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치
[2458호] 2017.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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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日 암약 중국 간첩 5만명

동 북아 스파이 전쟁 ‘색계’ 주의보

이장훈  국제문제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중국 영화 ‘색계(色戒)’는 유명한 여성 간첩이었던 정핑루(鄭平如·1918~ 1940)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정핑루는 1930년대 일본이 상하이를 점령했을 당시 사교계의 꽃으로 불리던 여성이었다. 정핑루는 일본 외교관들을 상대해 고급정보를 수집해온 스파이였다. 정핑루는 친일 괴뢰 정부 정보기관의 책임자인 딩모춘에게 접근해 암살하려다 적발돼 처형됐다.
   
   중국은 과거부터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여성 간첩을 활용하는 미인계(honey trap)에 능하다는 말을 들어왔다. 실제로 중국 주재 외국 외교관들이 중국 정보기관의 미인계에 당하는 사건들이 벌어지곤 한다. 네덜란드 정부가 2016년 10월 론 켈러 베이징 주재 대사를 긴급 소환해 직무를 정지시킨 것도 중국 여성과의 부적절한 관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켈러 대사는 대사관 직원으로 채용된 중국 여성과 비밀리에 연인 관계를 맺어왔다. 이 여성이 중국 정보기관의 요원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켈러 대사는 옷을 벗어야만 했다.
   
   최근에는 게리 로크 전 미국대사가 중국 정보기관의 미인계에 걸려 사임하고 이혼까지 당했다는 중화권 언론들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로크 전 대사는 ‘뤄자후이’라는 중국명을 가진 화교 3세로 하원의원, 상무장관, 워싱턴주 주지사 등을 역임하는 등 중국계 미국인들 중에서 가장 잘나가던 인물이었다. 로크 전 대사는 2013년 돌연 사임했고 2015년 이혼까지 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로크 전 대사는 부임 2년 반 만에 “시애틀의 가족과 함께 지내겠다”면서 사직해 당시 여러 가지 추측이 나돌았었다.
   
   중국 정보기관이 미인계를 이용해 정보를 수집한 대표적 사례는 미국 태평양사령부 군무원이었던 벤자민 비숍 사건을 들 수 있다. 미국 하와이 연방 법원은 2014년 국가기밀 누설 혐의로 비숍에게 징역 7년3개월을 선고했다. 예비역 중령 출신인 비숍(60)은 2011년 6월부터 연인으로 지내온 중국인 여자친구(28)에게 미국의 핵무기 현황, 중·장거리 미사일 포착기술, 조기경보 레이더 시스템, 태평양사령부 작전계획 등 특급 정보를 제공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따르면 미국에 유학 온 이 여성은 국제 세미나에 참석해 비숍에게 접근했다. 1급 비밀 취급 인가증을 갖고 있는 비숍은 이 여성의 유혹에 넘어가 각종 비밀을 줄줄이 넘겼다. 이 정보들 중에는 2010∼2012년 태평양사령부의 북한의 탄도미사일 방어 전략, 한·미 연합훈련 내용 등도 포함됐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위협이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를 비롯해 영토 분쟁과 군사력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동북아 지역에서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각국의 눈에 보이지 않는 정보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중국 정보기관은 미인계를 비롯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각종 정보수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 정보기관은 미국은 물론 일본·한국·북한·대만 등에 간첩들을 대거 파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의 시사잡지 슈칸다이슈(周刊大衆)는 최근호(4월 18일자)에서 일본에서 암약하는 중국 간첩 수가 5만명에 이르며 이들은 유학생, 회사원, 예술인, 음식점과 유흥업소 종사자, 안마사 등으로 신분을 위장한 채 공작을 펼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 중국 최고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부 본부. photo 바이두

   자위대원과 여간첩 결혼 작전
   
   이 잡지는 중국 간첩들은 도쿄의 중국대사관을 거점으로 하고 삿포로, 니가타, 나고야, 오사카, 후쿠오카, 나가사키 주재 영사관을 중계기지로 하고 현지의 중국인 단체 간부의 지원을 받으면서 스파이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 잡지는 외교관 출신 외교평론가 이노 세이치의 말을 인용해 중국의 정보활동에 협력하는 중국인 단체는 일본에 6곳이나 되며 회원 총수가 60만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 잡지는 중국 정보기관이 일본 군사정보를 빼내려고 자위대원과 중국 여성을 결혼시키는 수법을 많이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일본 육·해·공 자위대원들 가운데 외국인 여성과 결혼한 사람은 800여명에 달하는데 이 중 70%는 중국인이다. 일본 정부는 이 잡지의 이런 보도 내용에 대해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미국에서도 중국이 광범위한 스파이망을 구축해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미국 의회의 초당적 자문기구인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는 2016년 11월 의회에 제출한 연차보고서에서 중국이 외교관과 학자까지 동원하는 등 미국에 폭넓게 간첩망을 깔아 놓았으며 이를 통해 미군과 정부기관 등을 대상으로 활발한 정보수집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USCC는 또 중국이 거액의 자금을 투입, 군사기밀을 대량으로 획득할 수 있도록 스파이 포섭을 확대하고 있어 앞으로 미국이 군사적 우위를 잃을 위험성까지 있다며 경계를 촉구했다. FBI가 지난 3월 중국에 기밀정보를 넘겨온 국무부 소속 외교관인 칸다스 클레이본을 체포해 구속한 사건이 대표적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 외교관은 2011년부터 최근까지 중국 간첩으로부터 선물과 현금을 받는 대가로 미국의 대외전략 가운데 민감한 정보를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USCC는 이와 함께 중국 간첩망 확충에 대한 미국 정부의 대응이 부족하다면서 강력한 추가 대책을 강구하라고 주문했다.
   
   
▲ 미국 버지니아주에 있는 중앙정보국(CIA) 본부. photo 위키피디아

   북한의 중국 간첩 잡기 운동
   
   대만에서도 중국 간첩들의 활동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린중빈 전 대만 국방차장(차관)은 “최소 5000명에서 많으면 수만 명의 중국 간첩이 현재 대만에 잠복해 암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만 언론들도 중국 여성 간첩들이 대만의 최대 해군기지인 쭤잉 등 군사거점 주변 노래방 등 유흥가를 발판으로 현역 군인에 성매매까지 하면서 기밀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대만에선 최근 중국 유학생 간첩이 사상 처음 체포되기도 했다. 대만 검찰은 지난 3월 정즈대학을 졸업한 유학생 출신 중국인 저우훙쉬를 국가안전법 위반 혐의로 검거해 구속했다.
   
   대만 검찰에 따르면 저우흥쉬는 2012년 정즈대학에 입학, 지난해 졸업했으며 지난 2월 다시 대만에 사업가로 위장 입국해 유학 시절 알고 지낸 외교관에게 일본으로 관광여행을 가서 대만 기밀자료를 넘기면 그 대가로 금품을 주겠다고 유혹했다는 것이다. 대만에서 중국 유학생 출신 간첩이 체포된 것은 저우흥쉬가 처음이다. 대만 검찰은 또 뤼슈롄 전 부총통의 경호원이자 예비역 소령 출신인 왕훙루를 구속했다. 왕훙루는 2003년 헌병대 소령으로 전역한 후 중국을 오가며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중국 정보기관에 포섭돼 대만에서 간첩단을 조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중국 간첩들이 잇달아 체포되자 집권 여당인 민진당은 간첩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한 국가안전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를 비롯해 한국과 북한에서도 정보수집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 간첩들은 대부분 기업가, 상사원, 유학생, 연구원, 언론인 등으로 신분을 위장하고 있다. 때문에 각국의 방첩 기관들이 이들을 적발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중국 간첩들은 우리나라의 경우 주한 미군의 동향과 한·미 연합훈련 등 군사 정보는 물론 첨단 반도체 기술 등 산업 기밀까지 수집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중국 간첩들이 정보수집을 가장 용이하게 할 수 있는 국가가 한국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라고 한다. 반면 북한의 경우 중국 간첩들이 정보수집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 일본에서 방첩 활동을 담당하고 있는 법무성 소속 공안조사청. photo 위키피디아

   북한은 외국 간첩들이 가장 활동하기 어려운 지역이라는 말을 들어왔다. 실제로 최근 들어 북한에선 ‘중국개’(중국 간첩) 잡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북한 국가보위성은 장사를 목적으로 드나드는 중국 상인들이나 조선족들이 간첩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들을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다. 북한 국가보위성은 또 중국 출신 화교들에 대해서도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북한에는 평양, 신의주, 청진 등에 화교 3000여명이 살고 있다. 국가보위성은 북한의 모든 기관과 주민들을 상대로 감시와 정보를 수집하는 기관이다. 국가보위성은 아무런 법적 절차도 밟지 않고 용의자를 구속하고 재판 없이 처단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김정은은 “나라의 정보를 적들에게 넘겨주는 불순 적대분자들의 책동을 단호하게 배격해야 한다”는 내용의 지시문을 국가보위성에 내렸다고 한다. 이에 따라 국가보위성은 내부 정보를 한국이나 중국으로 유출하는 주민을 ‘간첩’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색출 작업에 나섰다고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미국 정보기관도 북한 당국의 강력한 통제 때문에 대북 정보를 제대로 수집하지 못하고 있다. 중앙정보국(CIA)을 비롯해 미국의 16개 정보기관들을 총지휘하는 국가정보국(DNI) 댄 코츠 국장은 “북한에 대한 정보수집이 어려움에 부닥쳐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CIA는 특수조직인 ‘코리아 임무센터(KMC·Korea Mission Center)’를 신설했다. CIA가 특정 개별 국가에 집중한 임무 센터를 창설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KMC는 북한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마이크 폼페오 CIA 국장은 “KMC 창설은 미국과 동맹국들에 대한 북한의 심각한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주한 미군도 대북 정보수집 휴민트(HUMINT·인간정보) 부대인 ‘524 정보대대’를 오는 10월 창설할 계획이다.
   
   북한도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정보수집과 요인 암살 등 각종 공작을 벌이고 있다. 북한에서 대남 정보를 총괄하고 있는 곳은 정찰총국이다. 정찰총국은 2009년 인민무력부 산하 정찰국, 노동당 소속의 작전부·35호실 등 대남 공작부서 6개를 통·폐합해 만든 조직이다. 정찰총국의 공식 명칭은 조선인민군 정찰총국(조선인민군 586군부대)으로 국무위원회(전 국방위원회)의 직속기관이다. 김정은의 직접 지휘를 받는 독립 부서다. 정찰총국은 산하에 간첩 양성 교육기관을 운영하는 작전국과 암살·폭파·납치 등을 담당하는 정찰국, 해외 정보를 수집하는 해외정보국, 사이버테러를 담당하는 기술국 등 6개국을 두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을 암살한 곳도 정찰총국이다. 정찰총국은 중국과 동남아 등에서 무역회사와 식당 등으로 위장한 비밀 거점을 운영하면서 공작자금 마련, 군용품 조달 등 업무도 수행한다. 특히 정찰총국은 단둥과 옌볜 등 중국의 동북 3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정찰총국은 최근 들어 미인계로 정보를 수집하거나 독침 등을 이용한 암살 공작에 활용하기 위해 여성 간첩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고 한다.
   
   
▲ 중국 공안당국이 간첩신고 포상금을 주겠다고 선전하는 포스터. photo CCTV

   방첩 조직 신설하는 일본
   
   각국은 정보를 빼내려는 간첩들을 적발하기 위해 방첩 활동을 적극 벌이고 있다. 중국의 경우 지난 4월부터 간첩을 신고하는 사람에게 거액의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베이징시 국가안전부는 ‘간첩행위 단서 제보에 대한 장려금 지급 규정’을 마련해 일반인의 신고가 간첩사건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경우 최저 1만위안(165만원)에서 최고 50만위안(8265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베이징시 국가안전부는 “외국 정보기관과 적대세력이 중국에 대한 정치 침투, 분열 전복, 정보기밀 절취, 결탁 모반 등 파괴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베이징은 수도로서 외국 정보기관과 적대세력의 최우선 암약지”라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2014년 반(反)간첩법과 2015년 국가안전법을 제정하고 외국인을 대상으로 방첩 활동을 강화해왔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지난해 중국에서 스파이 활동 혐의로 체포된 일본인이 모두 4명이나 됐다. 중국 공안당국이 간첩이라고 주장하는 일본인들은 저장성 군사시설 주변과 동북부 랴오닝성 북한과의 국경지대 등에서 각각 검거됐다. 또 지난해 6월 상하이에서는 일본어학교 원장인 50대 여성이 간첩죄로 체포돼 구속되기도 했다.
   
   일본 정부도 2014년 안보에 관한 정보 중 특히 비밀로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을 ‘특정비밀’로 지정하고 취급자의 준수 의무를 규정한 ‘특정비밀보호법’을 제정한 이후 방첩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일본에선 그동안 내각부 소속 경찰청 산하 공안경찰과 법무성 소속 공안조사청이 타국 간첩들의 국내 활동을 감시 적발하는 임무를 수행해왔다. 또 총리 직속의 내각정보조사실을 중심으로 방위성 소속 정보본부와 외무성 소속의 국제정보 통괄관 등이 해외 정보를 수집해왔다. 하지만 일본 정부와 아베 신조 총리는 이런 정보기관들이 그동안 국내외적으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보고 새로운 조직들을 창설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구상 중인 방안은 해외 정보 수집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의 CIA 같은 조직을 새로 만들고, 국내 방첩 활동을 보강하기 위해 방위성 소속 정보본부를 확대해 미국의 FBI 또는 영국의 MI5와 비슷한 기관을 창설한다는 것이다.
   
   아무튼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각국의 정보 전쟁을 볼 때 ‘정보는 국력’이라는 말이 과언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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