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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7호] 2017.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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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문재인의 ‘핵잠수함’ 시동 거나

▲ 지난 4월 25일 승조원 휴식차 부산에 입항한 미국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 미시간함. photo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 시대가 열리면서 그가 주장한 원자력추진 잠수함 독자 개발이 실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 4월 2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핵추진 잠수함은 우리에게도 필요한 시대”라며 “대통령이 되면 미국과 원자력 협정 개정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도입하겠다고 말한 잠수함은 ‘공격형 원자력추진 잠수함’(SSN)이다. 원자력추진 잠수함은 내부에 갖춘 소형 원자로의 동력으로 추진하는 잠수함이다. 흔히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쏠 수 있는 잠수함이 핵잠수함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SLBM 발사 가능 여부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 아니어도 SLBM을 쏠 수 있는 잠수함이 있고, SLBM을 쏠 수 없지만 원자력으로 추진되는 잠수함도 있다. 전자는 ‘탄도미사일 발사 잠수함’(SSB)으로, 후자는 SSN으로 분류된다. SLBM 발사가 가능한 원자력추진 잠수함은 ‘탄도미사일 발사 원자력추진 잠수함’(SSBN·전략원잠)으로 따로 분류된다.
   
   원자력추진 잠수함은 항공모함 전단에 버금가는 현대전의 전략병기로 손꼽힌다. 무제한 잠항 능력 때문이다. 디젤전지로 움직이는 재래식 잠수함은 발전에 필요한 공기를 얻기 위해 수시로 수면에 올라와야 한다. 이 점을 감안해도 작전 기간이 수주를 넘기 어렵다. 반면 원자력추진 잠수함은 선내에 탑재한 소형 원자로에서 우라늄을 핵분열시켜 동력을 얻는다. 공기가 필요 없어 수면 위로 올라올 필요가 없다. 이론적으로 잠항 기간이 무제한이다. 항구에 정박할 때 미리 따라붙지 못하면 사실상 추적이 불가능하다.
   
   
   노무현 때 개발하다 무산
   
   우리나라는 원잠 개발을 추진하다 한 차례 실패한 일이 있다. 노무현 정부 때 추진된 ‘362사업’이다. 2003년 6월 2일 조영길 당시 국방부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원자력추진 잠수함 건조 계획을 보고했다. 당시 사업은 ‘362사업’이라고 명명돼 비밀리에 착수됐다. 하지만 당시 비밀로 추진하던 사업이 여러 루트로 외부에 노출되고, 외교 관계에 문제가 생길 기미가 보이면서 사업은 무산됐다. 당시 362단장을 지낸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예비역 해군대령)은 전화통화에서 “당시 배수량 4000t급 잠수함의 개념 설계를 마쳤고 원자로도 기본 설계는 거의 다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에 김정은이 집권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지난해 8월 24일 북한은 SLBM 발사 실험에 성공했다. 국방부는 SLBM의 실전배치가 1~3년 내로 임박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SLBM은 ‘핵 전력 삼위일체’로 불리는 핵 투발수단 3가지 중 한 축을 담당한다. 3가지 투발수단 중 전략 핵폭격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정찰위성, 대공레이더 등 다양한 탐지자산으로 사전 징후를 탐지할 수 있다. 하지만 잠수함은 심해로 잠항하면 발사 징후를 사전에 식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북한의 SLBM은 현존 최대의 위협으로 꼽힌다. 기존 탐지자산으로 탐지가 불가능해 잠수함이 따라다니며 감시해야만 하는데, SLBM을 장착한 잠수함을 추적하는 것은 잠항 기간이 짧은 디젤 잠수함으로는 불가능하다. 반면 원자력추진 잠수함은 북 잠수함을 24시간 365일 밀착감시할 수 있다.
   
   원자력추진 잠수함을 개발하려면 건조 능력 확보만이 아니라 한·미 관계를 비롯한 외교 문제도 풀어야 한다. ‘362사업’ 단장을 역임한 문근식 국장은 원자력추진 잠수함을 건조하기 위해 극복해야 할 요소를 크게 기술 수준, 핵연료의 안정적인 확보, 국가 의지로 본다.
   
   우선 기술 수준에서는 문제가 없다.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 5위의 원자로 수출국이다. 소형 원자로를 중동 여러 국가에 수출할 정도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잠수함 건조 능력도 충분하다. 배수량 3000t급 잠수함을 독자 설계·생산할 수 있다.
   
   
   장보고-Ⅲ 7번함부터 원잠으로 건조 가능
   
   핵연료 확보에 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우리나라도 2015년 개정된 한·미원자력협정을 통해 우라늄을 순도 20% 이하로 농축할 수 있게 됐다. 농축도 20%의 우라늄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규정상 저농축 우라늄으로 분류되며 국제시장에서 상용으로 확보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27일 토론회에서 “핵연료가 되는 물질을 미국으로부터 구매해야 하는데 현재 한·미 간의 원자력협정에서는 그것이 안 되게 돼 있다. 군사적 목적으로는 무기로든 연료로든 다 사용 못 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근식 국장은 정책적 의지만 있으면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하지 않아도 원잠 개발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원잠에 이용되는 핵연료는 20% 이하의 우라늄으로도 가능하기 때문에 개정 없이 회담 대표가 만나 고위급 합의만 하면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구매해 잠수함 동력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문 국장은 “핵연료를 잠수함 추진체 동력으로 쓰는 것은 IAEA나 핵확산금지조약(NPT)도 규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원잠 도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외교적 문제는 걸림돌이다.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핵잠수함 도입이 북핵 문제와 맞물린 사안인 만큼 미·중과의 사이에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이 원잠을 개발할 경우 일본도 원잠을 개발하면서 동북아 군비 경쟁이 가속화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우리 해군은 장보고-Ⅲ(KSS-Ⅲ)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0년대 중으로 배수량 3000t급 잠수함 9척을 건조하는 사업이다. 잠수함의 설계와 건조 모두 우리가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최초의 사업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공동으로 건조 중이다. 장보고-Ⅲ 1~6번함의 동력 체계는 현재 디젤로 결정됐지만 7~9번함(Batch-3)의 동력 체계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일부에서는 원자로가 탑재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는 “(동력 체계에 관해서는) 확정된 사안이 아무것도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잠 개발을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역량 결집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문근식 국장은 “원잠을 만들기 위해서는 원자력연구원과 국방과학연구소 등 여러 개발 주체를 통합해서 이끌 국가의 역량이 필요한 만큼, 국책사업단을 꾸려 원잠을 만들고자 하는 국가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창환 해군 소령은 지난해 12월 한국해양전략연구소의 ‘Strategy21’에 발표한 논문에서 ‘북한 SLBM 위협과 대응방향’ 말미에서 “핵무기를 만드는 것이 아니고 우리 국민의 생존과 안위를 위한 목적으로 운용될 것이기 때문에 국제법상 문제될 것이 없음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야 한다”며 “IAEA에 당당하게 개발 사실을 알리고 추진해야 한다”고 적었다.
   
   2016 국방백서에 따르면 현재 미국은 배수량 1만8000t의 전략원잠 오하이오급을 포함해 71척의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65척의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4척이 전략원잠이다. 일본은 배수량 3000t급 이상 신형 디젤잠수함 18척을 보유하고 있으며 언제든 원잠으로 개조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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