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무수단 미사일(화성-10) 발사 모습. ⓒphoto 노동신문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화성-10) 발사 모습. ⓒphoto 노동신문

이란은 지난 5월 2일 호르무즈해협에 배치된 가디르급 잠수정에서 자스크-2 크루즈 미사일을 수중에서 시험 발사했다. 이 미사일은 수중에서 해상으로 나오자마자 폭발했다. 이란은 지난 2월에도 가디르급 잠수정에서 크루즈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고 발표한 적이 있다. 가디르급 잠수정은 북한이 이란에 수출한 연어급 잠수정의 개량형으로 추정된다. 길이가 29m, 수중 배수량은 130t인 연어급 잠수정은 2010년 3월 26일 천안함을 어뢰로 공격해 침몰시킨 바 있다. 북한이 연어급 잠수정을 언제 이란에 수출했는지는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란 해군은 2005년 가디르급 잠수정을 제작했다고 발표했고, 2007년부터 실전 배치해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2000년대 초 이란에 연어급 잠수정 완제품과 함께 제작기술을 이전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란은 이 잠수정에 가디르란 명칭을 부여했고, 현재 21척이나 실전 배치하고 있다.

미국의 폭스뉴스는 지난 5월 4일 국방부의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 이란의 소형 잠수정은 북한이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에 사용한 잠수정과 매우 비슷하다면서 이런 형태의 잠수정을 운용하는 국가는 이란과 북한뿐이라고 보도했다. 이 관리는 “이들 잠수정은 배터리 충전 방식으로 구동되기 때문에 탐지가 어렵다”고 밝혔다. 이란이 가디르급 잠수정에서 크루즈 미사일 시험 발사를 진행해왔다는 점으로 볼 때 앞으로 북한이 연어급 잠수정에 크루즈 미사일을 장착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미사일 전문가인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문제연구소 비확산연구센터 연구원은 “이란 잠수정에서 발사를 시도한 크루즈 미사일은 북한의 미사일 복제품”이라면서 “이란과 북한의 미사일 커넥션이 매우 심화돼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과 이란은 이미 오래전부터 미사일을 비롯해 각종 군사 분야에서 매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북한이 지난 5월 14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KN-17(한·미가 부르는 명칭, 북한명 화성-12형)을 시험 발사해 성공한 것은 이란의 도움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 미사일의 최대고도는 2111.5㎞이고 비행거리는 787㎞라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또 가혹한 대기권 재돌입 환경 속에서 조종 전투부의 말기 유도특성과 핵탄두 폭발체계의 동작 정확성을 확증했다면서 대기권 재진입(re-entry) 기술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보기관 등에 따르면 북한이 KN-17을 정상적으로 발사할 경우 최대 사거리가 6700㎞로 추정된다. 하지만 북한은 이 미사일을 최대로 쏘면 태평양으로 날아갈 것을 우려해 추진로켓을 1단으로 축소해서 발사했다고 한다. 때문에 이 미사일은 최대 4500㎞까지 날아갈 수 있고 최대속도는 마하 16∼17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미국 NBC뉴스는 국방부 관리 2명의 말을 인용해 KN-17의 대기권 재진입이 통제된 상태에서 이뤄져 대기권에 재진입하는 과정에서 전소되지 않았다면서 이는 북한의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이 상당히 진전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NBC뉴스의 보도는 대기권 재진입 가능성이 낮다는 우리나라 국방부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만약 KN-17이 대기권 재진입에 성공했다면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한발 더 다가섰다고 볼 수 있다. 대기권 재진입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핵심 기술로 지금까지 북한이 갖추지 못한 능력이다.

이란의 세질-2호 중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 모습. ⓒphoto FARS뉴스통신
이란의 세질-2호 중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 모습. ⓒphoto FARS뉴스통신

“북, KN-17 개발에 이란 지원받았다”

미국과 이스라엘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과 이란이 미사일 개발 분야에서 전문기술과 지식을 공유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선임 정보 분석관 출신인 프레드 플레이츠 안보정책센터 부소장은 “북한이 KN-17 개발에서 이란의 지원을 받았다는 믿을 만한 정보가 있다”고 밝혔다. 플레이츠 부소장은 “이란은 북한의 미사일 기술을 이용해 인공위성을 발사했고 다시 이 기술을 북한에 이전해주는 등 서로 기술과 정보를 교환해왔다”면서 “이란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 발사 등을 참관해왔다”고 지적했다. 탈 인바르 이스라엘 피셔항공우주전략연구소 우주연구센터장도 “북한과 이란이 미사일 기술을 공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과 이란이 지금까지 개발해 실전 배치한 미사일들을 보면 협력 관계가 공고하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란의 샤하브-3호 미사일은 북한의 노동 미사일(화성-7, KN-5)을 수입해 개발한 것이다. 노동 미사일은 사거리가 1000~1300㎞인 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이다. 이란은 샤하브-3 미사일을 다시 개량해 가드르 미사일(사거리 1600㎞)과 에마드 미사일(사거리 1700㎞)을 개발해 실전 배치했다. 북한은 이란에 무수단 미사일(화성-10, KN-7)도 수출했다. 무수단 미사일은 무수단 기지에서 처음 식별돼 이같이 부르는 것으로 사거리는 2500~4000㎞로 추정된다.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2010년 2월 24일자 미국 외교전문을 보면, 이란은 사거리 3000㎞ 수준의 BM-25 미사일 19기를 확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북한은 무수단 미사일을 ‘BM-25’라는 이름으로 이란에 수출했다. 무수단은 옛 소련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R-27(미국 SS-N-6)을 개량한 것이다. 북한은 무수단 미사일을 201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65돌 기념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했다. 운반차량(TEL)에 실린 무수단 미사일은 실물이 아니라 모형으로 추정됐지만, 생김새는 탄두와 동체 등 대부분의 제원이 R-27 미사일을 닮았다. 북한은 지난해 6월 무수단 미사일의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은 고각발사돼 최대고도인 1413.6㎞까지 비행했으며, 400㎞ 전방의 예정된 목표수역에 정확히 낙하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그동안 무수단 미사일을 수차례 시험 발사했지만 성공은 단 한 차례밖에 없었다. 이란도 지금까지 무수단 미사일의 시험 발사를 하면서 각종 정보를 북한과 공유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의 KN-17은 이란의 호람샤르(khorramshahr) 중거리탄도미사일과 비슷한 유형일 가능성도 있다. 이란은 지난 1월 29일 수도 테헤란 동쪽 셈난 인근에서 호람샤르 중거리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었다. 고각발사된 이 미사일은 1000㎞ 정도 날아가다 폭발했다. 대기권 재진입 과정에서 폭발했는데 이란이 고의로 폭발시킨 것인지, 아니면 사고인지는 불분명했다. 호세인 데흐칸 이란 국방장관은 당시 미사일 시험 발사가 성공했다고 주장했으나 미사일 종류를 언급하진 않았다. 미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이라며 이란에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스라엘은 더욱 강하게 이란을 비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안보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대니 대논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란과 북한은 지대지 미사일 개발과 기술을 협력하고 있다”면서 “안보리의 단호하고도 확고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이란은 북한보다 로켓 엔진 분야에서 기술 개발이 발전된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이란이 2009년, 2010년, 2012년, 2016년 등 네 차례에 걸쳐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2012년 12월과 2016년 2월에 인공위성을 발사했지만 성공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북한 관영 매체들은 지난해 9월 20일 김정은이 참관한 가운데 정지위성 운반 로켓용 대출력 발동기(엔진) 지상분출 시험을 실시해 성공했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한 적이 있다. 당시 새로 개발한 대출력 발동기는 단일발동기로 추진력은 80tf(톤포스·80t의 무게를 밀어올리는 추력)이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에는 ‘백두산 계열 80tf급 액체로켓’이라는 문구가 적힌 미사일 도면도 포함돼 있었다.

이란의 세질-2호 중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 모습. ⓒphoto FARS뉴스통신
이란의 세질-2호 중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 모습. ⓒphoto FARS뉴스통신

이란, 네 차례 인공위성 발사 성공

북한은 지난 3월 18일에도 동창리 서해발사장에서 자체적으로 새로 개발한 대출력 발동기 지상분출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KN-17은 바로 80tf급 백두산 계열 엔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시험해온 백두산급 엔진은 주엔진 1개에 보조엔진 4개를 달아 추진력을 극대화했다. KN-17도 주엔진 1개와 보조엔진 4개에서 강한 화염이 나오는 것이 사진에서 식별됐다.

그렇다면 북한이 백두산급 엔진을 독자적으로 개발했을까. 미국 정보당국은 이란이 지원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루이스 연구원도 “북한이 이란과의 기술 협력으로 80tf급 로켓을 개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최근 이란의 군수업체인 샤히드 헤마트 산업그룹(SHIG)의 임원인 사예드 자바드 무사비와 세예드 미라흐마드 누신 및 이란 방위·군병참방위부(MODAFL)의 부책임자인 사예드 메흐디 파라히를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지원한 혐의로 신규 제재 대상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SHIG는 이란 항공우주산업기구(AIO)의 자회사이고, AIO는 이란의 탄도미사일 개발을 총괄하는 MODAFL의 산하 기관이다. 해외자산통제국에 따르면 무사비는 북한의 80tf급 로켓 엔진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이란 과학자들의 북한 방문을 관리해왔으며, 액체연료 추진 탄도 미사일과 로켓 추진체의 지상 실험에 쓰이는 밸브·전자장비·측정장비를 북한의 조선광업개발회사를 통해 북한으로 보냈다는 것이다. 조선광업개발회사는 미국과 유엔의 제재 대상이다. 특히 누신과 파라히는 그동안 북한의 80tf급 로켓 엔진 개발에 상당한 도움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앤서니 루지에로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의 제재 내용으로 볼 때 북한과 이란이 미사일 엔진을 비롯해 각종 부품 개발 등에서 협력해왔을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지난해 8월 신포급(2000t급) 잠수함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1형(KN-11)의 시험 발사에 성공한 것도 이란의 지원 덕분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북극성 1호는 고체연료 엔진을 장착했는데, 고각발사 방식으로 발사됐다. 최대고도는 400㎞, 비행거리는 500㎞였다. 정상궤도였다면 사거리가 1000~2000㎞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북한 전문 온라인 매체인 38노스는 북한의 북극성-1형에 사용된 추진체 기술이 이란의 세질 미사일과 동일한 것으로 분석했다. 인바르 센터장은 “북한의 고체연료 엔진의 지름이 1.25m라는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이란 탄도미사일인 세질과 재원이 같다”고 밝혔다. 사거리 2000~2400㎞인 세질 중거리탄도미사일은 2단 고체연료 엔진을 사용한다. 인바르 센터장은 “북한이 세질의 기술을 받아들여 고체연료 엔진을 개발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란은 그동안 북한으로부터 부품과 설계도면 및 기술 등을 도입해 미사일을 개발해왔지만 수년 전부터 북한보다 성능이 우수한 미사일을 제작해왔다. 특히 이란은 고체연료 엔진 분야에선 북한보다 기술력이 훨씬 뛰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미사일 전문가들은 대부분 비슷한 견해를 보이고 있다. 우지 루빈 전 이스라엘 미사일방어국장도 “북한이 과거에 세질 미사일과 같은 고체연료 엔진을 장착한 미사일을 보유한 적이 없다”면서 “북한이 이란으로부터 세질 미사일 기술을 도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루이스 연구원은 “과거에는 북한에서 먼저 발견된 무기들이 나중에 이란에서 나타났는데 최근 몇 년 사이엔 이란에서 먼저 발견된 무기들이 이후 북한에서 나타나는 양상”이라며 “북한에서 이란을 향하던 기술 이전이 그 반대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란은 2008년과 2009년 세질-1호, 세질-2호 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했고 현재 세질-2호 미사일을 실전 배치하고 있다. 이란은 사거리 4000㎞의 세질-3호 미사일도 개발하고 있다.

‘항공모함 킬러’ 대함탄도미사일도

북한은 북극성-1형을 지상발사용으로 개량한 북극성-2형((KN-15)도 개발하고 있다. 북한이 지난 5월 21일 평안남도 북창 일대에서 시험 발사한 중거리미사일은 북극성-2형으로 추정된다. 고각발사된 이 미사일의 최대고도는 560㎞, 비행거리는 500㎞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2월 12일 같은 장소에서 북극성-2형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는데, 당시 이 미사일의 최대고도는 550㎞, 비행거리는 500㎞였다. 러시아 전략문제연구소 블라디미르 노비코프 연구원은 “북한이 앞으로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ICBM에 핵을 탑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의 조너선 맥도웰 연구원도 “북한이 고체연료 기반의 ICBM을 개발할지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또 ‘항공모함 킬러’라 불리는 대함탄도미사일(ASBM)을 개발하고 있다. ASBM은 함정 등 해상의 이동 목표물을 타격하는 미사일을 말한다. 보통의 탄도미사일은 일정한 궤도를 따라가 고정된 목표물을 타격하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항모를 격침시킬 수 없다. 반면 ASBM은 목표물이 이동하면 궤도를 수정해 타격할 수 있다. 북한은 미군 함정들을 공격하기 위해 이란으로부터 해상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도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군 정보분석관 출신인 다니 쇼함 베긴-사다트 전략연구센터 연구원은 “북한이 이란으로부터 파테-110 미사일을 입수했다”면서 “이 미사일은 해상 목표물 타격을 위해 개발된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ASBM을 개발한다고 해도 미국의 항모를 타격하려면 항모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정찰위성이나 조기경보기를 보유해야만 하기 때문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이란이 이처럼 각종 미사일 개발에 공동 협력한다는 것은 한반도와 중동 지역의 안보에 위협이 될 것이 분명하다.

아무튼 국제사회가 그 어느 때보다 북한과 이란의 미사일 커넥션을 단절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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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훈 국제문제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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