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치
[2458호] 2017.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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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행정부지사 전성시대 행자부 공무원들의 ‘꿈의 보직’

▲ (좌) 김갑섭 전남지사 권한대행 photo 뉴시스 / (우) 류순현 경남지사 권한대행 photo 뉴시스
김갑섭(59) 전라남도 행정부지사는 지난 5월 12일부로 전라남도의 최고 행정책임자가 됐다. 상급자인 이낙연 전남도지사가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 후보로 내정되면서다. 이낙연 지사가 총리로 차출되면서 불가피하게 도정공백이 생겼고, 김 행정부지사는 이를 메우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행정고시 28회 출신인 김갑섭 행정부지사는 행자부 정부대전청사 관리소장을 거쳐 지난해 7월 전남도 행정부지사로 내려왔다. 보궐선거가 따로 없기 때문에 김 부지사는 내년 6월로 예정된 지방선거까지 인구 190만명의 전남도정을 이끌어가야 한다.
   
   류순현(54) 경상남도 행정부지사 역시 지난 4월 10일부터 인구 337만명의 경남도를 이끌고 있다. 상급자인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대선 출마를 위해 지난 4월 9일 도지사직을 중도사퇴하면서다. 자연스럽게 바로 경남도 행정서열 2위인 류순현 행정부지사는 경남지사 권한대행이 됐다. 류순현 행정부지사는 행시 31회 출신으로 대전광역시 행정부시장을 지내고 지난해 2월 경남도 행정부지사로 옮겨온 터였다. 홍준표 전 지사의 중도사퇴 이후에는 류 부지사가 도내 곳곳에서 벌어지는 각종 행사에 참석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5·9대선 이후 상급 지방자치단체의 행정부지사, 행정부시장이 임명직 공직자 최고 선망의 자리로 떠올랐다. 대선 국면에서 선거판에 얼굴을 들이미느라 바쁜 도지사를 대신해 행정공백을 메워온 행정부지사도 많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더불어민주당 경선에 참여해 전국을 누비는 사이는 남궁영 행정부지사가 도지사의 행정공백을 메웠다. 남경필 경기지사가 바른정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했을 때는 이재율 행정1부지사와 경기도 북부시군을 관할하는 김동근 행정2부지사가 틈을 메웠다. 이 밖에 경상북도에서도 김관용 지사가 자유한국당 경선에 참여했을 때 김장주 행정부지사가 도지사의 빈틈을 메웠다.
   
   특히 경남의 경우 도지사 권한대행이 도정을 맡는 일이 이제 흔한 일처럼 됐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현 의원)가 2012년 7월, 대선 출마 준비차 도지사직을 중도사퇴했을 때 임채호 행정부지사가 도지사 권한대행이 됐다. 앞서 2003년에는 민선 1~3기 경남지사인 김혁규 전 지사가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을 탈당하고 열린우리당에 입당하면서 도지사직을 중도사퇴하자, 장인태 행정부지사가 맡았고, 장인태 행정부지사가 도지사 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하자 김채용 행정부지사가 다시 권한대행이 됐다. 1995년부터 민선 지사 시대가 열린 이후 행정부지사가 도지사 권한대행으로 도정을 이끌어 가는 것만 이번이 벌써 4번째다.
   
   자연히 관가(官街)의 공무원들이 행정부지사, 행정부시장을 보는 눈도 달라졌다. 서울특별시를 제외하고 대개 행정자치부에서 인사교류 형태로 파견하는 행정부지사, 행정부시장은 임명직 공무원들이 지방에서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자리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서울특별시 행정1·2부시장은 서울시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차관급 자리”라며 “1급 상당인 다른 시도의 부시장, 부지사와 다르다”고 했다. 대개 도지사와 가까운 정치권 인사가 낙하산으로 떨어지기 마련인 정무부지사(경기도는 연정부지사로 부름), 경제부지사에 비해 행정서열도 높다. 도지사 유고(有故) 시 운(運)과 시기만 맞는다면, 권한대행으로 도백(道伯) 자리에까지 올라갈 수 있다. 더욱이 요즘과 같은 정권교체기때는 중앙에 몰아치는 칼바람을 피할 수 있어서 좋고, 지방에서는 위에서 내려온 유력인사 대접을 받는 등 일석이조다.
   
   현행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인구 800만명 이상의 광역자치단체(서울시·경기도)는 3명까지 부(副)단체장(부시장·부지사)을 둘 수 있고 광역시와 도, 특별자치시(세종시)는 2명까지 부단체장을 둘 수 있다. 이 중 행정부지사, 행정부시장 직함으로 있는 공무원은 모두 19명이다. 행정부지사의 역할이 본격화한 것은 김영삼 정부 때인 1995년 자치단체장까지 직선제를 도입하면서 민선 도지사, 민선 광역시장이 등장하면서다. 하지만 지방자치 역사가 일천한 한국에서 선출된 도지사나 광역시장들은 주로 정치인 출신이 많아 행정 경험이 일천한 경우가 태반이었다. 이에 자연히 행정지식이 풍부한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전문적인 조력이 필요했다.
   
   
▲ (왼쪽부터) 오제세 의원. 이명수 의원. 이개호 의원. 정태옥 의원. 윤한홍 의원.

   지방자치 22년 관선 부활?
   
   또 도와 광역시 산하 기초자치단체장은 지방 유지들을 비롯해 유력자들이 당선되는 경우가 많다. 인허가와 관련한 권한남용 같은 전횡을 휘두르기 십상이다. 행정부지사, 행정부시장은 중앙과 지방의 연락관 역할을 하면서 도지사와 광역시장, 기초자치단체장의 전횡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도 부여받았다. 자치단체장으로서도 행정부지사나 행정부시장을 마냥 홀대할 수 없어 묘한 긴장 관계를 형성하기도 했다. 행자부 인사교류팀의 한 관계자는 “행정부지사와 행정부시장은 대개 1년 정도 파견을 나갔다가 돌아오는데, 주로 본부 실장급으로 복귀한다”고 말했다. 만약 행자부 본부 내에 결원이 없을 경우에는 다른 시도지사의 동의를 얻어 타 자치단체로 곧장 스카우트되는 경우도 있다. 류순현 경남지사 권한대행이 대전시 행정부시장에서 경남도 행정부지사로 곧장 옮긴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요즘은 행정부지사, 행정부시장 경력을 발판 삼아 곧장 국회로 진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인천시 행정부시장을 지낸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4선·충북 청주서원), 충남도 행정부지사를 지낸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3선·충남 아산갑), 전남도 행정부지사를 지낸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재선·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 대구시 행정부시장을 지낸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초선·대구 북갑), 경남도 행정부지사를 지낸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초선·경남 창원마산회원) 등이다. 이 중 이개호 의원은 문재인 정부 초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입각이 거론된다.
   
   행정부지사가 연이어 도지사 권한대행으로 지방행정을 맡는 데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지방선거 때 지방민들의 민의(民意)를 반영해 선출한 지방정치인들이 위에서 부른다고 중앙 정계로 훌쩍 떠나버리면서다. 그 결과 지금은 행자부 소속 중앙공무원들이 지방행정을 주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지방자치 22년 만에 사실상 관선(官選) 지사, 관선 시장 시대가 부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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