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추미애 대표(가운데)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지난 7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추미애 대표(가운데)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집권여당이 되면서 당 체질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9년여간의 야당 생활을 정리하고 집권여당으로서 정책적·정무적으로 좀 더 책임 있는 자세를 갖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청 관계에서 미묘한 잡음이 흘러나오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부 의원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당 안팎에서 우려도 나온다.

1000여명에 당 대표 표창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지난 6월 전국을 순회하는 최고위원회를 개최하며 100만 당원 운동에 돌입했다. 추미애 대표가 대선 이후 당 조직을 더 단단하게 다지겠다며 시작한 것이다. 추 대표는 “100만 권리당원 확대를 선언하면서 권리당원으로 정당 책임정치를 구현하는 주역들을 모시겠다”면서 “최고위를 지역에서 순회 개최하며 지역의 민생도 듣고 권리당원 확보 운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세를 밑바닥부터 늘려가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상황을 적극 활용하려는 의도이기도 하다. 민주당 지도부는 호남을 시작으로 대구, 제주, 충남, 강원, 대전 등을 돌며 이 같은 최고위원회를 개최했다. 추 대표는 우수 당원들에게 공로를 인정하는 표창장을 대거 수여하기도 했다. 당 대표가 직접 수여하는 ‘1급 표창’ 대상자만 1000명이 넘고, 시·도당 위원장이 주는 ‘2급 표창’까지 합치면 수천 명 규모라는 것이 당측의 설명이다. 민주당은 당헌·당규를 통해 ‘당에 특별한 공로가 있는 자’는 공천 심사 때 가산점을 주도록 하고 있어 지방선거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지역 정치인들 사이에서는 표창에 대한 관심이 높다.

민주당의 현재 당원 숫자는 24만여명. 당 지도부는 이 숫자를 올해 안에 50만명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는 100만명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민주당 한 지도부 의원은 “대통령과 당 지지율은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조정기가 올 수밖에 없는데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계속 국정을 이끌어가기 위한 힘을 가지려면 당원 숫자가 대폭 늘어나야 한다”며 “추 대표와 지도부 의원들은 물론 청와대 측에서도 이에 대한 공감대는 명확하다”고 했다.

추 대표는 최근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결국 당이 영속성을 가져야 하는데 제가 대표로 있는 동안 100년 정당의 토대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국민이 만들어준 정권인 만큼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당을 잘 이끌 것이며, 정부를 잘 뒷받침해 국민으로부터 제대로 평가받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집권여당으로서 정부의 정책을 국회에서 입법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하지만 국회가 여소야대인 상황이라 어려움이 많다. 여야는 지난 7월 20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계속 강조했던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에는 실패했다. 여야가 합의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중소기업청을 승격한 중소창업기업부 신설, 국민안전처 폐지 및 해양경찰청·소방방재청 외청 독립, 미래창조과학부 명칭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변경하고 산하에 과학기술 정책을 주도하는 차관급 과학혁신본부 설치, 국가보훈처장 지위를 장관급으로 격상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여야 간에 입장 차이가 크지 않은 것들로 정치적 논란의 여지도 거의 없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당초 추경과 정부조직법을 일괄 처리하려고 했으나 야당과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추경은 추후에 다시 논의를 거쳐 처리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은 공무원 증원 예산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 의원은 “집권 여당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국회에서 현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 관련 법안을 발의하고 통과시키는 것인데 그런 점에서 근본적인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며 “제각각 성격이 다른 야당들을 설득해서 최대한 많은 쟁점 법안들의 국회 처리를 성공시켜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도 대표와 소통해달라”

이 과정에서 추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 청와대 간에 ‘엇박자’가 드러나기도 했다. 추 대표가 국민의당 대선 제보조작 사건에 관련해 이른바 ‘머리 자르기’ 발언으로 논란을 빚자 청와대 임종석 비서실장이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대리사과를 한 것이다. 추 대표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당 대선 제보조작 사건에 대해 “일을 저지를 때는 조직적으로 저질러 놓고 끝나니까 단독범행이라고 하는 것은 누가 믿을 수 있겠느냐”며 “당시 선대위원장이었던 박지원 전 대표,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전 대표가 몰랐다고 하는 것은 ‘꼬리 자르기’가 아닌 ‘머리 자르기’”라고 했고, 국민의당은 이에 반발해 국회 일정을 전면 중단했었다. 하지만 청와대와 우원식 원내대표가 상의한 끝에 임 비서실장이 이 발언에 대해 추 대표를 대신해 박 비대위원장에게 사과를 하면서 국민의당은 추경 심사 일정에 다시 복귀했다. 그러나 추 대표로서는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추 대표는 청와대 전병헌 정무수석을 통해 임 비서실장 등이 박주선 비대위원장 등을 만난다는 사실은 알았으나 대리사과 등 구체적인 내용은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추 대표는 7월 19일 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들의 청와대 회동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에게 “여당 대표가 막무가내로 대리사과를 당하기 전에 대통령도 여당 대표와 소통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임 비서실장의 대리사과 논란에 대해 문 대통령 앞에서 간접적으로 항의 의사를 표시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특별한 대답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의 향후 행로에는 추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여부가 상당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임기가 1년여 남은 추 대표가 지방선거에 출마할 경우, 전당대회를 열고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추 대표는 자신의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 일단 선을 긋고 있는 상황이다. 추 대표는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서울시장에 출마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는 질문을 받고 “별로 관심이 없는데 당 대표가 사심이 있으면 안 된다”며 “실력 있는 민주주의 정당, 똑똑한 정당을 키우고 싶고 그러기 위해서는 모두 사심 없이 힘을 보태야 하는데, 당을 지휘하는 당 대표가 사심을 얹으면 안 되지 않겠냐”고 했다. 그러나 추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분석도 있다. 추 대표 외에도 박영선·우상호·이인영 의원 등이 서울시장 출마에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원순 현 시장도 3선 도전을 두고 고심 중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대선 승리를 이끈 추 대표로서는 서울시장 출마를 통해 정치적 중량감을 더욱 높이려는 시도를 할 수 있는데 그럴 경우 당은 또 다른 지도 체제를 만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도가 지금과 같은 추세를 보인다면 더욱 친문 성향이 강한 지도부가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한 지도부 의원은 “추 대표 본인이 언급한 것처럼,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며 “임기를 마칠 때까지 당을 이끌면서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게 된다면 추 대표에게는 더욱 큰 정치적 성과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최승현 조선일보 정치부 기자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