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치
[2465호] 2017.07.10

과거 발언 보면 이효성發 언론개혁 보인다

이상흔  조선pub 기자 hanal@chosun.com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7월 4일 오전 경기 과천시 별양동 영덕개발 건물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photo 연합
4기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에 지명된 이효성(66)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학자 시절부터 줄곧 언론개혁을 외쳐온 진보 성향의 언론학자다. 후보자 지명 후 첫마디가 “방송의 비정상 상태를 정상화하겠다”는 것이었다. 방송·통신계는 언론개혁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견지해온 그의 등장을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지켜보고 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효성 교수의 방통위원장 지명 사실을 발표하면서 그가 “방송의 공정성, 공공성, 독립성, 다양성을 역설하며 방송개혁 논의를 주도해온 대표적인 언론학자이자 언론·방송계의 원로”라고 평가한 후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 제고, 이용자 중심의 미디어 복지 구현, 방송 콘텐츠 성장, 신규 방송 서비스 지원 등 새 정부의 방송통신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할 적임자”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KBS·MBC 등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보도·제작 편성의 자율성 확보’ ‘종합편성채널과 지상파 방송의 동일한 규제 체제’ ‘해직 언론인 명예회복 및 원상 복귀’ 등을 방송계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 후보자도 지난 7월 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 대통령의 방송개혁 공약을 추진할 뜻을 분명히 했다. “방송법 5조, 6조에 나와 있는 공정성, 공공성을 제대로 구현하는 방송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방송이 본연의 모습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그게 개혁이고, 확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비정상의 정상화다.”
   
   전북 익산 출신인 이효성 후보자는 남성고를 나와 서울대 지질학과와 언론학과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커뮤니케이션학 박사를 취득했다. 1990년부터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에서 30년간 교수로 재직하면서 언론과 권력, 정치 커뮤니케이션, 저널리즘론을 주로 가르쳤다. 1998년 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정책실장,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를 역임하였고, 2002년 한국방송학회 회장을 거쳐 2003년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맡았다. 2012년부터는 한국기자협회의 한국기자상 심사위원장으로 활동해왔다. 학계와 방송·언론계 현장을 넘나드는 이력 때문에 학자로서 전문성은 물론 방송 행정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갖춘 인물로 평가받는다. 2016년 그는 ‘소통과 지혜’ ‘소통과 권력’ ‘소통과 언어’(커뮤니케이션북스)라는 소통 3부작을 펴내기도 했다. 이 책은 그가 교수 생활을 퇴임하면서 평생 연구해온 소통 관련 연구를 집대성한 것이다.
   
   이 후보자는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부터 언론 관련 시민운동을 통한 본격적인 언론개혁 운동에 뛰어든다. 1998년 9월, 이 후보자가 한 신문에 기고한 글에는 그의 언론관이 드러난다.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힘의 세 축은 정권, 재벌, 언론이다. 정권은 민주화하고, 재벌은 어느 정도 위축되었지만, 언론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정권의 민주화와 약화로 야기된 공백을 메우고 더욱더 그 힘이 비대해졌다. 사회개혁을 위해 먼저 이들 언론의 개혁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언론개혁은 그 목표가 건전하고, 방법이 민주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언론개혁의 목표는 무엇보다 언론의 자율성을 증대해주고, 그 공익성과 질을 높이되, 견제 세력도 없는 채로 무책임하게 남용되고 있는 언론의 비대한 권력을 약화시켜 책임감 있는 권력으로 바꾸고 대안적인 매체를 육성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말로 언론개혁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문재인 지지 선언에 이름 올려
   
   2003년 2월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에 열린 한 토론회에서 그는 언론개혁의 주도적 역할은 시민단체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언론개혁을 위해 온전히 나설 수 있는 존재는 바로 언론개혁과 발전을 추구하는 언론운동 시민단체”라며 “이들 단체가 언론개혁의 주도적 세력으로서 언론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동시에 언론개혁을 위한 정책을 정부에 요구해야 하며 정부가 언론개혁에 나설 수 있는 여론과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민단체가 요구해야 할 언론 정책으로 소유지분 제한, 지배력 제한, 편집권 독립 등을 들었다.
   
   이 후보자는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 선언 원로 언론인 71명’에 이름을 올리는 등 정치적으로는 민주당을 지지해왔다. 2002년 4월의 한 기고문에서 이 후보자는 “보수 언론들이 대선후보들을 검증하려 한다며 후보 검증을 구실로 사상 검증을 자행하여 특정 후보를 좌경·친북으로 낙인찍으려는 게 이들 언론의 본심”이라고 비난했다. 2004년 3월 국회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 가결 당시 한국언론학회는 방송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대통령 탄핵 관련 TV 방송 내용’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한 적이 있었다. 언론학회의 연구 보고서는 “방송 3사의 탄핵 보도는 아무리 느슨한 기준을 적용해도 편파적이었다”고 결론지었다. 당시 방송위 부위원장이던 이효성 후보자는 한국언론학회의 이 같은 보고서를 반박하는 기고문을 인터넷 매체에 게재했다. 당시 방송위원회가 탄핵방송의 편파 여부에 대한 심의를 앞둔 시점에서 정치적 중립을 준수할 의무가 있는 기구의 부위원장으로서 개인적 의견을 일방적으로 밝힌 것은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2008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이 KBS 정연주 사장을 해임하자, 야당인 민주당과 시민단체가 극렬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야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KBS 사장에 대한 ‘임명권’을 ‘임면권’으로 개정한 이유는 공영방송 사장의 임기보장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대통령의 KBS 사장 해임은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이효성 후보자는 당시 “KBS 사장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권은 이사회의 임명제청을 대통령이 받아들이는 수준으로서 적극적인 개념이 아니다. 형식적인 의미의 임명권을 매우 적극적으로 해석해 공영방송사 사장에 대한 면직권까지 인정해준 것은 지나친 해석”이라고 밝혔다. 이듬해 정연주 전 KBS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을 상대로 낸 해임무효 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이 같은 경력으로 인해 이 후보자의 지명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코드 인사”라고 비판했다. 반면 진보적 성향의 언론 관련 단체는 이 후보자 지명에 대해 ‘환영’과 ‘우려’를 동시에 표명하는 성명을 내놓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이 후보자가 그동안 언론개혁 부문에서 절차와 합의를 존중하는 조용하고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여왔다”며 “이번 이효성 교수의 방통위원장 지명 또한 청와대의 조용하고 조심스러운 언론개혁 행보의 일환이라는 일각의 우려는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효성 후보자는 각종 방송정책을 추진하면서 소통과 절차, 이견조율과 합의를 중요시해온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 후보자가 취임하게 될 경우 언론개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데는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에서 이견이 없는 편이다. 지상파 방송 재허가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개정 등 방통위 현안도 산재해 있다. 당장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과 지상파 해직기자 문제,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독과점 문제 등은 그가 취임하면 곧바로 행동을 취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다.
   
   종합편성채널에 대해서도 그는 “종편 도입 필요성은 있었지만, 4개 종편이 한꺼번에 나오면서 시장이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고, 이로 인해 지상파도 어려워지고 광고시장이 교란됐다”는 견해를 밝혔다. 야당은 이효성 후보자의 지명에 대해 문재인 정부의 언론 장악 음모가 아닌가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고, 반대편은 ‘촛불민심과 시대정신에 부응하는 언론 적폐 청산과 개혁’을 과감하고 강력하게 수행할 것을 압박하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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