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성주의 사드 포대. ⓒphoto 뉴시스
경북 성주의 사드 포대. ⓒphoto 뉴시스

“참여정부 때 국방계획은 18개월까지 단축하는 거였어요. 점차 단축돼오다가 이명박 정부 이후 21~24개월 선에서 멈춰버렸는데 18개월까지는 물론이고 더 단축해 1년 정도까지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월 발간한 책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밝힌 내용이다. 이에 따라 한때 군 복무기간 12개월 단축설이 부각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의 출범에 따라 군 복무기간 단축 문제를 비롯, 국방안보 이슈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분야 주요 이슈로는 미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 전작권(전시작전통제권) 조기 환수, 군 복무기간 18개월(육군·해병대 기준)로 단축, 문민 국방장관 임명 등 국방개혁 추진, 전략사령부 창설 등이 꼽힌다.

사드 문제에 대해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원점 재검토 입장을 밝히기도 했지만 철수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사드 배치가 이미 이뤄져 초기 가동에 들어가 있는 상태여서 돌이키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안보 노선을 문 대통령도 걷게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라크 파병, 평택기지 조성 등을 놓고 미측과 갈등을 빚었지만 결국 미측의 요구를 수용하는 쪽으로 결정했었다. 이라크 파병을 결정하면서 노 전 대통령은 “정치와 통치는 다르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그런 측면에서 사드 철수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사드 배치 결정이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지적을 강력하게 제기해왔기 때문에 고강도 감사 등 어떤 형태로든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조사는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문 대통령은 미국 현지시각으로 지난 5월 2일 보도된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 “미국과 충분히 상의할 것을 약속한다”면서도 “한국 대선이라는 정치적으로 예민한 시기에 환경영향평가나 청문회 같은 민주적 절차도 없이 서둘러 사드를 배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한 소식통은 “사드 배치 과정에 의혹이 있는 것을 규명하면 (사드 배치에 반대하던) 국민들도 이해를 할 것이고 중국에 대해선 졸속 처리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는 대신 보복 중단을 요청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작권 조기 환수도 문재인 대통령의 국방 분야 중요 공약 중 하나다. 전작권을 임기 내, 즉 5년 내 되돌려 받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당초 2015년으로 돼 있던 전작권 전환 시기를 2020년대 중반 이후로 사실상 무기연기했다. 박근혜 정부는 전작권 전환의 조건으로 북한 핵위협 해소, 한국군 준비 완료 등 3가지 충족을 단서로 달았는데 현실적으로 2020년대 중반까지도 실현될 가능성이 높지 않아 무기연기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문재인 정부는 이들 조건이 70~80%만 충족돼도 전작권을 전환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장관 후보로도 거론되는 송영무 문재인 후보 국방안보특별위원장(전 해군참모총장)은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전작권이 미국에 있는 한 대한민국 국군은 전선이나 부하들이 아닌 광화문만 바라보고 있을 것”이라며 “전작권이 환수되면 국군은 파이팅 넘치는 강군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작권 환수해도 연합사 존속

노무현 정부 시절 전작권 전환이 추진됐을 때 보수 진영에선 전작권 전환이 한미연합사 해체를 의미하기 때문에 안보 공백을 초래하고 한·미동맹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강력히 반발했었다.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을 거치면서 두 차례 전환 시기가 연기되면서 보수 진영의 반발은 가라앉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조기환수 추진 시 보수 진영 일각의 반발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 군 당국은 이에 대해 전작권이 전환되더라도 한국군이 사령관, 미군이 부사령관을 맡는 형태로 한미연합사가 사실상 존속되기 때문에 우려할 일은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미국 우선(American First)’을 강조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장성이 한국군 장성의 지휘를 받는 새 지휘 구조를 수용할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전작권 전환 문제는 북한의 6차 핵실험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등 추가 고강도 도발과 이에 대응하는 미국의 예방적 선제타격 가능성이 부각될 경우 반미 감정을 자극하며 뜨거운 현안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21개월인 현역병 복무기간을 18개월로 줄이는 문제도 뜨거운 감자다. 문 정부는 군 복무기간을 임기 내에 18개월까지 단계적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되 부사관 확보 등 여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시기를 다소 늦출 수도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소식통은 “단순업무는 병사들이 하고 부사관들은 가급적 야전으로 돌려 전투력을 보강할 것”이라며 “후방부대 시설물 경계임무 등은 외부 용역을 주고 장병들은 전투 임무에 집중토록 해 복무기간 단축에 따른 자원부족 문제도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4~5년 뒤 병역자원이 크게 줄어든다는 점에서 복무기간 단축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국방연구원 조관호 책임연구원이 지난 3월 국회 세미나에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2025년을 기준으로 병 복무기간이 전환대체복무 유지하에 현재의 21개월을 유지하면 47만5000여명을 충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의 목표는 현재 63만명에서 2022년까지 52만2000명으로 감축한 뒤 52만명 수준을 유지하는 것인데 그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얘기다.

문민 국방장관 임명도 세간의 관심을 끄는 사안이다. 군 안팎에선 문 정부 첫 국방장관은 군 출신을 임명하되 두 번째 장관쯤부터 민간인을 임명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묻는다’ 책에서 노무현 정부 시절 문민 국방장관 임명을 추진하다 북한의 도발로 유야무야됐던 비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 책을 비롯, 방산 비리를 박근혜 정부의 주요 비리 중 하나로 언급해 방산 비리에 또다시 수사 태풍이 몰아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공군 차기전투기 사업 기종 결정이 F-15로 추진되다 막판에 F-35로 바뀐 것과 관련해 당시 김관진 국방장관 등에 대한 수사 또는 감사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무기 도입 의혹과 관련해선 국내 방위산업보다는 해외 무기 도입 문제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방산 비리 하니까 국내 많은 방산업체들이 다 비리를 저지르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그렇지 않다”며 “정말로 우리 안보 능력을 잠식하는 거대한 비리들은 전부 해외 무기 도입 비리이며 그게 핵심”이라고 강조했었다.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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