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세 13조원 vs 주류세 3조2000억원.

정부의 연간 담뱃세와 주류세 수입은 총액 기준으로 4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음주 인구가 흡연 인구(800만명)에 비해 월등히 많음에도 세수(稅收)는 오히려 반대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15년 주류 통계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연간 맥주 소비량은 148병, 소주는 62병에 달한다. 주류 소비량이 담배 소비량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담뱃세가 주류세보다 월등히 많은 것은 정부가 2015년부터 담뱃값을 1갑당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렸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4년 담배 1갑당 2000원 인상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여야는 이 인상안에 합의했다. 야당 일각에서 담뱃값 인상에 대해 서민증세, 우회증세라는 반발이 있었으나 국민건강증진이라는 명분을 거부할 수 없었다.

담뱃값 인상 전에도 담배 세수는 주류 세수보다 많았다. 담배와 주류의 가격 차와 부과세율이 달랐기 때문이다. 담뱃값 인상 전 정부가 한 해 담뱃세로 벌어들인 세수는 약 7조원. 담뱃값이 인상된 후 매년 6조원가량의 세수가 더 걷혀 현재의 13조원이 가능해졌다. 담배 가격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74% 수준. 담배 1갑(4500원)에 약 3300원의 세금이 붙는다.

주세는 소주 원가의 72% 수준이다. 여기에 교육세와 부가가치세 등이 추가로 징수된다. 예컨대 소주 1병의 소비자가격이 1000원일 경우 세금은 약 540원, 원가는 460원 정도로 세금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2015년 정부가 담뱃값을 인상한 명분은 흡연율을 낮추고 국민건강을 증진하기 위해서다. 국민건강을 위해 세수 추가분을 사용하겠다고 했으나 실제 국민건강을 위해 투입된 예산(연간 약 2000억원)은 담뱃값 인상 전후에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최근 흡연율마저 상승하고 있다. 2009년 26.7%로 정점을 찍은 흡연율은 2015년 22.2%로 낮아졌으나 지난해 22.5%로 소폭 상승했다. 담뱃값 인상 후 1년 만에 흡연율이 다시 오름에 따라 정부가 담뱃값 인상 시 제기한 흡연율 억제의 명분도 잃었다.

5·9대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 대선주자인 홍준표 후보가 담뱃값을 다시 1갑당 2500원으로 돌려놓겠다고 했다. 담뱃값을 낮춰 서민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것. 홍 후보는 “서민 주머니를 털어 국고를 채우는 건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도 자신의 책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담배는 서민의 시름과 애환을 달래주는 도구”라며 “서민에게 부담을 주는 간접세는 내리고 직접세를 올려야 한다”고 말해 담뱃값 인하에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문 후보는 담뱃값 인하 정책을 대선 공약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복지 공약에 따른 재원 마련이 고민인 상황에서 세수가 줄어드는 담뱃값 인하 정책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 안철수·바른정당 유승민·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담뱃값 인하 대신 세수 추가분을 국민건강을 위해 쓰겠다는 입장이다.

일부 시민단체는 담뱃값에 대한 타협안을 제시했다. 참여연대 안진걸 공동 사무처장은 “담뱃값 인상은 결국 서민을 속인 정책이다. 서민을 달래는 차원에서 담배 1갑당 가격을 3500원 정도로 낮추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2014년 정부의 담뱃값 인상폭은 과(過)했다. 서민은 4500원짜리 담배 한 갑을 살 때마다 3300원을 세금으로 냈다. 그럼에도 값비싼 담배를 피운 흡연자나 비흡연자 모두 실익이 없었다. 정부가 세수만 늘린 셈이다.

이번 대선을 통해 담뱃값이 하향 조정되길 기대하는 서민이 많다. 그에 따른 세수 부족분은 주류세 인상을 통해 거두면 되지 않을까. 술이나 담배나 국민건강을 해치기는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추진해 볼 만하다.

김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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