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정책 결정의 특징은 일단 지르고 나중에 생각하자는 거다. 왠지 국가 경영의 키를 아마추어에게 맡긴 느낌이 들게 한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이 지난 7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과정을 비판했다. 지난 7월 15일 최저임금위원회는 기존보다 16%가 인상된 시간당 7530원을 최저임금으로 결정했다. 역대 최고치 인상액을 두고 치킨가게·편의점 주인 등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은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1년 해보고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사드(THAAD) 배치가 졸속으로 추진된 점을 지적하고 국회 비준 및 공론화 과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미국 트럼프 정부 일각에서 사드 배치에 따른 비용 일부를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과 중국의 사드반대 움직임을 감안하더라도 마치 원점에서 사드 문제를 재검토할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한 것을 군사 전문가들은 우려했었다. 지난 6월 30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 정부는 사드를 협상테이블에 올리지 않기 위해 외교력을 집중했고, 한·미 FTA 재협상이라는 청구서를 받아왔다. 정부가 “남북문제에 있어 우리의 주도성을 인정받았다”는 성과조차 북핵문제 해결이라는 전제조건이 붙었다. 지난 7월 19일 정부가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서 사드 배치 문제는 아예 빠졌다.

문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도 원전 전문가, 한국수력원자력 노조,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직면해 어정쩡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고리 1호기 원전의 영구정지를 선포한 여세를 몰아 신고리 5·6호기 건설공사를 임시 중단하기로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청와대 대변인은 집중논의한 결정이라고 했지만 실제는 단 세 마디로 결정했다고 언론에 보도됐다. 정부 정책방향에 발맞춰 한수원 이사회도 경주 시내 한 호텔에 모여 공사중단 결정을 내렸다. 청와대는 탈원전 논란이 이어지자, “신고리 5·6호기 공사의 완전 중단 결정은 아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관섭 한수원 사장은 “신고리 5·6호기가 공론화 과정에서 영구 중단으로 결론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면서 문 대통령과 반대입장을 냈다. 한수원 이사회 표결 당시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조성진 이사(경성대 교수)는 “상임이사 전원이 영구정지는 절대 못 하게 막겠다고 했다”고 밝혀 논란을 키웠다.

문 대통령이 취임한 지 70여일이 지난 7월 19일 현재 조각은 미완의 상태다. 문 대통령이 공약했던 5대 비리인사의 고위공직 원천배제 원칙이 자승자박의 결과를 낳았다. 문 대통령이 지명한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결과 위장전입, 논문표절, 세금탈루, 병역면탈, 부동산투기 등 5대 비리에서 자유로운 인물이 거의 없었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청문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자진 사퇴했다. 그러자 정치권 일각에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던 문재인 정부 장관의 자질이 크게 다르지 않다” “진보나 보수의 차이가 뭐냐”는 등의 뒷말이 나왔다.

문 대통령의 문제 제기에 따라 감사원은 4대강 사업에 대해 4번째 감사에 착수했다. 공무원 증원 등의 예산이 포함된 일자리창출 추경안은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논란거리가 즐비하다. 그래서일까. 대통령은 말을 아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세균 국회의장도 최근 기자와 만나 “문재인 정부의 일처리가 급하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2004년 4월 노무현 대통령은 검찰 개혁을 위해 젊은 검사들을 청와대로 불러 ‘검사와의 대화’를 가졌다. 그러나 검찰 개혁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정치에서 선한 의지가 반드시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난 정부의 반사이익만으로는 국정 지지율을 유지하기 어렵다.

김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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