 애매하다. 슬로건은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와 ‘보수의 새희망’으로 글자 수가 17자로 많다. 안철수 후보를 제외한다면 유승민 후보의 포스터는 정당 상징색을 잘 활용한 측면도 있다. 검은색 재킷을 벗고 흰 와이셔츠에 하늘색이 잘 보여질 수 있도록 기호와 이름 뒤로 배경색을 잘 활용했다고 볼 수 있다.
   
   심상정 후보 포스터는 레이아웃에 있어서 강약을 잘 표현했다. 기호와 이름을 정당 상징색으로 표현하고 나머지 슬로건으로 쓰는 글자의 크기를 줄여서 표현했다. 그러나 ‘노동이 당당한 나라’ ‘내 삶을 바꾸는 대통령’라는 슬로건은 17자로 많은 편이다. 아주 작게 약력을 넣었는데 가독성이 떨어진다. 정당 상징색을 활용한 기호와 이름 그리고 세월호 리본이 하나의 아이덴티티로 연결되는 효과는 있다. 5명 후보의 포스터 중에서 가장 밝게 웃는 인물 사진을 선택한 것은 유권자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전달한다고 볼 수 있다.
   
   각 정당은 상징색을 선거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색은 가장 강력한 상징이며 기호다. 201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변경하면서 31년간 써온 파란색을 버리고 빨간색으로 바꾸어 결과적으로 대선에서 승리했다.
   
   필자의 석사 논문 주제인 ‘정당의 색채 이미지에 대한 유권자 표심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에서도 설문에 응답한 사람들은 이성적으로 색은 유권자 표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나 그 당시 민주통합당의 두 가지 색보다는 새누리당의 빨간색에 대한 인지가 높아 간접적으로 색에 대한 영향을 받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색은 정치적 스탠스를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색이 드러내는 정당 정체성은 생각보다 강렬한 시각효과를 동반한다고 할 수 있다. 군중은 부지불식간에 컬러에 영향을 받는다. 대표적으로 2002년 월드컵 때 '붉은 악마'를 기억한다면 색을 통한 공감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정치 마케팅에서 군중의 심리를 움직이는 데 정당 상징색은 매우 중요한 인지적 역할을 한다.
   
   한국 정치사에서 포스터 등의 정치 광고는 1948년 5월 10일 총선거 때부터 시작됐다. 이후 선거 포스터는 출마자와 유권자들의 가장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선거포스터는 19대 대통령선거까지 다양한 시도보다는 늘 비슷한 레이아웃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식상하다는 평가도 받았다. 정당 기호는 왼쪽 아래, 넥타이를 맨 얼굴 사진, 기호 옆에는 후보의 이름, 얼굴 사진 주변 좌우 아래에 슬로건과 약력 등을 적는 식이다.
   
   포스터(poster)는 기둥이란 의미인 포스트(post)에서 유래됐다. 광고나 벽보의 대부분이 기둥에 부착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선거포스터에선 첫 인상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3초 법칙’이 중요하다.
   
   선거포스터는 광고적 특성을 갖기 때문에 브랜드 아이덴티티(Brand Identity)가 중요하다. 브랜드인 후보자의 이념, 목적, 활동, 표현 등을 의식적으로 통일하여 브랜드의 개성을 만들어내고 신뢰성을 주는 것으로 후보자 이미지를 생성하게 된다. 유명 브랜드의 광고를 보면 상표를 생략하는 경우도 많다. 나이키, 폭스바겐, 루이뷔통 광고 등이 상품명을 생략했다.
   
   
선거포스터의 다양한 시도는 해외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08년 버락 오바마의 선거 캠페인은 워낙 성공적이었다. 시카고의 디자인 회사 센더(Sender, LLC)에서 오바마의 첫 글자 ‘O’를 형상화해 만든 떠오르는 태양 로고, 그리고 스트리트 아티스트이자 그래픽디자이너인 셰퍼드 페어리(Shepard Fairey)가 디자인해 엄청난 인기를 끈 희망(Hope) 포스터 등을 통해 전략적인 미디어 활용 능력을 보여주었다. 여기에 ‘변화(Change)’라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슬로건이 더해져 미국 선거 운동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8년 대선부터 2012년 대선에 이르는 두 번의 선거에서 오바마의 선거 디자인은 강력한 메시지와 함께 일관된 색채와 서체를 활용했다. 오바마의 선거 디자인 전략은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두고두고 화자될 정도였다.
   
▲ 2007년 프랑스 사회당 대통령 후보 세골렌 루아얄(Segolene Royal) 선거포스터

   2007년 프랑스 사회당 대통령 후보 세골렌 루아얄(Segolene Royal) 선거포스터는 바버라 크루거(Barbara Kruger)의 작품이다. 바버라 크루거의 이전 작품을 보면 낙태법 철회와 여성의 권리에 관한 페미니즘적 표현으로 ‘당신의 몸은 전쟁터다(Your body is a battleground)’라는 타이틀과 사진의 반을 나누어 대비나 변화의 요소로 주의력을 높여 영화포스터와 같은 이미지로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였다. 여성 후보인 세골렌 루아얄의 선거포스터도 빨간색과 흑백 사진 그리고 타이포그래픽 표현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현대 선거는 이미지의 전쟁이다. 선거포스터의 변신은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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