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대선이 끝난 지 4주째로 접어들면서 지난 대선 과정에서 여야가 주고받은 고소·고발 사건의 처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각 정당 또는 후보자가 선거 기간 고소·고발을 남발한 것은 터무니없는 의혹 제기와 거짓해명 논란이 뒤엉켜 혼탁한 선거를 치렀다는 방증이다.

5·9대선도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자극적 폭로 내용을 사실로 믿고 투표한 유권자가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선거 기간 제기된 각종 의혹의 진실은 제대로 규명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유권자 스스로 진실을 추구하지 않는 경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여야 정치권이 “선거 끝났으니 대승적 차원에서 고소·고발을 취하하자”며 슬그머니 진실을 덮어버리기 일쑤였다. 이렇게 책임을 묻지 않는 관행이 이어져오다 보니 선거 때마다 폭로와 비방의 유혹이 독버섯처럼 되살아났다.

네거티브 선거의 최대 피해자는 유권자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폭로와 의혹 제기는 유권자의 선택을 왜곡한다는 측면에서 청산해야 할 적폐(積弊)라 할 수 있다. 다행히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대선 기간 여야가 주고받은 고소·고발 건은 과거와 달리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뒤따를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가장 주목할 만한 사건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측이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낸 고발 건이다. 송 전 장관은 회고록 ‘빙하는 움직인다’에서 2007년 노무현 정부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시 기권 결정에 앞서 북한 의견을 물었고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인 문재인 대통령도 이 사안에 관여했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 측은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이미 기권 결정을 했기 때문에 송 전 장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진실공방이 가열되자, 문 대통령 측은 송 전 장관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공직선거법 위반,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및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와 관련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문 대통령이 TV토론에서 송 전 장관 주장과 관련 “거짓해명을 했다”고 문 대통령을 고발하기도 했다.

대선후보자의 가족과 관련된 여러 의혹제기도 고소·고발로 이어졌다. 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의 ‘특혜채용 의혹’에 대해 민주당 측은 문제를 제기한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과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정준길 대변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심재철 의원은 이에 반발해 자신을 고발한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박광온 의원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국민의당은 온라인상에서 안철수 후보의 딸 설희씨에 대한 의혹을 유포한 관련자와 민주당 관계자를 검찰에 고발했다. 홍준표 후보 측도 여론조사 가짜뉴스 유포와 관련해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고발당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19일 서울중앙지검장에 윤석열(57) 검사를 임명하는 파격인사를 단행했다. 청와대는 ‘국정농단 사건 수사와 공소유지의 적임자’라는 점을 윤 지검장 인선의 배경으로 밝혔다. 윤 지검장 임명은 또 이른바 ‘돈봉투 만찬’ 사건처럼 검찰 내부에 만연한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현 정부의 의지도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 기간 불거진 고소·고발 건의 상당수는 서울중앙지검이 담당해야 한다. 선거 기간 유권자의 선택을 저해하는 이른바 선거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 정치권이 슬그머니 고소·고발을 취하하는 일도 없어야겠지만 검찰도 권력의 눈치를 보고 해당 사건에서 손을 놓아선 안 된다. 문 대통령이 검찰 개혁카드로 선택한 윤석열 지검장이 우선적으로 선거 관련 사건을 처리한다면 정치권력으로부터 검찰의 독립성도 한층 부각되지 않을까. 유권자는 선거 기간 벌어진 고소·고발 사건의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

김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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