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치
[2466호] 2017.07.17

洪 ‘영남의 DJ’ 꿈꾼다

최경운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 codel@chosun.com 

▲ 지난 7월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홍준표 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자유한국당이 지난 7월 3일 홍준표(63) 전 경남지사를 신임 당대표로 선출했다. 홍 대표는 7·3 전당대회에서 원유철(5선)·신상진(4선) 의원을 제치고 당대표에 당선됐다. 홍 대표는 선거인단 투표(70%)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30%)를 합산한 결과 65.7%를 득표했다. 당원들로 구성된 선거인단 투표 득표율은 72.3%였다.
   
   특히 당대표와는 별도 선거를 통해 총 5명(청년 최고위원 1명 포함)을 뽑은 최고위원 경선에선 이철우, 류여해 등 친홍(親洪)계 인사를 1·2위로 당선시켰다. 이·류 최고위원은 지난 대선 때 한국당 선대위 총괄 선대본부장과 대변인을 지냈다. 여기에 더해 홍 대표는 대표 취임 직후 자신의 정무특보를 지낸 이종혁 전 의원을 지명직 최고위원에 임명해 지도부 다수를 자파(自派) 인사로 구성했다.
   
   홍 대표는 취임 직후 당직 인사도 당 장악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당 사무처 인사와 조직·예산을 총괄하는 사무총장에 홍문표 의원을 임명했고 전략기획부총장에는 대선 선대위 대변인을 지낸 김명연 의원을, 조직부총장에는 서용교 전 의원을 임명했다. 당료 출신인 홍 총장은 지난 대선 직전 바른정당 의원 12명과 함께 홍 대표 지지를 선언하며 한국당에 복당했다. 특히 홍 총장은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이 옛 새누리당 대표를 할 때 제1사무부총장에 임명한 김 의원의 측근이기도 하다. 김 의원과 가까운 인물을 당무 총괄 자리에 포진시킨 것이다. 이 때문에 홍 대표의 이번 당직 인선을 놓고 당내에선 “친박계의 거부감이 있는 김무성계 인사를 핵심 당직에 배치한 것은 홍 대표가 그만큼 당 장악력에 자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란 평이 나왔다.
   
   
   ‘이념정당화’와 ‘영남진지’
   
   홍 대표는 지난 7월 11일 당 혁신위원장에 류석춘 연세대 교수를 임명했다. 사회학을 전공한 류 교수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건국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에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여해온 우파 이론가다. 박정희 정부 때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류혁인 전 공보처 장관의 장남이다. 지난 2006~2007년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참정치운동본부 공동본부장도 지냈다. 우파 이념으로 무장한 류 교수를 통해 ‘웰빙·이익정당’이란 평을 들었던 한국당을 ‘이념·가치정당’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홍 대표는 4선 의원 출신으로 2011년엔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대표도 지냈다. 하지만 당내 세력 면에선 비주류에 가까웠다. 2011년 당대표 시절 친박계의 유승민(현 바른정당 의원), 당내 쇄신파를 이끈 남경필(현 경기지사)·원희룡(현 제주지사) 최고위원이 동반 사퇴하면서 6개월 만에 대표직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유·남·원 세 사람은 현재 바른정당 소속이다. 이와 관련, 홍 대표는 지난 대선 때 세 사람을 겨냥해 ‘강남 좌파’ ‘패션 좌파’라 비판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홍 대표가 세 사람을 ‘강남 좌파’로 규정한 데서 보듯 한국당을 우파 이념과 가치로 무장한 우파 세력의 정통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홍 대표는 지난 대선 때 민노총 등 강성 귀족노조, 전교조, 종북세력을 ‘3대 적폐세력’으로 꼽았다. 우파 이론가 그룹에서 홍 대표를 ‘정통 우파’ 후보로 평가한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 홍 대표의 한 참모는 “박근혜 정권의 실패로 한국당이 폐허가 된 상황을 오히려 우파 이념에 충실한 정당으로 변모시키는 계기로 삼겠다는 게 홍 대표의 생각”이라고 했다.
   
   홍 대표는 지난 7월 12일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당 초선 의원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한국당 의원 107명 가운데 초선은 44명(41.1%)이다. 홍 대표는 이날 초선 의원들을 상대로 “대구에서 원외(院外) 당협위원장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홍 대표는 조원진 의원의 탈당으로 공석인 대구 달서병 당협위원장을 맡을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달서구는 홍 대표가 졸업한 영남중·고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홍 대표가 대선 패배 후 곧바로 당권 도전에 나섰을 때 당내에선 그가 내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나 지방선거 출마를 염두에 두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홍 대표는 “재보선이나 지방선거 출마에는 관심이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그런 그가 총선이 3년 남은 상황에서 대구 지역의 원외 당협위원장을 자청하고 나선 것은 결국 TK(대구·경북)를 진지(陣地) 삼아 당내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란 해석이 나온다. 당 안팎에선 “홍 대표가 ‘영남의 DJ(김대중)’를 꿈꾸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지방선거 인물 영입이 관건
   
   홍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여권의 영남 공략에 대비한 방어 진지 구축 측면도 있다”고 했다. 이 의원은 “대선 때 ‘보수 궤멸’을 공언한 여권이 내년 지방선거 때 한국당의 아성인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에 대한 집중 공략에 나설 게 자명하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김부겸 의원(대구 수성갑), 김영춘 의원(부산 부산진갑)을 각각 행정자치부 장관과 해양수산부 장관에 발탁한 것도 내년 지방선거 때 영남 공략을 위한 포석이란 해석이 많다.
   
   홍 대표 측에선 “바른정당을 흡수통합하기 위해서도 영남 사수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한국당 TK 지역 의원들 사이에선 지금처럼 원내 4당 체제로 내년 지방선거가 치러질 경우 영남 지역에서도 수성(守城)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상당하다. 홍 대표도 “빨리 민주당과의 양당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바른정당의 영남 공략을 조기에 차단하고 지방선거 전 바른정당 비주류 의원 상당수를 흡수해야 한다는 구상이란 것이다.
   
   홍 대표의 임기는 2년이다. 하지만 내년 6월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홍 대표 당권 유지의 1차 시험대가 될 공산이 크다. 현재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중 한국당 소속은 5명(부산·인천·대구·울산·경북)이다. 하지만 내년 지방선거에선 경북지사를 제외한 나머지 4곳은 재선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 관측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약진은 고사하고 현상 유지도 못 할 경우 홍 대표 체제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인물난이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한국당 주류였던 친박 핵심들은 당분간 정치적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또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이 탈당하면서 비(非)영남 지역에 내세울 광역단체장 후보군도 위축됐다. 집권당에서 야당으로 처지가 바뀐 터라 새 인물 수혈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 홍 대표 측근은 “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 후보는 당의 인재를 최대한 활용하고 주요 광역단체장 후보는 외부 인사까지 포함해 최적의 인물을 영입할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서울시장 후보의 경우 본인 뜻과 무관하게 황교안 전 국무총리, 홍정욱 전 의원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한국당 관계자는 “홍 대표가 당내 경쟁자로 부상할 수 있는 인물도 과감히 받아들이겠다는 태도로 나서지 않는 이상 인물 영입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당내에선 “우파적 가치를 지나치게 앞세우기보다 대안(代案) 가치를 제시할 수 있느냐가 한국당 미래를 가를 것”이란 지적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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